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로 울릉도 한 바퀴
![포항에서 출발한 선플라워호가 정박한 도동항.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910/26/4e25297a-f402-4b7f-94bc-b534f00e2dd9.jpg)
포항에서 출발한 선플라워호가 정박한 도동항. [연합뉴스]
울릉도 일주도로 56년 만에 완공
가파른 언덕길 많아 하이킹 힘들어
넘어지고 체인 빠지고 5시간 사투
관광객 급증, 올해 40만 명 넘어서
2025년 울릉공항 완공 땐 더 늘듯
제주도 전철 안 밟게 ‘친환경’ 주력
땅값 올라 평당 5000만원 넘는 곳도
2016년 4월, 제주도 해안 자전거도로(약 240㎞)를 완주하고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번에는 울릉도 도전에 나섰다. 총 길이는 44.2㎞로 제주도의 1/5 정도지만 업다운이 심한 언덕 구간이 많아 무척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기계의 힘을 좀 빌리기로 했다. 국내 최대 전기자전거 메이커인 EME코리아(회장 김홍식)에 부탁했다. 이 업체에서 수입·공급하는 프랑스제 배터리 충전식 자전거를 빌렸다.

전기자전거로 울릉도 일주를 한 정영재 기자. 정영재 기자
전기자전거는 전원을 켜지 않으면 일반 자전거와 똑같다. 애초엔 가장 힘든 언덕 구간에서만 모터가 밀어주는 힘을 빌리려고 했다. 그러나 도동항에서 울릉군청 쪽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부터 전원을 켜야만 했다. 배터리만 3kg이 넘는 전기자전거는 무거웠고, 등에 멘 배낭 무게도 만만찮았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불쑥 나타난 삼선암. 정영재 기자
북쪽 해안은 일주도로 2기 공사 구간이 많았다. 공사 중인 곳은 한 개 차선으로 마주 오는 차량과 교행해야 했다. 대형 버스가 앞에 나타났다. 교행이 힘들 것 같아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돌에 걸려 넘어졌다. 버스가 정지해 있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사고를 당할 뻔했다.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출발했는데 헛바퀴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체인이 빠져 있었다. 체인을 맞춘 뒤 다시 달렸다. 송곳봉을 지나자 고갯길이 시작됐다. 전기 기어를 최고(5단)에 놓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전기가 밀어주는 힘과 내 다리 힘을 합쳐 고갯길을 거뜬히 넘었다.

통구미마을 앞 거북바위에서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영재 기자
다음날 오전, 단체 관광객 틈에 끼어 버스 투어를 했다. 25인승 버스는 어제 내가 안간힘을 다해 달려온 코스를 거꾸로 되짚어갔다. 기사 겸 가이드 최진구씨의 친절한 설명으로 울릉도의 어제와 오늘을 알게 됐다. 울릉도에는 청동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조선시대엔 소개령이 내려 무인도로 지낸 적도 있다.
울릉도는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이다. 제주도가 완만하다면 울릉도는 가파르고 더 원시적이다. 평지가 거의 없어 깎아지른 비탈에 밭농사를 짓고, 오징어를 잡으며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70년대 인구가 3만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1만명이고, 70세 이상 고령자가 많다. 배편이 늘어나면서 관광객 증가세가 가팔라져 올해만 40만명을 넘을 거라고 한다. 지난해 울릉도 평균 땅값(공시지가 기준)은 전년보다 13.7% 올랐다. 도동항 쪽에는 3.3㎡(1평)당 5000만원 넘는 건물도 있다고 한다.
울릉도는 겨울에 폭설이 내리고 바람이 강해 웬만한 과목은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땅에 납작 엎드린 나물을 많이 재배한다. 울릉도 명물이 된 명이나물 외에도 부지깽이·삼나물·고비·섬더덕 등이 있다. 호박을 많이 키우고 호박엿이 유명해진 것도 그 이유다. 울릉산채영농조합이 운영하는 호박엿 공장 입구에는 큼지막한 호박 수백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호박을 가공해 엿·젤리·빵·잼 등을 만든다.

가수 이장희씨가 사는 ‘울릉천국’. 정영재 기자
버스는 울릉도의 유일한 평원인 나리분지로 달렸다. 나리분지 안에 민가와 교회가 있고, 너른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다. 하늘을 보니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리분지에서 12가지 약초의 씨로 빚은 씨껍데기술을 삼나물무침 안주 삼아 한잔 하는 게 울릉도 여행의 별미다.
오징어 안 잡혀 주민 반 이상 관광업

울릉도 한 바퀴
2025년에 완공되는 울릉공항은 관광객 편의뿐만 아니라 울릉도 주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호 울릉군청 공보팀장은 “응급환자가 수송 도중 배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육지에서 상(喪)이 나거나 대학 입시를 치를 때 주민의 고충은 말로 할 수 없었다. 악천후로 배가 못 뜨면 며칠간 발을 동동 구르는 관광객도 많았다. 공항은 울릉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난개발로 인한 쓰레기·범죄 등으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김명호 팀장은 “우리 군정 목표가 ‘꿈이 있는 친환경 섬’이다. 깨끗하고 살기좋은 섬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김병수 군수님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며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울릉도에 다시 올 것이다. 그때는 페달을 밟으면 전력이 발생하는 자가충전형 전기자전거나 전기 MTB(산악자전거)를 갖고 올 생각이다. 다리 힘을 키워 일반 MTB로 섬 일주에 도전할 마음도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