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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면접기] 술마시고 흥에 겨워 대답했더니, AI 왈 "신뢰 못함"

용하다는 타로카페에 가서 타로점을 보고 나온 기분이었다.
AI면접을 본 다음 날 받은 ‘평가표’에는 숨기고 싶었던 기자의 ‘성향’들이 꽤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타로마스터가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줄 때 고개를 끄덕였듯이, AI면접이 평가한 나의 성향 분석을 보면서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체험한 것을 안다는 듯이 ‘의욕이 없음’ ‘욕심이 없음’ 이라고 평가한 부분에서는 “헉-” 소리가 나기도 했다. AI면접관은 어떻게 약 1시간 만에 기자의 속내를 눈치챘을까.
 

올해만 대기업·관공서 170여개 AI면접 실시 

AI면접 진행 순서 표. 사전 세팅부터 최종 제출까지 1시간 조금 넘게 소요된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면접 진행 순서 표. 사전 세팅부터 최종 제출까지 1시간 조금 넘게 소요된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면접은 최근 채용 시장에서 급하게 ‘핫해진’ 단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주요 대기업과 관공서, 금융기관 등 170여개 기업에서 서류전형 이후 AI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취업시장 뿐만이 아니라 경복대와 같은 대학에서는 수시면접으로 AI면접을 활용했다. 
 
불과 1~2년 만의 변화다. 채용 비리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이슈가 됐던 데다가, 학력과 같은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며 AI면접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감정’과 ‘선입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반면 AI면접은 면접관들의 ‘감정’과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응시자의 무의식적 반응과 성향을 분석해 “이러이러한 직무에 적합하다”는 것을 제시해 준다. 최근 AI면접은 면접 후 결과를 A, B, C 등급으로 매기고 구체적인 점수까지 채점한다. 
  
그렇다면 AI면접은 ‘스펙’ 대신 지원자의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 걸까. 
이걸 몰라서 취업준비생 중 상당수가 컨설팅 업체에 수십만원을 주고 상담을 받기도 한다. 그 중에는 ‘엉터리’도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자가 직접 현행 170여개 기업에서 실시하는 AI면접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 ‘마이다스아이티’에 직접 찾아가 AI면접을 보고, AI면접의 판단 기준과 어떻게 하면 더 ‘잘’ 볼 수 있는지 팁까지 챙겨 그 후기를 풀어내기로 했다.  
 

면접보다는 '성향테스트'에 가까워

AI면접관은 얼굴 표정과 목소리 톤을 분석해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을 파악한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면접관은 얼굴 표정과 목소리 톤을 분석해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을 파악한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면접을 보고 난 후 첫 소감은 ‘생각했던 게 아니다’였다. 
일반적으로 AI면접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리듯이 컴퓨터 속 어떤 인물과 계속 대화를 하는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AI 인·적성검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컴퓨터에 대고 직접 말하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시간은 컴퓨터 게임을 하고, 내 성향을 체크하는 데 할애해야 했다.  
 
하지만 컴퓨터의 웹캠을 마주하고 대답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AI는 ‘생김새 분석’을 하지 않지만 ‘표정 분석’과 ‘목소리 분석’을 하기 때문이다. 즉, 장동건이 와도 무표정한 얼굴로 뚱하게 얘기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얼굴에 총 68개의 포인트를 찍고, 그 포인트들의 변화를 통해 표정을 분석한다”며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계속 분석하기 때문에 잠깐 ‘면접용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도 ‘톤’을 통해 분석하는데 높다고 마냥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톤과 표정을 AI가 초보다 빠른 단위로 체크하기 때문에 사람 면접관 앞에서보다 포장하기가 훨씬 어렵다. 
 
다만 AI면접은 답변의 내용까지 평가하지는 못한다. 대답이 얼마나 논리적이거나 창의적인지는 아직 점수를 매기지 못한다는 의미다. 
AI면접관은 현재까지는 면접자의 ‘태도’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욕설을 한다거나, 전혀 문장이 되지 않는 답변을 하면 “답변을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자신의 모습이 모니터에 뜨지 않는 시간에도 AI면접은 계속 녹화·녹음을 하니까 욕설은 하지 않는 게 좋다”며 “아직은 AI면접 이후에 인사 관계자가 해당 영상을 보고 지원자를 최종 판단하는 만큼 진짜 면접을 보듯이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임하는 '태도'로 성향 분석 

AI면접에서 시행하는 게임들. 순발력이나 암기력 등을 요하는 게임부터 '운'에 맡긴 게임까지 다양하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면접에서 시행하는 게임들. 순발력이나 암기력 등을 요하는 게임부터 '운'에 맡긴 게임까지 다양하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질의응답과 일반적인 인성검사에서 실시하는 성향체크를 한 후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컴퓨터 게임이다. 총 10가지의 게임을 해야 하는데, 암기력을 요하는 게임도 있고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도 있고 다양하다. 아예 ‘운’에 맡겨야 하는 게임도 있다. 
 
