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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자’가 ‘남은자’의 모임 참석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4)

퇴사한 직장의 동료가 결혼을 알려왔을 때 대부분 참석을 고민한다. 연락이 뜸해 관계가 멀어졌고, 내 자신의 위치도 확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퇴사한 직장의 동료가 결혼을 알려왔을 때 대부분 참석을 고민한다. 연락이 뜸해 관계가 멀어졌고, 내 자신의 위치도 확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얼마 전 예전 회사 동료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퇴사 후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회사 다닐 때 함께 야근하며 추억을 쌓았던 동료였다. 그 친구와 우리가 만약 퇴사하게 된다면 다음에는 이렇게 야근이 많은 회사엔 다신 가지 말자고 푸념을 늘어놓곤 했다.
 
결론적으로 그 친구는 아직 남아있고, 나는 회사를 떠났다. 사실 결혼식 초청장을 받고 갈지 말지 한참을 망설였다. 회사 퇴사 이후 연락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몇 번을 만났지만, 도통 이야기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 그 친구가 회사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직원 입장이 아닌 회사 또는 대표 입장이 먼저 이해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직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데 내가 직원이 아닌 사장 입장에서 듣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만남 자체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식을 갈지 말지 망설였던 진짜 이유는 대차게 회사를 박차고 나왔는데 무언가 잘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참석할 예전 회사 동료들 앞에 나서기엔 아직 이른 느낌이 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평소보다 한껏 멋을 부리고, 이별한 첫사랑 만나러 가는 마음처럼 설렜다. 역시나 결혼식에는 예상대로 예전 회사 동료가 하객으로 많이 와 있었다.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무언가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떠난 자’와 ‘남은 자’ 사이에 흐르는 말로 표현 안 될 서먹함이랄까.
 
나는 그들에게 “잘 버티고 있지요?”라고 했고, 그들 대부분도 역시 나에게 “회사 나가서 잘 버티고 있나요?”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분명 주고받은 인사말이 같은 내용이지만 느끼는 감정은 서로 달랐을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물은 ‘잘 버티다’는 아마 야생에서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냐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나가서도 혹 후회는 하지 않는지, 나가도 진짜 잘 버틸 수 있는지 호기심 반, 부러움 반이 담긴 질문처럼 느껴졌다.
 
사실 사업이 잘 안 되었다면 결혼식은 당연히 참석을 안 했을 것이다. 보기 좋게 회사를 박차고 나가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상당히 민망했을 터.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 내 결심과 결정이 옳았다. 봐라, 회사 나와도 이렇게 잘살고 있다’며 허세도 부리고 싶었기에 결혼식에 와있는 것이다.
 
동료들은 회사가 2년 동안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사실 사람들도 변하고 조직개편도 했지만 그냥 언제나 같다고 대답했다. 도대체 무엇이 변해야 변했다고 느끼는 걸까 [사진 pixabay]

동료들은 회사가 2년 동안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사실 사람들도 변하고 조직개편도 했지만 그냥 언제나 같다고 대답했다. 도대체 무엇이 변해야 변했다고 느끼는 걸까 [사진 pixabay]

 
요즘 어떠냐는 내 질문에 그들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사실 예전 회사는 내가 떠나 있던 2년 동안 상당히 많이 변해있었다. 승진차수에 있던 사람은 자연스레 승진했고, 신규 사업 부서가 신설되는 등 조직개편도 이루어졌다. 직원 복지도 크게 늘어 야근을 금지한 사내 규정도 생겼다고 한다.
 
이런데도 그들은 변하게 하나도 없다고 한다. “태호씨, 있을 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지요. 태호씨도 알다시피 뭐 여긴 늘 똑같잖아요. 태호씨처럼 용기없으니 우린 남아있는 거지요.”
 
그들은 도대체 무엇이 변해야 정말 변했다고 느끼는 걸까? 나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들과 똑같이 쳇바퀴 회사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곤 했다. 조직 내에서도 변화를 가장 앞장서 주장하던 진보적인 직원으로 꼽혔었지만, 또 그 뒷면에는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나오는 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존재했다.
 
회사원이 아닌 지금의 나는 오늘과 내일의 일이 다르다. 오늘 일과 내일 일이 같을까 봐 두렵기도 하니, 일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 많이 바뀌었다. 회사라는 굴레에서는 적당하게 선을 넘지 않는 범주 내에서 나를 어필했다면, 회사 굴레를 벗어난 지금은 남들이 정해놓은 선을 뛰어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 어색함과 서먹함 때문에 결혼식만 보고 밥도 먹지 않은 채 서둘러 식장을 나왔다. 몇몇 예전 동료들과 성공해서 보자는 멘트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들에게 성공은 직장 내에서 승진일 수도 있고, 나처럼 쳇바퀴 굴레를 용기 내 벗어던지고 직장 밖으로 나오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나에게 말한 성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다음 이런 모임이 피하는 자리가 아닌 오늘처럼 참석할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 아닐까 싶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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