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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깨부수는 병맛 센스···'어른들의 뽀로로' 펭수 만났다

인사하는 펭수. '펭-하'는 펭수 하이라는 뜻. [중앙일보]

인사하는 펭수. '펭-하'는 펭수 하이라는 뜻. [중앙일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선 환호성이 쏟아졌다. 사방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졌고, 팬들은 “어머 웬일이야”, “여기 좀 봐달라”며 열광했다. 출근길 ‘직캠’까지 등장하며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크리에이터 펭수(10)다.
 
지난 3월 데뷔한 이래 7개월 만에 30만 명에 육박하는 유튜브 구독자를 모았고, 주요 방송사는 물론 출판사·여행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부산에서 팬미팅까지 열게 된 EBS(교육방송) 연습생 펭귄이다.
 
민속촌에서 훈장님 흉내내며 신이 난 펭수.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민속촌에서 훈장님 흉내내며 신이 난 펭수.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秀), 남극 펭귄 중 가장 특별하다는 펭수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한국까지 헤엄쳐 왔다. 한국의 스타 펭귄 뽀로로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는데, 어느새 뽀로로를 넘어서 펭귄계 판도를 바꿀 기세다. 특히 어린이에 국한된 뽀로로의 ‘얇은’ 팬층과 달리 펭수는 2030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대체 펭수의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무엇보다 탄탄한 캐릭터다. 고향은 남극, 나이는 10살, 키는 210cm인 자이언트 펭귄. 뽀로로와 BTS(방탄소년단)을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고, 도착하자마자 EBS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이 됐다. 헤엄쳐 오는 중 스위스를 경유해 요들송을 배웠고, 랩·비트박스·댄스까지 못 하는 게 없는 재간둥이다. EBS 소품실에 살고 참치를 제일 좋아한다. 
 

스타 꿈꾸며 남극에서 온 펭귄 연습생 

[EBS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EBS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이처럼 구체적인 펭수의 ‘스펙’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낳았다. 혼자만 키가 커서 친구를 못 사귄 아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 하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성장담까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펭수에게 담겨있다.
 
10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입담과 특유의 ‘병맛’ 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애초 어린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탄생했지만, 펭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어른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위치 상관없이 똑같아야 합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똑같아야 하고요”라면서 EBS 사장의 이름을 거침없이 외치고, 갈팡질팡하는 20대의 고민을 듣고는 “주변 눈치를 보고 있구나.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라고 답해준다. 거침없이 권위에 도전하고, 자신의 생각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펭수에게 2030은 대리만족까지 얻는다.
 
EBS 아이돌 육상대회(이육대)에 참가해 불공정한 경기라며 항의하는 펭수.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EBS 아이돌 육상대회(이육대)에 참가해 불공정한 경기라며 항의하는 펭수.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펭수가 EBS에서 탄생한 캐릭터라는 사실도 팬들을 끌어당겼다. 펭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계기는 지난 9월 방송된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였다. 100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상파의 ‘아육대(아이돌 육상대회)를 패러디한 방송엔 뚝딱이, 뿡뿡이, 뽀로로, 짜잔형, 번개맨, 당당맨 등 역대 EBS 캐릭터가 총출동했다. 이들과 함께 성장한 과거의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잠시나마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권위 깨부수는 '병맛' 센스…2030의 EBS 향수도 자극

더구나 캐릭터들은 교훈적인 존재로만 머물러 있지도 않았다. 서열을 내세우며 ‘꼰대질’도 했고, 이기려고 반칙을 쓰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며 공정한 승부를 주장했다. 귀여운 뚝딱이가 나처럼 어른이 되어 현실을 비틀어주자 2030은 환호했다.
 
펭수의 띵언.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펭수의 띵언.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이런 기획이 고루한 줄만 알았던 EBS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반전 매력이 됐다. 시청자들은 “EBS가 예능에 굶주려 있었다”, “대체 무슨 약을 빨았냐”, “어른이 돼서 EBS 볼 줄은 몰랐다”며 즐거워했다.
 
