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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국 사태 사과 없이 ‘공정사회’ 주문한 문 대통령

어제 국회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조국 사태’ 이후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갈망했던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 넘게 우리 사회를 분열과 혼란에 빠뜨렸던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에 대해선 유감 표명도, 사과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며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상황 인식 드러내
소통과 협치의 국정 운영으로 전환해야

조 전 장관이 지명 66일 만에 사퇴한 것은 가족의 비리 의혹이 도덕성 논란을 넘어 실정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동생을 기소한 데 이어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을 ‘합법적 불공정’ 정도로 여기는 듯한 안이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발언이다.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시정연설은 또 하나의 헛된 구호로 남을 것”(자유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이란 야당의 지적을 정치공세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안이하고 그릇된 상황 인식은 그제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개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공감하고 있던 사안들도 정치적 공방이 일어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분열의 책임이 야당에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자 한 참석자로부터 ‘(대통령이) 반대 목소리를 경청해 통합 노력을 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들어야 했다.
 
대통령이 자꾸 민심과 유리된 발언을 되풀이하는 건 좋지 않은 신호다. 청와대 참모 등 주변부터 점검해 과감한 인적 개편을 통한 일대 쇄신을 서둘러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 때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까지 할 정도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11월8일)을 앞둔 2년반 동안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세 차례뿐이었다. 자신이 ‘불통’이라고 비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일곱 차례)과 별반 차이가 없다. 임기 후반에 표류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국정 과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통 및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하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스스로를 성찰하겠다”며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민소통과 협치에 바탕한 국정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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