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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놀이터가 예술작품으로…공공미술의 진화

이원복씨(왼쪽)와 설치미술가 정지현 작가가 22일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타원본부’에 올라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원복씨(왼쪽)와 설치미술가 정지현 작가가 22일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타원본부’에 올라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면 곧바로 그들만의 ‘본부(아지트·비밀기지)’로 달려갔다. 해질녁까지 편을 갈라 병정놀이를 하거나 딱지치기·술래잡기를 즐겼다.   
 

서울시 ‘공공미술 시민아이디어 구현 프로젝트’ 첫 당선작
이원복씨 유년시절 회상 글이 정지현 작가 만나 작품으로

나이 마흔 이상이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유년기의 추억이다. 올해 51살, 지금은 서울 강동구에서 출판사 마디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는 이원복씨도 이렇게 성장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자란 그의 ‘본부’는 집 근처 용마산에 있는 채석장 어귀였다. 또래와 채석장 인근의 움푹 파인 작은 동굴 같은 곳에 모여 추억을 쌓았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었어요. 우리만의 비밀 공간이었지요. 정의로운 어른으로 자라자며 친구 13명이 ‘태극 13단’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 험한 용마산 바윗길을 날다람쥐 같이 날아다녔다니까요.”
서울시에서 시민 아이디어로 공공미술을 구현한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의 타원본부. [사진 서울시]

서울시에서 시민 아이디어로 공공미술을 구현한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의 타원본부. [사진 서울시]

 
22일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만난 이씨는 “우연히 그 채석장에 용마폭포공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속에 간직해뒀던 정겨운 추억을 소환했다”며 들뜬 듯이 말했다. 이씨의 40여 년 전 이야기는 지난 12일 ‘타원본부’라는 명칭의 공공미술 작품으로 새로 태어났다. 용마폭포공원 폭포수 저수조 안에 설치된 가로 30m, 너비 20m의 타원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관객이 작품 위를 자유롭게 거닐고, 몸을 눕혀 휴식하며, 걸터앉아 물장구도 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타원본부는 시민의 삶과 추억을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조성하는 ‘공공미술 시민아이디어 구현 프로젝트’의 첫 당선작이다. 서울시가 새롭게 시도하는 공공미술 작품이다. 지난해 7월 시민 스토리 공모를 통해 이씨가 응모한 ‘용마산 태극 13단 이야기’가 예심을 통과했다. 이후 설치미술가인 정지현(33) 작가와 6개월여 동안 구상을 거쳐 다른 두 작품과 결선에 나갔다. 타원본부는 온라인 시민투표, 전문가 심사를 통해 1등으로 선정됐다.  
서울시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의 공공미술작품 ‘타원본부’ 를 공동작업한 이원복씨(왼쪽)와 설치미술가 정지현 작가. 최정동 기자

서울시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의 공공미술작품 ‘타원본부’ 를 공동작업한 이원복씨(왼쪽)와 설치미술가 정지현 작가. 최정동 기자

 
이씨는 “제가 쓴 글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 나잇대 사람들의 추억을 공감해줘 기쁘다”며 “타원본부가 주민들의 정담을 나누는 열린 본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현 작가는 “용마산 절벽과 폭포의 장관을 가리지 않도록 수면 밑에 숨겨진 타원형 광장을 기획했다”며 “또 ‘시민이 만드는 예술’이라는 취지를 살려 작품 표면의 물결무늬를 동네 주민들과 함께 작업했다”고 소개했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타원본부는 금세 중랑구 일대의 명물이 됐다. 홍정화 예능어린이집 원장은 “한 아이가 폭포 저수조 한가운데로 들어가더니 ‘꿈길을 걷는 것 같다’며 기뻐하더라”며 “도심에서 이렇게 감성을 키울만한 곳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면목4동에서 33년째 살고 있다는 김미화(55·여)씨는 “멀리서 폭포를 보는 것과 한가운데 들어와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여기가 바로 ‘볼매’(볼수록 매력)인 곳”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연운 면목4동장은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 이곳에서 전시와 공연을 자주 열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열린 용마폭포 문화예술축제. [사진 서울시]

지난 12일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열린 용마폭포 문화예술축제.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예술작품 설치를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관객이었던 시민이 직접 작품을 기획하고, 작업 과정에 참여하고, 설치 이후에도 체험을 공유하는 ‘장소 경험’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타원본부는 시민의 이야기가 씨앗이 된 첫 번째 사례이자 기존 전문작가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주도형 공공미술로 확대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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