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안장원 기자 사진
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현금부자들만 위한 잔치…한남3구역 ‘꼼수’ 수주전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재건축 재개발 시장이 '돈 전쟁' 판으로 전락했다.

재건축 재개발 시장이 '돈 전쟁' 판으로 전락했다.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마차가 말을 끈다. 서울 용산구 한남3재개발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을 비롯해 요즘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 ‘공정’이란 화두를 남긴 ‘조국 사태’의 여진마저 느껴진다.  

재개발 임대는 공익사업으로 건축
재건축 활성화 위해 통매각 허용
시행사 행세하는 시공사
현금부자들만의 리그 '스카이박스'

 
임대주택 하나 없는 그들만의 아파트, 돈이 없으면 꿈도 못 꾸는 분양, 투기를 자극하는 '로또'.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연합뉴스]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연합뉴스]

관련 법령을 따지면 전혀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제도가 추구하는 취지가 돈의 논리에 훼손되고 본질은 버려졌다.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사진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감도. 대림산업. [각 업체]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사진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감도. 대림산업. [각 업체]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입찰에 제안한 임대 없는 아파트는 조합이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처분하는 식으로 가능하다. 2018년 8월 국토부는 ‘재개발임대주택을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지’를 물은 민원 질의에 “조합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구청장에 신고한 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민간임대주택은 자격 제한이 없고 임대기간 8년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면 일반아파트가 된다. 임대기간 중에도 사실상 무늬만 임대다. 한남3구역 일대 시세로 보면 무주택 실수요보다 경제력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금자리를 사업 수주를 위해 왜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개발 임대는 재건축 단지에 들어서는 임대주택과 성격이 다르다. 재개발은 법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의 재산을 강제로 수용해 개발할 수 있는 공익사업이다. 재건축은 수용권이 없고 소송을 거쳐야 하는 매도청구권만 있다. 
 
재개발 임대는 의무적으로 지어야 한다. 공공임대 성격이 짙어 서울시는 매입해 이를 해당 구역 세입자, 저소득가구 대학생, 도시계획 철거민 등에게 주거안정 목적으로 임대한다.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사진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감도. 현대건설. [각 업체]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사진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감도. 현대건설. [각 업체]

민간사업인 재건축에 원래 임대건립의무가 없다가 노무현 정부 때 위헌 논란을 겪으며 잠시 생겼다가 폐지됐다. 그 이후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을 완화 받는 조건으로 용적률 증가분의 일부를 임대로 지어 서울시에 매각하고 있다. 재건축 임대는 조합 선택이다. 경기도 과천 등 일부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 완화를 받지 않고 임대주택을 안 짓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매입하게 법에 명시돼 있는 재건축 임대와 달리 관련 법령은 재개발 임대에 대해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서울시장이 매입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림산업은 이 여섯 글자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서울시는 "서울시장에게 매입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매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강남구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조합과 송파구 잠실동 진주 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 통매각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찾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이나 이 가격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임대사업자에게 팔 때 가격 제한이 없다.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도 이런 구상을 제시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 일반분양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청약 제한 없이 통분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재건축 활성화 위해 임대사업자 통매각 허용 

 
실제로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7년 일반분양분을 모두 임대사업자에게 넘기로 했다. 현재 이 단지는 공사 중으로 준공하면 임대사업자가 인수해 민간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일반분양분의 통매각은 2011년 미분양을 해소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 2015년 재건축·재개발에도 길이 열렸다. 사업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였다. 
 
1974년 지어진 강남아파트는 1995년 재건축조합을 설립하고 15년 전인 2004년 재난위험시설물(D)로 지정됐을 정도로 낡았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져 시공사가 네 차례나 바뀌면서도 진척을 보지 못하다 2017년 임대사업자 매각으로 활로를 찾았다. 재건축 수렁에서 구한 임대사업자 통매각이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로 쓰이고 있다.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사진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감도. GS건설. [각 업체]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사진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감도. GS건설. [각 업체]

GS건설이 한남3구역 입찰에 ‘3.3㎡당 일반분양가 7200만원, 조합원 분양가 3500만원’을 제시했다. 국민주택 규모 일반분양분이 24억원대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청약가점이 높아 당첨 확률이 높아도 엄두를 내기 힘든 금액이다. 분양가 9억원 초과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분양받으려면 계약금중도금으로 10억원 이상을 여윳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현금 부자’만 분양받을 수 있다.  
 
일반분양가와 가격 격차로 조합원은 3.3㎡당 3700만원을 앉아서 버는 셈이다. 국민주택 규모이면 차액이 12억원가량이다.  
 
이들 조건은 업계 내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업계가 극구 반대해온 분양가상한제를 부르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한제 적용 주택은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할 수 없다. GS건설은 분양가 보장 전제조건으로 '상한제 미시행'을 뒀다.  
경기장 스카이박스.

경기장 스카이박스.

한남3구역 수주전에선 시공을 맡기는 시행사(조합)와 도급 받아 짓는 시공사의 역할이 뒤바뀌었다. 시공사가 시행의 범위인 분양가 결정, 이주비, 설계 등을 감 놓겠다, 배 놓겠다며 월권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입이 벌어지는 제안을 하며 사업을 쥐락펴락하려 한다. 

낡은 주거지를 개선하는 정비사업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 ‘돈 전쟁’이 심해지면서 재건축·재개발은 자금력 있는 사람이나 업체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  

'조국 사태’가 좌절을 낳고 정치·사회적 광장을 쪼갰듯 한남3구역 수주전은 주택시장의 단절과 소외를 보여준다.
 
정의론의 대가인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은 자신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스카이박스화’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약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스카이박스는 경기장 관람석에 별도로 마련된 고가의 특별석을 말한다.  
 
안장원 건설부동산팀 기자

안장원 건설부동산팀 기자

재건축재개발이 건설업계와 주택시장에 스카이박스를 짓고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