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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11년 걸린 121골, 손흥민은 9년

손흥민. [EPA]

손흥민. [EPA]

“우리(한국)는 손흥민(27·토트넘) 보유국이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즈베즈다전 2골
2010년 데뷔 이래 꾸준한 활약
빠른 발 활용 전성기 차범근 연상
28일 리버풀전 신기록 수립 관심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9~20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B조 3차전에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를 5-0으로 대파한 직후 관련 기사에 올라온 댓글이다. 정말 많은 이들이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했다. 손흥민에 대한 팬들의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손흥민은 이날 2골을 몰아쳤다. 전반 16분 에릭 라멜라(27·아르헨티나)의 크로스를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44분에는 탕기 은돔벨레(23·프랑스)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시즌 4호, 5호 골. 토트넘도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1무1패 끝에 첫 승리를 신고했다. 3전 전승의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이어 조 2위다.
 
이날 멀티골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손흥민이 유럽리그에서 기록한 개인 통산 120, 121호 골인데, 그는 이로써 차범근(6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유럽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121골)과 동률을 이뤘다. 차 전 감독은 1978년 독일로 건너간 뒤 11시즌에 걸쳐 이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손흥민은 2010년 함부르크에서 시작해 레버쿠젠과 토트넘을 거치며 9년 만에 ‘차붐’을 따라잡았다. 또 하나, 그를 높이 사야 할 대목은, 큰 부상 없이 매 시즌 꾸준히 활약했다는 점과 오른발(64골), 왼발(50골), 머리(7골)까지 ‘온몸이 무기’라는 점이다.
 
이날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은 ‘갈색 폭격기’라 불리며 빠른 발로 유럽을 휘저었던 차 전 감독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은돔벨레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볼을 빼앗는 장면을 목격한 그는 왼쪽 터치라인을 따라 질주를 시작했다. 센터서클 뒤에서 출발했지만, 50m 남짓한 거리를 육상 단거리선수처럼 내달렸다. 그리고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까지 무력화한 뒤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 유럽 121골 분석

손흥민 유럽 121골 분석

현지에서도 놀라운 스피드와 날카로운 득점력을 보여준 손흥민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BBC는 그를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한 뒤, “명실상부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A매치를 마치고) 선발로 돌아온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이 하이클래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칭찬했다. 풋볼 런던은 그를 “토트넘 대승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고, 익스프레스는 “놀라운 스피드와 넘치는 에너지는 다른 선수들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토트넘의 중심에 서서 최고 순간을 끌어냈다”고 극찬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만점(10점)에 가까운 평점 9.8점을 줬다. 홈 관중은 손흥민이 후반 22분 에릭 다이어(25)와 교체돼 벤치로 향하는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본부석 건너편으로 그라운드를 벗어난 그는 벤치로 향하면서 관중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손흥민은 경기 후 현지 미디어 인터뷰에서 “차범근 감독님은 나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너무나 위대한 분”이라며 “앞으로도 차 감독님과 (박)지성이 형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발롱도르 30인 후보군에 포함된 데 대해서는 “축구 선수로서 발롱도르를 받는 건 누구나의 꿈”이라며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상에 근접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토트넘은 29일 리버풀과 리그에서 만난다. 올 시즌 리버풀은 9경기 무패 행진(8승1무) 중이다. 손흥민이 리버풀 골문을 열면서 ‘차붐’을 넘어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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