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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성인병·만성질환도 기업이 보살피는 건강경영, 이젠 나라가 밀어줄 때

‘건강경영’. 중앙SUNDAY와 서울대 의대가 올 초 우리 사회에 던진 어젠더다. 초고령화 사회를 건강하고 활력있게 맞이하기 위해 직장에서 직원의 성인병과 만성질환 등을 관리하고 건강증진 활동도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중앙SUNDAY-서울대 의대 건강캠페인
국회서 ‘건강경영문화 원탁회의’
민·관·정 ‘건강100세회의’ 추진

초고령 시대 활력사회 만들려면
기업이 직원 건강증진 앞장서야

이 어젠더를 확산시키 위해 그동안 국회에서 관련 정책 세미나(4월)를 열고, 기업의 건강경영실태조사 결과(7월)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강경영지수 (WHI: Worksite Health Index) 평가를 진행하면서 이를 회피하려는 기업들과의 힘겨운 과정도 있었다. 그런데 언론과 대학이 협력한 이 건강캠페인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치권·학계와 선도 기업이 참여하는 사회운동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는 ‘건강경영문화 정착을 위한 국회 원탁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건강경영을 추진할 민관정협의체 및 실천조직인 ‘건강100세회의’를 구성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조직을 만들기 위한 추진위원회도 결성했다. 원탁회의는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제안하고,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과 김세연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최에 동참하면서 열렸다.  
 
또 원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호영(자유한국당) 의원도 회의에 찾아와 관심을 표명했다. 국민은행은 국내 1호로 건강경영기업을 선언했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재기 이사장은 건강경영과 ‘국민체력100’사업을 콜라보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초고령화 사회 솔루션은 ‘건강경영’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원탁회의는 ‘조국 정국’으로 경색된 상황에서도 세 명의 여야 상임위원장들이 협력해 빠른 속도로 준비했으며, 국감이 끝나자마자 열렸다.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의 활력을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공감 덕분이었다. 김 위원장은 “세계 각국에서도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건강경영을 독려하는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건강평등사회의 가치 실현을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OECD회원국 중에서 가장 근로시간이 길고 하루 한 명꼴로 과로사하는 직장인이 나오는 한국의 건강경영에 대한 관심은 걸음마 단계”라며 우려했다.
 
안 위원장은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영위하도록 전략을 세우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극이 17년이 넘는 우리 사회에선 이제 그 차이를 줄이는 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동조했다. 그리고 그 솔루션으로 ‘건강경영’의 중요성을 지목했다. “국민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부터 건강관리와 건강증진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에 국회가 제도적 방안을 구축하고 제도화하는 데 나서야 한다.”(안 위원장) “기업의 건강경영 동참은 필수적이며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 위원장) 상임위원장들은 국회에서의 입법노력과 함께 범부처의 협력을 끌어내는 방안도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건강경영 개념 없는 한국 기업들
 
중앙SUNDAY와 서울대 의대가 덕인원에 의뢰해 조사한 건강경영지수(WHI) 결과(그래픽 참조)를 보면, 한국 기업들이 건강경영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었다. 흔히 건강경영을 위한 기본 프로그램으로 제시되는 5개 분야 15개 세부 프로그램 중 우리 기업들은 건강검진을 제외하곤 모두 50% 미만의 제공률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제안하고,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기본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건강경영을 촉진하는 법률 제정의 필요성’ ‘직장건강공동체의 필요성’ 등을 묻는 질문에 80% 이상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날 발제를 한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기업들이 건강경영을 싫어한다기보다 방법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석곤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대표는 “우리도 혈압·혈당·비만 관리는 물론 심리상담, 힐링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안에서는 뭐가 효과적인지, 어떤 부분이 과잉인지 알기 어렵다”며 “건강 관련 각종 제도와 사업의 효과를 분석할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학적·구체적인 프로세스 필요
 
