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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보다 짧네?" 다크웹 아동포르노 판결문 읽어보니(영상)

국제 공조수사로 검거된 희대의 아동 성착취 동영상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모(23)씨는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에 비해 세진 게 그 정도다. 한국의 법과 법원은 어떤 이유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중앙일보 청소년 채널 TONG TV(www.youtube.com/tong10)가 일반인들과 함께 판결문을 읽어봤다.
 

"중복 영상, 성인물은 올리지 마"

수사 과정에서 미국, 스페인, 영국 등의 아동 성학대 피해자 23명이 구출됐다. 영국의 소아성애자 매튜 팔더 박사(왼쪽)는 제 3자에게 아동을 강간하도록 협박하거나 부추겨 다크웹에 올리는 등 137건의 온라인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2017년부터 복역중이다. 영국의 카일 폭스(오른쪽)는 5세 소년을 강간하고 3살짜리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에 올라왔고, 가해자의 얼굴은 영상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영국 국가범죄청이 범죄자를 식별해냈다. [사진=AFP 연합뉴스/영국국가범죄청 제공]

수사 과정에서 미국, 스페인, 영국 등의 아동 성학대 피해자 23명이 구출됐다. 영국의 소아성애자 매튜 팔더 박사(왼쪽)는 제 3자에게 아동을 강간하도록 협박하거나 부추겨 다크웹에 올리는 등 137건의 온라인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2017년부터 복역중이다. 영국의 카일 폭스(오른쪽)는 5세 소년을 강간하고 3살짜리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에 올라왔고, 가해자의 얼굴은 영상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영국 국가범죄청이 범죄자를 식별해냈다. [사진=AFP 연합뉴스/영국국가범죄청 제공]

1, 2심 판결문 범죄사실에 따르면 손씨는 일반적인 브라우저로는 검색도 안 되고 IP 추적도 어려운 다크웹에 아동 포르노 전문 거래 사이트를 열었다. 회원들은 비트코인으로 성착취 영상을 거래했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손씨는 '성인 포르노'는 올리지 말라고 사이트에 공지했다.
 
사이트 회원은 128만여 명,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음란물은 손씨가 자백한 것만 총 8테라바이트. 파일 총 25만개, 중복된 영상을 제외하면 17만개로 세계 최대 규모다. 45%는 다른 데 없던 새로운 영상이다.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손씨 기소장웰컴 투 비디오 화면 캡쳐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기존 DB와 중복되지 않는 새 영상을 올리거나 친구를 가입시켜야 포인트를 받아 다른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아동 성학대물을 제작하고 공유하도록 범죄를 독려하는 구조였다.
 

"회원들이 올린 음란물도 많아 유리한 정상"

미국 법무부가 배포한 참고 자료 부분. 웰컴 투 비디오 인기 태그에는 PTHC(10세 미만 하드코어), Pedo(소아성애) 등이 포함됐다. 범죄 피해자 중엔 남녀불문 2~3살짜리는 물론 6개월 아기도 있었다.

미국 법무부가 배포한 참고 자료 부분. 웰컴 투 비디오 인기 태그에는 PTHC(10세 미만 하드코어), Pedo(소아성애) 등이 포함됐다. 범죄 피해자 중엔 남녀불문 2~3살짜리는 물론 6개월 아기도 있었다.

손씨는 평소 모아두었던 아동 성착취 영상 3055개 10GB 분량을 마중물 삼아 2015년 사이트를 열었다. 만 19세 때의 일이다. 이후 2018년 3월 5일 체포될 때까지 2년 8개월간 4억여원을 벌었다. 손씨가 올린 영상 중엔 '8 yo twin sister incest.avi'도 있었다. 8살짜리(8yo) 쌍둥이 자매 근친상간(incest) 영상이라는 뜻이다.  
원심 판결문 중 정상참작 부분.

원심 판결문 중 정상참작 부분.

1심 서울중앙지법 최미복 판사는 "회원들이 직접 올린 음란물이 상당수 포함된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적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제한 명령도 하지 않았다. 

 
판결문을 본 민현정씨는 "회원이 올린 영상이 있다는 게 정상 참작 사유가 되나? 회사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성희롱으로 신고당하는 마당에 이런 범죄를 저질러도 취업 제한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현우선씨는 "우리나라 굉장히 살기 좋은 나라였네, 범죄자들에게는…"이라고 꼬집었다.
 

"혼인신고로 부양할 가족이 생겨"

2심 판결문의 정상참작 부분. 1심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상당수 포함'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1심 판결문엔 없었던 어려운 어린시절에 대한 정삼참작이 추가됐다.

2심 판결문의 정상참작 부분. 1심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상당수 포함'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1심 판결문엔 없었던 어려운 어린시절에 대한 정삼참작이 추가됐다.

2심(서울중앙지법 재판장 이성복)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1년 6월 실형을 선고했고,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추가했다. 
 
그러나 2심의 정상참작 사유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2심 법원은 "범죄수익 대부분이 몰수보전 또는 추징보전처분을 통해 환수될 것으로 보이는 점, 2019.4.17. 혼인신고서를 접수하여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 등을 고려했다.
 
현우선씨는 "여자도 혼자서도 회사 다니면서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데 웃긴다"고 반응했다. 손씨가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날은 2심 판결 약 2주 전이다. 민현정씨는 "저런 범죄 사실을 알고도 결혼할 여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상참작을 받으려고 상대를 속이고 혼인신고를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대한 20대들의 리액션 영상은 tong TV(www.youtube.com/tong10)에서 볼 수 있다.
 

왜 한국은 솜방망이?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 폐쇄 화면. 사진 AFP=연합뉴스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 폐쇄 화면. 사진 AFP=연합뉴스

미국은 아동 포르노 잘못 공유했다가는 인생 종친다. 전직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은 이 사이트에서 1건 다운, 1회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5년 10개월)에 보호관찰 10년, 피해자 7명에 대한 3만5000달러 배상에 추징금 1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사이트 회원 2명은 수색영장이 청구되자 자살했다.

 
우리나라에선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 11조 2호). 소지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그러나 업로드하거나 판매한 경우에도 실제론 대부분 벌금형을 받는다. 이번 다크웹 관련 사건도 손씨 외에 징역형이 2건 있었지만 모두 집행유예였다. 다운로드 기록은 있으나 본인의 컴퓨터에서 영상을 삭제해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아동 성착취 영상을 소지하기만 해도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된 게 2008년이다. 10년 전에는 벌금조차 매길 수 없었다. 검찰은 이후 2012년에 처음으로 아동음란물 소지자를 기소했다. 이 때도 초범은 제외하고,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만 골라 5명을 약식기소했다. 검사가 약식기소할 경우 법원은 통상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내린다. 
 
나아가 법원까지 넘기지 않고 검사 선에서 봐주는 사례가 더 많다. 대검찰청 2016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동음란물 범죄자의 71%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죄를 지은 건 맞지만 검사가 보기에 사안이 경미해 재판에 넘기지 않고 내부 기록으로만 남겨둔다는 뜻이다. 이 경우 범죄 전과도 남지 않는다.
 
CBS는 미국 사법당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손씨의 강제송환을 공식 요청했다고 24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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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영상 전민선·김대원 PD, 박율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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