개발업체 측은 게임을 넣은 것에 대해 “지원자들의 잠재적인 역량과 무의식적인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게임”이라며 “새로운 자극에 대해 지원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다양한 성향을 게임을 통해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게임은 정답을 많이 맞히는 사람을 뽑기 위한 게 아니라, 정답을 찾기 위해 지원자가 어떤 과정과 행동을 하는지 판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 측은 “게임 점수를 잘 받는다고 해서 높은 역량이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은 순발력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지만, 신중함 측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순발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에서는 좋은 역량으로 평가를 받겠지만, 신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에서는 낮은 역량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AI면접은 게임과 지원자의 응답 패턴을 학습해 각 기업의 직군별 고성과자와 비교, 많이 비슷하다면 직무 적합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면접은 게임과 지원자의 응답 패턴을 학습해 각 기업의 직군별 고성과자와 비교, 많이 비슷하다면 직무 적합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면접은 기업별로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의 특성들을 입력해 그것에 맞게 평가가 이뤄진다. 기업별로 다를 뿐만 아니라 기업 내에서도 직군별로 원하는 인재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A라는 사람이 똑같은 AI면접을 보더라도 B기업에서는 인재로, C기업에서는 탈락자로 평가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발업체에서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팁 아닌 팁을 전수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면접,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위드마인드에서 개발한 AI면접 체험 프로그램 앱. 지원자가 자신의 답변 성향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위드마인드 제공]

위드마인드에서 개발한 AI면접 체험 프로그램 앱. 지원자가 자신의 답변 성향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위드마인드 제공]

현재까지 국내에 AI면접 프로그램 개발 업체는 2~3개 정도다. 이중 마이다스아이티는 대기업 위주의 AI면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데, 위드마인드라는 업체에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AI면접 프로그램을 개발한 상태다. 위드마인드는 마이다스아이티와 달리 게임이 없고 지원자를 등급으로 최종 평가하지 않는다. 기본 원리는 같지만 표정과 톤 변화 등을 감지해 지원자의 성향을 그대로 평가한 일종의 ‘평가서’를 인사 담당자에게 참고차 제공한다.  
 
또 위드마인드는 자사 AI면접 프로그램을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취업준비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면 지원자는 직접 AI면접을 체험해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자신의 목소리와 표정 등을 AI가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위드마인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인사팀이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채용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그러다 보니 더 안 뽑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AI면접 프로그램은 그런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면접이 단순히 ‘트렌드’가 아닌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입을 모았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AI면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마인드 관계자는 “결국 AI면접은 기존의 사람 면접관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본 사람이 풀어놓는 "이것만은 알고 하자"
1. 진짜 편한 공간, 편한 자세, 편한 마음이 중요하다.  
-약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허리를 굽히고 계속 앉아 있자니 정말 힘들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라서 화장실도 참았는데, 끝으로 갈수록 ‘이판사판이다, 그냥 빨리 끝내자’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중간에 멈추거나 끊고 할 수 없는 만큼 약 1시간 30분정도 시간을 잡고 오로지 AI면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부 지원자 중에는 헤드셋이 좋냐 이어폰이 좋냐, 집에서 해야 하냐 PC방에서 해야 햐냐 등을 묻기도 하는데, 정답은 '없다'이다. 자신이 편한 공간에서 자기가 익숙한 기구들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지면 된다.  
 
2. 긍정적인 기분이 들 때 시험을 보는 게 좋다. 멘탈 싸움이니까.  
-컴퓨터 웹캠에 눈을 맞추는 것도 힘들고, 게임을 하다 보면 멘탈이 깨진다. 긍정적인 생각도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지는 만큼, 개인적으로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기분이 들 때 응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취업준비 자체가 힘든 일이지만 “이건 스펙도 안 보고 생김새도 안 보니까, 오히려 나 같은 인재를 제대로 알아본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떨린다고 술은 마시지 말자. 본인은 흥에 겨워 대답하더라도 AI면접관은 응시 결과를 신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3. 옷차림, 자세 등은 일반 면접 보듯이 하면 된다.  
-‘화장을 해야 하나요’ ‘옷은 어떻게 입나요’ ‘자세는 어떻게 할까요’ 등 질문이 많은데, 일반 면접 볼 때와 비슷하게 하면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물론 AI는 화장, 옷차림, 자세 등을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이 영상을 ‘사람 면접관’이 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도 다들 외모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데, 기자가 직접 해보니 웹캠의 ‘얼굴 각도’만 잘 맞춰도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조명이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이 더 좋을 것이다.  
 
4. 게임 하면서 욕하거나, ‘찍기’는 금물.  
-욕하는 것도 다 녹화·녹음된다. 게임에 집중하다보면 욕설이 나올 수도 있는데 최대한 지양하도록 하자. AI면접 끝나고 욕해도 된다. 게임할 때 웹캠에 찍힌 본인의 모습이 모니터에 보이지 않지만, AI는 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내용은 인식 못하지만 욕설은 AI가 인식해 ‘응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또 개발업체에 따르면 게임을 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찍기’보다는 아예 안 푸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정답을 얼마나 맞추냐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무턱대고 찍으면 본인의 역량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  
 
5. 게임 난이도가 변하는 것은 크게 신경 안써도 된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난이도가 어려워졌다가 다시 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에 멘탈이 흔들려 ‘내가 많이 틀려서 그런가보다. 망했다’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 게임은 정답을 많이 맞추는 사람을 판단하기 위해 들어가 있는 게 아니다. 지원자가 어떤 방식으로 정답을 도출하는지 그 과정을 통해 성향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게임하기 전에 충분히 게임 방식을 숙지하고 본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게임에 ‘임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입꼬리 길이 맞추기’ 게임의 경우 진짜 입꼬리의 길이를 맞추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정답’이라고 나오는 상황을 지원자가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함정이 아니라 지원자의 성향을 판단하는 심리학적 요소다. 그러니 게임 망했다고 막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려고 하지 말고 충분히 인내심을 갖고 풀어나가면 된다. 게임을 숙지할 수 있는 시간은 무제한이니까 충분히 지문을 읽고 '본게임'에 들어가길 바란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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