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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폭격기 태안 서쪽까지 접근, 중국은 앞마당 내주며 묵인

22일 한국을 포위비행한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95MS. [사진 일본 방위성]

22일 한국을 포위비행한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95MS. [사진 일본 방위성]

22일 러시아가 6대의 군용기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5시간50분 동안 무단진입한 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사전에 치밀한 계산을 끝낸 뒤 계획한 항로를 따라 KADIZ를 넘나들었다는 분석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치밀했던 동·서·남해 카디즈 진입
한반도 포위비행은 정치적 위협
일본과 분쟁 땐 열도 주변 돌아
러 “정례 비행” 정기적 남하 예고

군 소식통에 따르면 23일 국방부에서 열린 한·러 합동군사위원회의에서 한국 측이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하자 러시아 측은 “문제될 만한 비행이 아니었다”고 응대했다.  
 
이는 “영공 침범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훈련을 했다”는 전날 러시아 국방부 입장과 동일하다. 
 
러시아 군용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러시아 군용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에서 주권을 인정하는 영공과 다르다. 지난 7월 23일 러시아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는 다른 경우다. 러시아 국방부가 22일 저녁 “국제규범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밝힌 근거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KADIZ 불인정은 앞으로도 동·서·남해 상공에 그어진 한국 공군의 영향력을 무시하겠다는 공언인 데다 이번엔 수도권으로 향하는 서해로 전략폭격기를 보냈다는 점에서 향후 러시아의 집요한 ‘공중 남하’ 압박의 예고편이란 우려가 나온다.
 
◆“태안반도 서방은 처음”=군 관계자는 이날 “러시아 군용기가 몇 차례 서해로 들어왔지만 태안반도 서방까지 올라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해로 들어온 러시아 군용기는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Tu-95MS 2대였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Tu-95MS는 항속거리가 1만5000㎞이고, 탑재한 Kh-55 공대지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0㎞로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서울과 수도권을 자국 전략폭격기의 사정권 안에 두고 있음을 말없이 알리고 간 셈이다.  
 
서해로 날아오면서 러시아 편대는 KADIZ만 아니라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에도 진입했지만 중국의 공식 반응은 없었다. 군 관계자는 “중국에서 긴급출격한 전투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앞마당으로 간주하는 서해에서의 러시아기 진입을 묵인했음을 뜻한다. 중·러의 사전조율이다.  
 
◆한반도 포위=러시아 전략폭격기 편대는 동해→남해→서해로 들어온 뒤 다시 거꾸로 되돌아 나갔다. 지도에서 그려보면 알파벳 U자처럼 한국을 포위한 모양이다. 김형철 전 차장은 “포위비행은 작전적으로 큰 의미는 없지만 상대를 위협해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전략폭격기 포위비행을 일본에 여러 차례 써먹었다. 2011년 9월 8일 Tu-95 2대가 일본 열도를 크게 돌아서 비행했다. 러·일 간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부근 상공에서 공중 급유를 받아 14시간을 비행했다.
 
러시아 군용기 6대 KADIZ 진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 군용기 6대 KADIZ 진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앞으로 계속 보낸다=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은 KADIZ 침범을 놓고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빌려 “러시아 공군의 Tu-95MS 2대가 동해·서해·동중국해 해역의 공해 상공에서 정례비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지난 7월 23일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KADIZ를 무단진입하고, 독도 영공을 침범했을 때와 표현이 달라졌다. 당시는 ‘연합 초계비행’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번엔 ‘정례비행’이다. 앞으로 계속 오겠다는 뜻이다. 김형철 전 차장은 “정례비행은 매달 또는 분기별로 비슷한 훈련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러시아가 분기마다 비슷한 포위 비행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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