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수능, 외고·자사고, 정시 확대…‘갈지(之)자’ 걷는 문재인 교육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고1 딸을 둔 이모(44‧서울 양천구)씨는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이씨의 자녀는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지원을 위해 내신 성적과 교내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에 고1부터 정시 비율이 늘어난다면 딸의 대입이 한결 힘들어질 것 같아서다.
 
그는 “지난해 전국이 떠들썩하게 대입을 개편해 올해는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또 달라지는 거냐”며 “매년 대입이 달라지니 너무나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학 특혜 의혹에 문 대통령이 “대입 공정성을 제고하라”(9월 1일)고 지시하면서 불거진 ‘정시 확대’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학종 개선에 집중하겠다”며 정시 확대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 개선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익명을 요청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계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교육 정책의 주요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우려하던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대선 후보 당시 문 대통령은 교육 공약으로 “수시 비중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TV 토론에서 다른 후보가 “정시 확대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수시 비중이 준다고 정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는 답변을 했다. 
 
교육계에선 “앞뒤가 안 맞는다”“대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시·정시로 구분되는 대입에서 수시가 축소되면 정시 비중은 커지는 게 당연한데도 모순된 답변을 고집했다는 취지다. ‘수시 축소’ 발언에 대한 진보교육계의 비판이 높아지자 교육공약집에는 ‘수시 축소’ 대신 ‘사교육 유발 수시전형’ 개선으로 수정됐다.
 

수능 평가방식, 고교체제 개편도 오락가락 

현 정부는 대입 수시‧정시 비중뿐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 등에서도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정부 출범 후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건 수능 평가 방식이었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공약에 따라 2021학년도 대입 개편을 추진했다. 수능 일부 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1안, 전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 중 하나를 택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변별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부는 대입 개편을 1년 유예했다. 당시 김상곤 장관은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데, 이듬해 치를 지방선거를 의식한 당‧청이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은 대입 정시‧수시 비중, 수능의 절대평가 여부가 겹쳐서 갈등이 한층 심각해졌다. 개편 논의가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로, 대입특위와 공론화위를 거쳐 결국 시민참여단으로 떠넘겨지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결국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상향하는 선에서 결론 나자 진보‧보수 양측으로부터 “정부의 눈치 보기가 사회 갈등만 키웠다”“철학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고교체제 개편에서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애초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고·자사고를 일괄 폐지하자”는 전교조·진보교육감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5년 단위의 학교별 평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내년도 외고‧자사고 평가 후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고교체제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달 9일 문 대통령이 “고교서열화를 포함한 교육개혁”을 주문한 뒤 당‧정‧청협의회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전환 방식’을 제안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갈지(之)자’ 교육정책에 진보·보수 모두 비판

22일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공언하자 상당수 교육단체가 이념적 성향과 상관없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백년지대계’가 돼야 할 교육이 매년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2일에 이어 23일도 비판 성명을 냈다. 전교조는 “정시 확대는 공교육의 포기 선언이고,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교육이 한낱 국면타개용 제물이 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라고도 했다.
 
정시 확대를 지지하던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제도가 달라지는 것은 정치 개입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정책이 정치적인 요구 때문에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은 공정성만큼 예측 가능성도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제도가 매년 달라졌다”며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교육제도가 정권에 따라 휘둘리는 것을 막겠다는 공약은 아직 유효한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