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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쉴수 없다"···컨테이너 희생 39명 대부분 베트남인 가능성

영국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 사건'의 희생자로 추정되는 베트남 20세 남성의 어머니가 26일 베트남 집에서 슬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 사건'의 희생자로 추정되는 베트남 20세 남성의 어머니가 26일 베트남 집에서 슬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에서 39명이 냉동 컨테이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트럭 운전자를 경찰이 기소했다. 살인 및 인신매매, 돈세탁 등의 혐의다. 경찰은 당초 희생자를 중국인으로 추정했으나, 베트남 출신이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20대 베트남인 여성이 “숨을 쉴 수 없어 죽을 것 같다"며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베트남인 실종자 신고가 2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불법 밀입국 알선 범죄 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지금까지 5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냉동 컨테이너 운전자 기소…5명 체포
아일랜드·영국·프랑스·벨기에 이동 확인
베트남 여성 "숨 쉴 수 없어. 미안해 엄마"
돈 벌러 영국행 선호…실종 신고 20여 건
밀입국 범죄조직 활개…사망후 비용 환불

 지난 23일(현지시간)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영국 남동부 에식스 경찰은 운전자 모리스 로빈슨(25)을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북아일랜드 크레이개번 출신인 로빈슨은 벨기에 제브뤼헤항에서 영국에 도착한 냉동 컨테이너를 대형 트럭에 연결해 몰았다가 체포됐다. 앞서 23일 오전 1시 40분쯤 런던에서 동쪽으로 32㎞가량 떨어진 에식스주 그레이스의 워터글레이드 산업단지에서 39명의 시신이 화물 트럭 컨테이너에서 발견됐다.
39명이 숨진 채 발견된 냉동 컨테이너를 영국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9명이 숨진 채 발견된 냉동 컨테이너를 영국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찰은 로빈슨이 몬 트럭을 불가리아에 등록했던 아일랜드 출신 조안나 마허(38), 토머스 마허(38) 부부도 체포했다. 트럭 수송업체를 운영해온 이들은 해당 트럭을 13개월 전 아일랜드 동북부 모나간주에 있는 업체에 팔았다며 오히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했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모나간주는 운전자 로빈슨이 살던 곳과 가깝다.
 
 경찰은 북아일랜드 출신 48세 남성을 런던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체포했다. 아일랜드 경찰도 20대 초반 남성을 더블린 항구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5명을 체포한 경찰은 아일랜드 국경 등에서 활동하는 인신매매 및 밀입국 알선 범죄 조직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벨기에 제브뤼헤항의 모습. 냉동 컨테이너는 아일랜드에서 대여된 후 영국 본토를 거쳐 유럽 대륙으로 넘어가 불법 이민자들이 대기하는 프랑스 북부 지역을 거쳐 이 항구로 이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 제브뤼헤항의 모습. 냉동 컨테이너는 아일랜드에서 대여된 후 영국 본토를 거쳐 유럽 대륙으로 넘어가 불법 이민자들이 대기하는 프랑스 북부 지역을 거쳐 이 항구로 이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냉동 컨테이너의 위성항법장치(GPS)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범죄의 윤곽은 드러나고 있다. 희생자들이 탄 냉동 컨테이너는 지난 15일 아일랜드 모나간주에 있는 ‘글로벌 트레일러 렌털'이라는 업체에서 한 아일랜드 남성이 빌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컨테이너는 15일 북아일랜드로 넘어갔다가 다시 아일랜드로 내려왔다. 이후 더블린을 떠나 웨일스 홀리헤드 항구를 통해 영국 본토로 진입했다. 16일 저녁 유럽 대륙으로 넘어간 뒤 프랑스 덩케르크와 릴, 벨기에 브뤼헤 등으로 이동했다. 17~22일 사이에 영국과 유럽 대륙을 두 차례 오가기도 했다. 덩케르크는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이들이 주로 머무는 지역으로, 알선 조직이 컨테이너 등에 사람들을 태우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밀입국 조직이 거액을 받고 냉동 컨테이너에 태웠을 것이라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실종된 베트남인 가족들이 애타는 사연을 밝히면서다. 희생자는 남성 31명, 여성 8명이다. 최저 영하 25도인 냉동 컨테이너에서 동사했거나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중국인으로 추정됐으나 상당수가 베트남일 수 있다고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팜 티 짜 미(26)가 지난 23일 오전 4시28분(베트남 현지시간) 어머니에게 "숨을 쉴 수 없어 죽을 것 같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트위터 캡쳐]