건강경영 원탁회의 참석자들. 강준호 서울대 교수, 한창수 고대 의대 교수, 변웅재 변호사, 강석곤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대표, 주호영 의원, 김세연 의원, 이종구 의원, 운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안민석 의원, 원혜영 의원, 양선희 대기자, 김지영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장, 박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책임연구원,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사진 왼쪽부터)

건강경영 원탁회의 참석자들. 강준호 서울대 교수, 한창수 고대 의대 교수, 변웅재 변호사, 강석곤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대표, 주호영 의원, 김세연 의원, 이종구 의원, 운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안민석 의원, 원혜영 의원, 양선희 대기자, 김지영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장, 박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책임연구원,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사진 왼쪽부터)

발제를 맡았던 양선희 대기자는 “기업의 모든 활동은 비용효율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건강경영도 최소의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체적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한 예로 1970년대부터 기업들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 운영을 강조했던 캐나다의 경우 건강경영 관련 프로그램은 풍부한 반면 효율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서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건강경영 프로그램은 각 조직별로 정확한 진단과 계획을 통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평가해 효율을 더 높이는 방법으로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에 대한 세밀한 접근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변웅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그리스가 금융위기 후 낮잠 제도를 폐지하자 근로자들의 성인병이 급증한 사례가 있다”며 “국민들의 습관과 문화 등을 고려해 미리 정책의 영향 등을 과학적으로 검토해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경영 관련 정책은 규제가 아닌 전형적인 인센티브 정책이라는 점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인센티브 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이날 원탁회의는 한국형 건강경영모델 개발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추진체로 ‘건강100세회의’를 구성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끝을 맺었다.
 

건강경영 눈뜬 일본, 초고령 사회 ‘평생 현역’ 돕는 정책 쏟아낸다

경제성 주도, 헬스케어 산업정책
민간 ‘일본건강회의’도 확산 한몫
우수 법인 표창, 우대 금리 등 다양

미 직장건강 챙기는 질병통제센터
건강경영 4단계 모델로 효율 높여 
 
직원 건강에 대한 기업의 의무를 성인병 예방·관리 등 일상적 건강관리로 확대하는 ‘건강경영 촉진 정책’은 미국·EU등 선진국뿐 아니라 웬만한 산업국가들에선 거의 도입하고 있다. 이 정책들은 정부의 강력한 주도 아래 민간 네트워크가 진단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의 협업 형태로 진행된다. 정책은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독려 형태가 일반적이다. 주요 산업국이면서도 건강경영 정책에 무관심한 한국은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외국의 사례 중 우리나라에서 주목할만한 건강경영 정책은 일본의 경우다.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일본의 건강경영정책은 비교적 최근인 2015년부터 시작됐다. 일본도 가부장적 문화가 지배적인 사회라는 점에서 기업이 직원의 일상적 건강까지 관리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건강정책의 중심과제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2018 일본 경제산업성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경영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를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사회보장비가 감소하고,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저하와 간호 이직에 의한 노동력 추가 저하’로 꼽았다.  
 