돈이 필요할 때 펭수는 김명중 EBS 사장을 찾는다.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돈이 필요할 때 펭수는 김명중 EBS 사장을 찾는다.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캡처]

펭수의 인기에 EBS도 바빠졌다. 펭수가 시도 때도 없이 이름을 외친 김명중 사장은 EBS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에 방문했다가 “펭수를 뽀로로보다 더 유명한 월드 스타로 만들겠다”, “참치를 사주겠다”는 인터뷰까지 했다. 연말엔 펭수 굿즈도 내놓을 계획이다.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한 이슬예나 EBS PD는 “주인공 펭수는 착한 메시지만을 전하는 틀에 박힌 캐릭터가 아니라 당당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을 가졌다”며 “어른들도 좋아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어른 팬이 많아질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펭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감동·위로·교훈·웃음 등 다양하겠지만 남녀노소 모두 펭수와 친구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펭수는 '펭펭~'이라는 추임새를 잘 낸다. [중앙일보]

펭수는 '펭펭~'이라는 추임새를 잘 낸다. [중앙일보]

지난 23일 라디오 출연과 유튜브 촬영 등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펭수를 EBS에서 만났다.
 
다음은 마침내 우주대스타로 향하는 ‘참치길’ 위에 선 펭수와의 일문일답. 



펭수 "명중 사장님과 참치 식사 장담할 수 없어"
Q. 포털사이트 실검에 오르고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기분 정말 짜릿합니다. 인기 엄청 실감하고 있떠요.”
 
Q. 팬들이 펭수 목상태를 걱정해요. 건강은 괜찮나요?  
“제 목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건강은 일절! 하나도! 걱정이 없떠요.”


Q. EBS 소품실에서 지내는 거 불편하지 않아요?
“딱히! 일절! 조금도 불편하지 않아요. 2000평 소품실 전체가 제 공간이에요. 전 자고 싶은 데서 잡니다~. 놀고 싶을 때 놀고요.”


Q. 유튜브 구독자 목표가 있나요?
“목표를 100만, 이렇게 두고 합니꽈? 그럼 100만까지 밖에 못가요. 숫자는 그냥 가만히 두는 겁니다. 제가 열심히 하는 대로 올라가겠죠?”


Q. 김명중 사장님이 ‘펭수에게 참치를 사주겠다, 펭수를 글로벌 스타로 키우겠다’고 인터뷰를 했어요.
“김명중 사장님! 글로벌로 갑시다!! 그 다음은 우주로 갑시다!!! 어이!”
 
Q. 사장님과 참치는 언제 먹을 거예요?
“그건 명중 사장님도 저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제 스케줄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요. 저는 사장님 만나는 것보다 팬분들 빨리 만나야 하고요. 유튜브도 해야 하고요. 이게 더 중요합니다.”


Q. BTS와 같이 월드스타를 키워낸 큰 소속사로 이적할 생각은 없나요?  
“없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사장님 능력도 필요하지만 그걸 이뤄내는 건 방탄소년단, 그리고 펭수입니다.”


Q. 우주대스타로 성공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예요. 그게 꿈이고 그게 성공입니다.”


Q. 10살 펭수에게 위로를 받는 어른이 많아요. 어떻게 어른의 마음도 잘 알아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른인지 어린이인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Q. 앞으로 어떤 펭귄이 되고 싶나요.
“10살의 펭수. 저는 지금처럼 한결 같고 싶뜹니다.”


Q. 스트레스 받고, 지친 사람들이 펭수의 위로를 받고 싶어해요. 따뜻한 위로를 부탁해요.
“이게 진짜 어려운 일이에요.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응원을 해주는 거지 위로는 아니에요. 힘든데 힘내라, 이것도 어려운 일이거든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전 응원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펭러뷰 ♡”
 
이민정·김지혜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영상촬영 전민선 PD  
영상제작 조수진·김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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