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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미 깊은 강렬함…두 볼 붉게 물들이는 '윈터 워머' 아세요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28)  

아이스복. [사진 flickr]

아이스복. [사진 flickr]

 
한겨울 칼바람을 맞다가 어둑한 실내에 들어서 마주한 칠흑 같은 검은 맥주 한잔. 후각을 자극하는 커피와 초콜릿 향을 음미하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쓴맛에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고블릿잔의 맥주를 반 정도 마셨을 때 내 안의 무엇인가가 순환하면서 온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순간을 맞이한다. 한 모금, 두 모금 삼킬 때마다 두 볼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는 겨울밤. 고도수 맥주가 주는 온기는 커피나 차, 또 다른 주류에서 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겨울이 한 발 앞으로 다가오면서 포근한 겨울옷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때. 지금이 본격적으로 겨울 맥주를 준비할 때다. 알코올 도수 10도를 넘나드는 고도수 맥주는 대부분 오래 묵힌 후 마실수록 풍미가 깊어진다. 겨울의 문턱에 쟁여놓으면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내내 든든하다.
 
겨울에 몸을 덥혀준다는 의미에서 윈터 워머(Winter Warmer)라고도 불리는 고도수 맥주는 대부분 8~12%의 알코올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마시는 맥주인 페일 라거의 2배 정도다. 고도수 맥주들은 알코올 함량이 높은 만큼 이와 균형을 맞추는 다른 풍미들도 깊게 드러난다. 도수가 높은 맥주들도 국가, 재료, 양조 방식에 따라 다양하다.
 

씁쓸한 맛을 즐긴다 -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발틱 포터(Baltic Porter)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고도수 맥주 중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가장 널리 만드는 대중적인 스타일이다.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풀네임은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다. 1700년대 영국에서 러시아 황실에 수출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국에서 러시아까지 배를 타고 가면서 맥주가 얼거나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스타우트 맥주의 도수를 높이고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많이 넣어서 양조했다.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시장에 널리 퍼지면서 맥주 업계에서 임페리얼은 ‘세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임페리얼 IPA이 그런 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검게 구운 보리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만큼 초콜릿, 커피, 태운 곡물, 캐러멜 등과 같은 풍미가 지배적이고 홉에서 나오는 쓴맛이 균형을 맞춰준다. 묵직한 바디감도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특징이다.
 
국내에는 미국 노스코스트 브루잉의 올드 라스푸틴(9%), 파운더스 브루잉의 브렉퍼스트 스타우트(8.3%) 등이 알려져 있다. 미국 스톤 브루잉에서 커피를 넣어 양조한 임페리얼 스타우트인 에스프레소 토탈리테리언(10.6%)도 출시됐다. 국내 양조장 맥주로는 핸드앤몰트의 마왕(9.5%), 고릴라 브루잉의 킹콩 임페리얼 스타우트(11%) 등이 있다. 
 

스톤 에스프레소 토탈리태리언. [사진 스톤브루잉]

 
발틱 포터 역시 영국에서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도수 맥주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해 인근 국가들에 수출됐다. 운송 과정에서 맥주 맛을 보존하기 위해 도수가 세졌고 홉도 많이 들어갔다. 일반 맥주보다 바디감, 풍미, 도수가 크게 강하지만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비해서는 쌉쌀한 맛이 덜하고 상대적으로 향도 단순하다. 발틱 국가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뽀할라 양조장의 발틱 포터들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복합적인 건과일의 풍미 - 아이스복(Eisbock), 벨기에 다크 스트롱 에일(Belgian Dark Strong Ale)

독일이 고향인 아이스복은 우연히 탄생했다. 한 양조장에서 실수로 맥주가 얼게 됐는데 이때 물과 알코올이 분리된 것을 발견했다. 물과 알코올의 어는점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후 맥주를 낮은 온도에 보관해 얼음을 제거하고 알코올을 분리해내는 방법으로 도수 높은 아이스복이 만들어지게 됐다. 물을 끓여 수분을 날리는 방법으로 꾸덕꾸덕한 조림 반찬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려서 수분을 없애기 때문에 무거운 느낌의 액체가 만들어졌다.
 
아이스복은 국내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맥주 스타일 중 하나로, 독일식 밀맥주를 얼려서 만든 아벤티누스 바이젠 아이스복(12%)이 유일하다. 건포도, 건자두, 바나나 등의 과일향을 느낄 수 있고 캐러멜, 물엿과 같은 단맛이 묵직하게 입안을 감싼다. 
 

아벤티누스 바이젠 아이스복. [사진_flickr]

 
유럽의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은 건과일의 풍미를 물씬 느끼면서도 후추와 같은 느낌, 보리의 단맛 등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맥주 스타일이다. 수도원 맥주들을 도수로 구분하는 방식에 따라 ‘쿼드 루펠(Quadrupel)’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엥켈(Enkel)-두벨(Dubbel)-트리펠(Tripel)-쿼드루펠(Quadrupel) 순서)
 
시메이 블루(9%), 라트라페 쿼드루펠(10%), 로슈포르 10(11.2%) 등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로슈포르10. [사진 wikimedia commons]

시메이 블루. [사진 flickr]

시메이 블루. [사진 flickr]

 
이밖에 보리의 묵직한 단맛을 깊게 느낄 수 있는 고도수 맥주인 발리 와인(Barley Wine), 스카치 에일(Scotch Ale) 등도 윈터 워머로 적격이다. 이들 윈터 워머 맥주는 실온에 보관했다가 마셔야 깊은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스타일이 규정된 맥주들 외에도 전 세계 양조장에서는 IPA의 도수를 높이는 등 다양한 고도수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이들 맥주에 얽힌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홀짝홀짝 마시면 한겨울 냉기가 싹 사라질 것이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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