팜 티 짜 미(26)가 지난 23일 오전 4시28분(베트남 현지시간) 어머니에게 "숨을 쉴 수 없어 죽을 것 같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트위터 캡쳐]

 
 베트남에 본부가 있는 ‘휴먼 라이츠 스페이스' 측은 냉동 컨테이너가 벨기에에서 영국으로 가던 시기에 26세 베트남 여성 팜 티 짜 미가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짜 미는 “엄마 미안해. 외국행이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 사랑해 엄마.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것 같아. 미안해 엄마"라고 했다. 가족에 따르면 짜 미는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갔으며, 프랑스를 통해 영국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밀입국 알선 조직에 3만 파운드(약 4500만원)를 지불했다고 한다.
 
19세 여동생이 지난 22일 컨테이너로 들어가야 하니 휴대전화를 꺼야 한다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 베트남 남성이 밝히기도 했다. 동생과 연락이 끊긴 후 밀입국 알선 조직이 비용을 환불했다고 이 남성은 말했다. BBC는 영국 내 베트남 모임을 대표하는 ‘비엣홈(VietHome)’에 20명가량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실종자 연령대는 15~45세로 다양하다.
경찰이 3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를 이동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찰이 3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를 이동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종자로 신고된 20세 남성 응우옌 딘 르엉의 아버지는 지난주 아들이 영국으로 가려고 프랑스 파리에서 다른 사람들과 합류했다고 말한 후 연락이 끊겼다고 우려했다. 응우옌 딘 투라는 남성의 아버지는 BBC에 "아들이 빚을 갚기 위해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겠다며 떠났는데, 연락이 안 닿는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북부 지역에서 13가족이 “영국에서 자녀가 실종됐다”고 당국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당국도 밀입국 알선 조직 연루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영국 경찰은 희생자들을 모두 병원으로 옮겨 신원 파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분증 등을 갖고 있지 않아 시간이 걸리는 중이다. 지문과 유전자 조사, 문신이나 흉터 등 신체 특징을 활용 중이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위조 신분증을 갖고 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2000년 영국 도보항에서 중국인 58명이 숨진 채 발견된 컨테이너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2000년 영국 도보항에서 중국인 58명이 숨진 채 발견된 컨테이너의 모습. [EPA=연합뉴스]

 프랑스 검찰 관계자는 냉동 컨테이너에 밀입국자를 실어나르는 것은 베트남 조직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이들은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이들에게 냉동 컨테이너 온도가 영하 4도 정도라고 설명하지만, 항구에 도착하면 경찰의 조사를 피하려고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사망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유럽, 특히 영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 본국 가족에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BBC가 전했다. 영국은 영어를 쓰는 데다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아 아프리카나 중동 출신 이민자도 프랑스 북부에 머물며 영국으로 들어가려 애를 쓴다. 베트남 출신의 경우 영국 내 교포 사회가 탄탄하고, 베트남 식당이나 네일숍 등에서 일자리를 잡기가 쉽다고 한다.
영국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실종된 이들의 가족이 베트남 마을에 모여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실종된 이들의 가족이 베트남 마을에 모여 있다. [EPA=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영국행 밀입국 비용은 1500만원에서 많게는 7500만원까지 다양하다. 많은 비용을 내면 유럽 사업 비자를 주면서 항공편으로 파리까지 이동시키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있다. 적은 비용을 내면 중국이나 러시아, 동유럽 등을 거쳐 프랑스까지 이동한다.
 
 영국 입국이 마지막 관문이다. 갈수록 단속이 심해지자 냉동 컨테이너에 타는 등의 모험을 감행한다. 프랑스 북부에서 영국 밀입국 시도를 했던 시리아 출신 한 이민자는 “바다로 가면 빠져 죽을 수 있고 컨테이너를 타면 질식사할 수 있지만 포기할 수 없다. 어차피 시리아로 가면 죽은 목숨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영국으로 가야 한다"고 BBC에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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