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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동아시아는 미사일 각축장…한반도 더 위험해졌다

미국이 INF조약을 종료한지 2주쯤 뒤인 8월 18일 신형 중거리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을 캘리포니아 산 니콜라스 섬에서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500㎞ 떨어진 표적에 명중했다. [UPI=연합뉴스]

미국이 INF조약을 종료한지 2주쯤 뒤인 8월 18일 신형 중거리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을 캘리포니아 산 니콜라스 섬에서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500㎞ 떨어진 표적에 명중했다. [UPI=연합뉴스]

유럽에서 시작한 중거리 미사일(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불똥이 드디어 동아시아로 튀었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오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중거리 미사일 배치 협의를 시작해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 고위 관리가 일본을 방문해 방위성과 외무성 등의 간부들과 신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논의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INF조약이 종료한 지난 8월 2일 호주에서 “냉전 시기 군축조약(INF조약)에서 탈퇴한 만큼 태평양 지역에 몇 달 안에 중거리 재래식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말한 지 두 달여만이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사일 각축전에 시동이 걸렸다.
  

피할 수 없는 북·중 미사일 위협
중·러, 한미동맹 틈새 노려 침범
한, 미·중 가운데 선택할 시기
중국에 약속한 ‘3 No’ 철회 마땅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의지에 중·러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에스퍼 장관의 미사일 배치 발언에 대해 관영 환구시보(8월 5일)를 통해 “한·일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어서도, 중국의 적이 돼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일이 미국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은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도 성토에 나섰다. 그는 21일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대화체인 샹산(香山)포럼에서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지역안보 불확실성만 고조시킨다”고 했다. 러시아는 더 거칠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8월 5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미국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국가는 잠재적 핵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INF가 무엇이기에 미국은 아태지역에 배치하려 하고, 중·러는 거친 말을 내뱉을까. INF조약은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합의한 양자 군축조약이다. 가장 성공적인 군축 사례다. 이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의 모든 지상발사 및 순항미사일을 폐기했다.
 
조약 성사 과정은 이렇다. 1970년대 소련은 미국과 전략 핵무기 균형을 달성했다고 판단하자 당시 신형 중거리 미사일인 SS-20(5000㎞)을 배치했다. 그러자 유럽이 불안해졌다. 이에 미국은 대응책으로 사거리가 짧은 퍼싱-2(1770㎞)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하면서 군축을 제안했다. 퍼싱-2는 정확도가 30m인 강력한 무기였다. 다시 불리해진 소련은 미국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런데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말썽을 일으켰다. 2008년부터 조약 위반인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다시 개발한 것이다. 미 오바마 행정부가 항의했지만, 푸틴은 2017년부터 핵탄두를 장착한 SSC-8(2500㎞) 미사일 100기를 배치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INF조약 위반’이라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푸틴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오히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했다. 화가 난 트럼프는 지난 2월 INF조약 탈퇴를 선언했고, 조약은 6개월 뒤 종료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의 INF조약 탈퇴는 러시아 반칙이 계기였지만, 더 깊은 배경은 중국 미사일이다. INF조약국이 아닌 중국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했고, 아시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엔 중거리 미사일이 없다. 해리 해리슨 주한 미 대사는 태평양사령관 시절 “중국이 INF조약 참가국이었다면 탄도 및 순항미사일 2000발 가운데 95%는 조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건국절인 지난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공개한 둥펑-26(4000㎞)과 둥펑-21D(3000㎞)는 한·미·일 모두의 위협이다. 중국은 중거리 미사일 500∼1150발과 핵탄두 280개를 갖고 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둥펑-26은 괌까지 날아간다 해서 ‘괌 킬러’로, 둥펑-21D는 ‘항모 킬러’로 불린다. 중국 동남쪽에서 백두산 인근까지 배치돼 있다. 백두산 뒤 퉁하기지의 둥펑-21D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돕기 위해 오는 미 항모를 겨냥한다. 이 기지의 둥펑-15(700㎞)는 한국 타격용이다. 중국은 이런 중거리 미사일로 한국과 일본의 생명줄인 해상수송로(이어도∼필리핀)를 2025년까지 장악하는 게 목표다. 중국이 설정한 제1도련선(일본 남단-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선) 안쪽으로 들어오는 미 항모를 핵탄두 미사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거부전략이다.
 
중국 목표가 실현되면 한·일의 무역과 에너지 수송은 중국 영향권에 들어간다. 동남아·인도·중동·아프리카·유럽의 수출입 물동량과 석유가 이 해상수송로를 통과해서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잃을 수도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은 일본·호주·인도 등과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다. 생존이 걸린 일본은 적극적이다. 미국과 중거리 미사일 배치 협상에 나선 이유다. 앞서 일본은 미국과 SM-3 블록2 요격미사일을 공동 개발해 이지스함에 장착하고, 해안에도 SM-3를 배치해 북·중 미사일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처지인 한국은 주저하고 있다. 이미 사드로 중국에 상처를 받아서다.
 
북한 미사일도 중국 못지않은 골칫덩어리다. 북한 미사일 1000발 가운데 200∼300발이 중거리다. 준중거리인 스커드-C(800㎞)와 노동미사일(1300㎞), 중거리인 무수단(4000㎞)과 화성-12(3700㎞) 등이다. 북한엔 핵탄두 30∼60개도 있다.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한·일을 압박하고 한·미동맹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가 동북아시아로 컴백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연합해 느슨해진 한·미동맹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지난 7월 러시아 정찰기가 중국 공군기와 연합훈련 도중 독도 영공을 침범하더니, 22일엔 정찰기·폭격기·최신예 전투기로 편조를 이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동해→남해→서해’를 돌며 한국을 포위 비행한 느낌이다. 중·러가 북한 뒤를 봐주며 대리전에 앞세우고 있다는 심증까지 든다. 여기에 편승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올해 말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더욱 험악해질 전망이다. 한반도가 안정되기는커녕 힘 대결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이 다시 가팔라지는데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많은 북·중 미사일을 독자 방어하겠단다. 그럴싸한 말이다. 하지만 국산 중고도 요격미사일은 2026년에야 개발된다. 고고도 방어엔 관심조차 없다. 이스라엘처럼 3∼4중 방어는 꿈이다. 국민을 보호할 생각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조만간 미·중 가운데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 더는 회색지대는 없어진다. 미국이 낫다면 중국에 약속한 ‘3No’(사드 추가 배치·한미일 군사동맹·미 미사일방어 MD체계 편입을 하지 않는다) 철회가 마땅하다. 다른 나라 요격체계라도 가져와 북·중 미사일을 막아야 한다. 한·미 미사일방어체계 통합은 효과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중국을 압박해 북한 비핵화 견인도 해봄 직하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선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 안보는 없는 법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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