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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이겨도 사과·배상 못받고···근로정신대 이춘면 할머니 별세

일본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이춘면 할머니가 1월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손해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번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뉴스1]

일본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이춘면 할머니가 1월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손해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후 법원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이번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뉴스1]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면(88) 할머니가 별세했다. 공업용 재료를 만드는 일본 전범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끝내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씨가 지난 26일 오전 0시 20분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13살이던 1944년 “일본 후지코시 공장에 가면 돈도 벌고 중학교와 전문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국민학교 교장의 거짓말에 속아 근로정신대에 들어갔다. 설명 책자에도 ‘일본 기업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씨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를 거쳐 도아먀시의 후지코시 공장으로 갔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2시간씩 철을 깎거나 자르는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임금은커녕 다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씨는 1945년 7월 한국에 돌아왔다. 당시 이씨와 같이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피해자는 1600여명, 이가운데 1000여명이 여성이었다. 후지코시는 여성 피해자 수가 가장 많은 전범기업이다.
 
이씨는 2015년 5월 자신이 입은 정신적ㆍ육체적ㆍ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후지코시에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017년 3월 1심은 후지코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이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후지코시 측은 이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소멸했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지난 1월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회사 측이 1억원을 지급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후지코시가 다시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지만 7개월 넘게 재판 절차는 멈춰있다. 대법원이 지난 3월22일 후지코시에 상고기록 접수통지를 보냈지만 일본 측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씨 측은 “일본 외무성이 관련 서류를 송달하지 않고 붙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씨의 소송은 유족이 이어갈 예정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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