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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낙태 사이···"34주 태아는 울고 있었다"

제왕절개 수술로 불법 낙태하려던 태아가 살아서 태어나자 신생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산부인과 전문의 A씨가 구속됐다. 태아는 34주였다. 경찰은 A씨에게 업무상촉탁낙태와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업무상촉탁낙태는 임산부가 낙태를 요청했을 때 수술 등의 방법으로 이를 도운 의료진에게 적용된다. 경찰은 “아이가 태어나서 울음을 터뜨렸다”는 병원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살아있는 신생아를 살해했다고 보고있다.  
 

2005년 유사 사건 대법원 판례 보니

34주 태아를 제왕절개로 낙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사산이 아닌 살아있는 태아를, 그것도 감각체계가 완성된 34주에 제왕절개로 낙태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게 다수의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견해다.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로 꺼내는 낙태수술은 출산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낙태의 연장선'인가 '살해'인가

그렇다면 낙태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제왕절개를 통해 태아를 꺼낸 것 까지일까 아니면 살아있는 신생아를 숨지게 한 것 까지 넓은 범위에서 낙태 행위에 포함될까. 이에 따라 살아있는 신생아를 숨지게 한 것으로 의심되는 A씨의 행위를 ‘낙태의 연장선’으로 볼 것인지 ‘영아 살해’로 판단할 것인지 가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2005년 과거 유사한 사건의 판례에서 대법원은 의사에게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낙태 행위는 신생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태아를 산모의 뱃속에서 꺼내는 순간’ 완성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산모의 뱃속에서 태아를 꺼낸 이후의 행위는 낙태가 아니라 살해라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신생아 중환자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중앙포토]

신생아 중환자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중앙포토]

 
사건은 다음과 같다.  
서울 서초동에서 J산부인과를 운영하던 박모(당시 51세)씨는 2001년 2월 병원을 찾은 임산부 석모(당시 23세)씨로 부터 낙태 의뢰를 받았다. 박씨는 석씨의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태아 또한 유전적 질환없이 건강해 낙태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석씨의 의뢰를 받아들인 박씨는 이틀 후 유도분만 방식의 낙태 시술을 했다. 임신한 지 28주밖에 안된 태아가 몸밖으로 나오면 사망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산 채로 나오자, 박씨는 미리 준비해둔 염화칼륨을 신생아의 가슴에 주입해 숨지게 했다. 염화칼륨이 과다주입되면 심정지 등을 일으킨다.
 
박씨는 업무상촉탁낙태와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쟁점 역시 박씨가 염화칼륨을 주입해 신생아를 숨지게 한 행위에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박씨 측은 “염화칼륨을 주입한 행위는 살인이 아니라 낙태시술의 연장선이며, 태아의 건강 상태로 봤을 때 생존 확률이 극히 적었다”고 주장했다. 진료기록부에 태아의 상태를 ‘Anomaly’(기형) ‘C.H.D.’(Congenital Heart Diseaseㆍ선천성 심장 질환)이라고 기록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대법 "낙태 연장선 아냐…살해 의도 인정"

그러나 대법원은 ▶낙태죄는 태아를 인위적으로 산모에게서 꺼내거나 산모의 몸에 있을 때 살해함으로써 성립하기 때문에 태어난 신생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한 것을 낙태를 완성하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없고 ▶신생아가 정상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적다 해도 최소한의 의료행위도 없이 염화칼륨을 주입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게는 신생아를 살해하려는 범행 의도가 있었다 고 판단했다.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됐다.

 
2005년 9월 서울고법 형사7부는 “살아서 출생한 아이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해 숨지게 한 것은 살인의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살인죄를 적용, 박씨에게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 자격 정지 3년을 선고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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