이들의 건강경영 목표는 ‘평생현역사회 구축’이다. 한마디로 초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층 인구를 경제활동 가능 인구로 전환하기 위해 직장에서부터 건강경영이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애당초 이들의 건강경영은 재정 문제와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만큼 추진방향도 ‘초고령사회 헬스케어 산업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추진 주체도 보건 관련 부처에서 추진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경제산업성이 주도한다. 또 같은 해 출범한 민간추진체인 ‘일본건강회의’를 통해 건강경영운동을 확산시키고, 민간과 행정기관의 협력을 통해 실효적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일본건강회의는 ‘마을과 직장의 건강증진’을 모토로 하며, 건강경영우량기업 선정 등을 주관한다. 또 이 같은 일본형 건강지수와 건강경영을 아시아권에 전파한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세우고 있다. 건강경영의 상품화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의 건강경영촉진책은 ‘건강경영표창제도’가 중심이다. 기업별 건강경영지수를 평가해 우수한 법인을 표창하고, 선발된 기업들은 이를 투자자 정보와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정보로 활용토록 독려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우대금리, 공공수수료 감액 및 면제, 장려금 또는 보조금 지급, 공공조달 가점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건강경영선언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민간보험회사들로 하여금 건강활동 실천 직원들에 대해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가장 포괄적이고 안정적인 건강경영 모델을 제시한다. 미국 직장건강증진(Workplace Wellness) 정책은 질병예방통제센터(CDC)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미1980년대부터 다양한 직장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시도하면서 그 효율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통해 건강경영문화를 정착시켰고, 검진·생활습관관리·질병예방관리 등의 영역에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미국 CDC가 제시하는 건강경영의 4단계 모델은 기업들이 최소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과정은 먼저 작업장 내 개인·조직과 환경을 평가(1단계)한 뒤 전문가들이 이에 적절한 계획과 관리방안을 만들고(2단계), 이에 따라 프로그램과 정책 및 인센티브 자원을 제공하며 실행하고(3단계),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생산성 및 건강증진 효과와 비용 등을 다시 평가(4단계)하는 과정을 통해 직장 내 건강경영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다.
 

직장 의무실이 약만 건네줘서야 … 보건소처럼 체계적 질병 관리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경영 중요하지만 부처 간 장벽
중소기업 위한 산단건강종합센터
산자부·고용부·복지부 협의해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직장 건강경영은 국민보건을 위해 진작부터 필요했다.” 김용익(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기업들엔 건강경영 개념이 없고, 산재직업병 관리에 머물러 있어 답답했다”면서 “이젠 기업들도 직원의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관리, 질병예방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때가 됐다”고 했다. 예방의학 전문가인 그는 ‘국가의 생애주기에 따른 평생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소신이 강하다. 그는 ‘생애주기별 건강관리’개념도까지 준비해 와서 설명했다.

 
외국엔 사회보험기구와 보험업계가 건강경영을 지원한다. 평생건강관리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데 왜 건보공단은 그동안 직장건강경영 노력을 안 했나.
“국민건강 문제 중에서 보건복지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학교보건과 직장보건이다. 현재 우리는 학교 건강검진이라도 우리가 맡기 위해 교육부와 협의 중이다. 그렇지만 직장보건은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우리가 건강경영 개념을 전파하거나 실천하고 싶어도 부서 간 장벽을 넘기 어렵다. 그게 국가 평생건강관리 서비스의 한계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와 직업병 관련 문제를 담당하고, 고혈압·당뇨병 같은 질환은 보건복지부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보통 보건소를 통해 질병을 관리한다. 그런데 직장인들은 시간상 보건소를 이용하기 어렵다. 결국 직장이 보건소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직장 의무실에선 아프면 약을 주는 정도만 하고 있다. 이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동안 학교와 직장 의무실의 보건소화를 주장했다.”
 
의무실의 보건소화란 어떤 것인가.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전문의를 두어 건강검진 결과를 통합관리하고, 직원의 질병을 추적 관리하면서 자기 직장에 적절한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고, 중소기업은 산업단지별로 국가가 보건소 기능을 하는 산단건강종합센터를 만들어 진단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를 맡는 빙안이다.”
 
이런 방안을 왜 실천하지 않나.
“이는 산단 관리를 맡고 있는 산업자원부 소관이다. 또 운영 문제는 산자부·고용부·복지부가 협의해야 한다. 학자로서 방안을 제시하지만 공공기관 관리자로서는 관할 부서가 다르면 이행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김 이사장은 “건강100세회의 같은 목표 지향적 사회운동이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돌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원래 같은 말을 100번은 들어야 개념이 생기는 만큼 이런 사회운동을 통해 기업들이 건강경영 개념을 이해하고 반응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창우 기자,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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