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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스타는 나이 들었을 때 진가가 나온다

조조 챔피언십 우승 후 타이거 우즈. [EPA]

조조 챔피언십 우승 후 타이거 우즈. [EPA]

모자를 집어 던지지도, 하늘에 대고 어퍼컷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젊었을 때 그랬던 것과 달리 포효하지도 않았다. 28일 일본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타이거 우즈(44·미국)는 그저 차분하게 우승컵을 들었다.  
 

조조챔피언십 압도적 우승 우즈
파5 홀 대신 파3 홀서 상대 제압
젊은 시절 힘 넘칠 땐 안 드러나
앞으로 보여줄 진짜 능력에 기대

경기 내용도 사뭇 달랐다. 첫 메이저 챔피언이 된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파 5홀에서 우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언더파 중 13타를 파 5홀에서 줄였다. 거리 2위와는 25야드, 전체 선수 평균보다는 46야드 멀리 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는 힘으로 코스와 경쟁자들을 제압했다.
 
반면 조조 챔피언십에서 우즈는 파 3홀에서 이겼다고 봐야 한다. 19언더파 중 9언더파를 파 3홀에서 줄였다. 이 대회에서 기록한 평균 타수 2.55는 그의 파 3홀 통산 최저타다. 그의 오랜 코치 행크 해이니는 “우즈의 가장 큰 장점은 장타가 아니라 아이언의 샷 메이킹 능력”이라고 했다. 우즈는 높게도, 중간 탄도로도, 낮게도 칠 수 있다. 또 왼쪽으로도, 똑바로도, 오른쪽으로도 휘어 칠 수 있다. 이를 조합해 9가지 구질을 구사한다. 누구도 갖지 못한 능력이다. 이를 통해 핀이 어디에 있더라도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골프 황제가 젊고 힘이 넘쳤을 때는 그의 화려한 아이언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았다. 기자에게도 그랬다. 2004년 일본에서 열린 던롭 토너먼트에서 우즈를 직접 봤는데, 첫 홀에서 우드로 티샷해 드라이버로 친 일본 정상급 선수 공을 훌쩍 넘겨 버렸다. 그 장타의 기억이 너무도 강렬해 다른 샷은 잘 보이지 않았다.
 
농구 기자로서, 허재의 선수 시절 말년을 볼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빠진 그는 한 뼘밖에 안 될 듯한 점프로, 키 크고 탄력 좋은 수비수를 달고 올라가, 어떻게든 골을 욱여넣고야 말았다. 그 능력에 감탄했다. 스타는 늙고 힘이 빠져야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도, 미식축구의 톰 브래디도 그렇다. 골프 황제도 나이가 들었고 힘이 빠졌다. 이제야 우리는 그의 빛나는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됐다.
우승 세리머니로 어퍼컷을 휘두르는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우승 세리머니로 어퍼컷을 휘두르는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우즈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찾았다”는 2018년 투어 챔피언십 이후 최근 14경기에서 3승을 했다. 확률로는 21%다. 그의 통산 우승 확률(22%)과 비슷하다. 이 정도면 단순한 재기가 아니다.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우즈는 이전과 다른 방식의 새로운 레이스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우승 후 “거리가 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줄었다. 그러나 어떻게 경기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조조 챔피언십에서 그와 5타 차 이내의 선수가 한 명뿐이었다. 그는 “퍼트 등 쇼트 게임을 만들어주는 내 손 감각은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윙은 지금이 가장 부드러운 것 같다. 특히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는 동작은 매우 유려하다. 있는 힘껏 휘두르던 때와는 또 다른 예술적 스윙이다. 바디턴 72 아카데미 김성복 원장은 “축을 활용해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롱런할 기틀을 마련한 스윙”이라고 평했다. 그의 스윙을 보면 공이 휠 것 같지 않다. 페어웨이가 좁은 조조 챔피언십에서 티샷 정확도가 65%였다.  
 
우즈는 첫 3개 홀에서 보기를 하고도 우승했다. 대회 중 몰아친 태풍도 이겨냈다. 마쓰야마 히데키의 추격도 쉽게 따돌렸다. 끝내기 능력은 여전했다.
우즈가 5살이던 1981년 미국 LA 인근 칼라바사스 컨트리클럽에서 샘 스니드를 만나 2홀 라운드를 한 뒤 찍은 사진. [사진 PGA 트위터]

우즈가 5살이던 1981년 미국 LA 인근 칼라바사스 컨트리클럽에서 샘 스니드를 만나 2홀 라운드를 한 뒤 찍은 사진. [사진 PGA 트위터]

 
강렬한 장타를 치던 골프황제의 모습을 보며 성장한 젊은 선수들에 비해 지금의 우즈는 파워가 부족하다. 현대 골프는 파워 골프이며 그는 이 열세를 정교함으로 상쇄해야 한다. 우즈는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차, 포 떼고 장기를 두는 지금이, 우즈의 진짜 능력을 볼 수 있는 때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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