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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공수처 없다고 국정운영 못하나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사기, 도둑질 등 온갖 형법 위반 사건을 통털어 한국인의 범죄율은 2% 수준이다.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유죄 범죄 발생건수로 집계하는데, 지난 10년간 통계를 보니 2000건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처럼 한국 인구의 98%는 범죄와 아무 관계없이 살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 사람들이 98% 국민의 삶은 외면한 채 일반인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를 ‘공수처 문제’에 저렇게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율 2%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
노무현 유훈으로 착각하면 곤란
‘게슈타포 공포청’ 오명 쓰지 말길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라는)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이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현재 갖은 요설과 궤변으로 세상을 속이려다 결국 조국 수호에 실패하고, 진보의 가치를 부끄럽게 만든 유시민씨가 2010년에 정리해 펴낸 책 『운명이다』에 나온다. 메신저가 의심받으면 메시지까지 의심받는 법이다. 유씨가 자기 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상식이나 사회적 합의 같은 것을 거리낌없이 뒤집는 성향이라는 점은 대체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의 비운을 떠올리면 큰 칼 휘두르며 죽은 권력을 향해 사냥개같이 달려드는 검찰이 미울 만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재임 중 검찰 개혁을 국정의 우선순위 리스트에 올리지 못한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찬반 논란이 컸지만 한·미 FTA 협정이나 남북 정상회담, 야당과의 대연정 추진, 제주 해군기지 건설처럼 국민 98%의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는 정책 과제에 통치권자의 역량을 집중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 대통령이 검찰개혁같이 고작 국민 2%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대통령의 어젠다로 부각시킬 순 없었다고 본다. 국민 2% 이슈는 주무인 법무부 장관이나 국무총리한테 맡기면 될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무슨 ‘노무현의 유훈’처럼 절대적으로 고집한다면 생각을 바꾸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공수처 개혁안을 무턱대고 밀어붙이다 조국을 쫓아낼 수밖에 없던 일 이상으로 국정 파탄이 벌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에 순종적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조차 “공수처 수사 대상자가 6000~7000명인데 그 중에 절반이 법관이다. 공수처 신설 땐 법관의 수사 재판이 위축될 수 있다”(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고 걱정할 정도다. 한국인 5000만 명 가운데 0.01% 남짓한 6000~7000명에게만 상관있는 법률을 만드는 일에 대통령과 집권당 사람들, 조국을 수호한다는 이른바 ‘문빠’ 수만 군중이 왜 저렇게 달려드는가. 그들의 눈에 약육강식의 먹잇감이 된 외교·안보, 1% 성장률에 빠진 경제, 이 정권이 사회주의행 열차로 갈아탄 것 같다는 흉흉한 민심과 30%대로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공수처는 노무현 시대 말년만 해도 검찰의 힘을 빼 인권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순수함이 있었다. 10년이 지나 문재인 시대의 공수처엔 “대통령 직속으로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정치 수사기관 하나 만들어 진영 독재를 해보겠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올 만큼 독소가 가득하다. 지난 2년 반 동안 전체 국민이 아닌 자기편만을 위한 통치를 보다 보니 그런 두려움이 오싹 생겼다. 그들의 공수처라는 게 자기편에 대드는 정적이나 검·판사를 잡아들이고, 조국같이 대통령 특수관계인을 검찰이 수사하면 그 사건을 강제 이첩받아 뭉개버리는 대국민 공포청이 되리라는 우려다. 집권 세력의 마음을 헤아려 가며 공포청을 꾸려갈 수장 이하 직원들은 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같은 친문 법조 서클에서 공급될 터다. 문 대통령은 자기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포청 설치를 강행하면 그런 말 하기가 쑥스러울 것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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