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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인 함께 펍에서 떼춤…부럽다, 아일랜드

기자
박재희 사진 박재희

[더,오래] 박재희의 발로 쓰는 여행기(32)

“난 조커 마스크 쓸꺼야. 넌 배트맨 가면에 드라큐라 이빨을 찾아봐.” 두 아이가 할로윈 파티 복장을 두고 실강이를 벌이고 있다. 한 아이는 조커와 배트맨은 귀신이 아니라 안 된다고 하고, 또 다른 아이는 마녀와 해골 복장이 식상하다고 맞선다.
 
먼 나라 해외토픽이나 영화에서만 봤던 낯설고 괴이한 귀신 축제가 어느새 아시아의 한국서도 열리고 있다. 원래 미국의 할로윈 데이 풍경은 이렇다. 아이들이 마녀 모자를 쓰고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을 외친다. “사탕 안주면 사고 쳐서 괴롭힐 거야” 정도의 느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초컬릿을 건넨다. 무시무시한 복장으로 몰려 다니며 밤새 파티를 한다.
 
할로윈데이는 발렌타인데이와 마찬가지로 태생적인 종교적, 민속적 의미보다는 젊은 세대의 놀이 축제로 자리잡았다. 마녀와 해골, 검은 고양이와 호박등 할로윈 축제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품. [사진 박재희]

할로윈데이는 발렌타인데이와 마찬가지로 태생적인 종교적, 민속적 의미보다는 젊은 세대의 놀이 축제로 자리잡았다. 마녀와 해골, 검은 고양이와 호박등 할로윈 축제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상품. [사진 박재희]

 
할로윈은 11월 1일 만성절(All Hallows Day)에 전야제(Eve)가 합쳐져 오랜 세월 변형된 말로 아일랜드의 원류 켈트족 전통에서 온 것이다. 그 옛날 켈트족은 11월 혹독한 추위가 시작되기 전 10월31일 모든 정령과 마녀, 그리고 죽은 사람들의 혼령들까지 세상으로 와서 온갖 사고를 일으키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몸으로 들어가 추운 겨울을 보내려 한다고 믿었다. 은신할 몸을 찾아 헤매는 귀신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모두 귀신처럼 분장하고, 시끄럽게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혼령이 놀라 달아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자들이 가져간 이 켈트족 전통이 미국에서 유행해 상업화하고 대히트를 친 것이 할로윈 데이다.
 
“미국 백인들의 민요라고 하는 컨츄리 음악도 마찬가지야. 아일랜드를 비롯해 유럽에서 가난한 노동계층이 이주했잖아. 그 사람들이 고향의 악기와 음악으로 삶의 애환을 노래한 거거든. 이주민들이 미국 전체로 퍼져가며 전해진 건데 사람들은 아일랜드 전통 연주를 듣고 ‘미국 컨트리 음악과 비슷하네요’ 그러더라고. 웃기지 않아? 당연히 비슷하지. 우리가 오리지날이니까.”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전통악기로는 피들, 틴휘슬 피리, 박스 아코디언, 외에도 어깨로 바람을 넣는 파이프가 있다.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전통악기로는 피들, 틴휘슬 피리, 박스 아코디언, 외에도 어깨로 바람을 넣는 파이프가 있다.

 
할로윈과 컨트리 음악에 이어 아일랜드가 원조인 것이 또 있다. 바(Bar) 혹은 펍(Pub)이다. 얼마나 오래 되었길래 원조라는 걸까 했는데,  ‘1100년 전부터’ 라고 한다. ‘서기 900년이라고? 그때는 후삼국 시대였는데, 그때 바(Bar)가 생겼단 말이야?’
 
한반도에서 견훤이 지금의 전주지방, 완산주에서 후백제를 세운 해가 서기 900년이다. 바로 그 해에 아일랜드 내륙의 소도시, 아슬란(Athlone)에는 여관겸 술집이 문을 열었다. 후백제와 건립 년도가 같은 그 집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로 기네스북에 기록돼 있다. 더블린에서 골웨이로 향하는 M4와 M6 고속도로로 아일랜드 지도 정 중앙 지점 아슬란의 숀 바(Sean’s Bar)를 찾아갔다.
 
“까마득한 시절부터 있었고, 오래된 건 알았지만 900년에 지었다는 것은 1970년에 보수공사를 하면서 밝혀졌대. 그때 발견한 동전이랑 주춧돌, 벽체 일부를 국립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어.” 애슬론은 셰논 강 여울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청동기 시대에도 교역이 활발했던 장소였다. 1100년 전 이 곳에 처음으로 여관과 선술집을 지은 주인 이름이 루이 맥 루이라는 것, 그가 물물교역을 위해 직접 다양한 동전까지 주조했던 기록도 남아있다. 12세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노르만식 성이 자리한 강가의 션 바로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몰려 온다. 6세기부터 내려온 위스키 주조 방식을 발전시킨 싱글 몰트 위스키 한 잔과 기네스 한잔을 마시고 라이브로 연주되는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듣는다.
 
아일랜드 지도상 정 중앙에 위치한 애슬론(Athloan)에 셰논강이 흐른다. 역사적 지리적 위치때문에 공화국 설립시에 아일랜드의 수도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아일랜드 지도상 정 중앙에 위치한 애슬론(Athloan)에 셰논강이 흐른다. 역사적 지리적 위치때문에 공화국 설립시에 아일랜드의 수도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애슬론에서 셰논강을 따라 5km 위치에 클론맥노이즈 (Clonmacnoise) 수도원 유적이 있다. 6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으로 8세기부터 12세기까지 종교, 무역,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다.

애슬론에서 셰논강을 따라 5km 위치에 클론맥노이즈 (Clonmacnoise) 수도원 유적이 있다. 6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으로 8세기부터 12세기까지 종교, 무역,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다.

 
“괜찮아. 그냥 따라해. 다 맞게 되어있다고.” 외면하는 나를 향해 집요하게 눈을 맞추던 아주머니였다. 어느새 내 팔을 나꿔채듯 잡아당겨 댄스 행렬에 넣고 소리를 높였다. ‘따라라라라라 짜라라라 삐리리리리리 쿵쿵쿵.’ 골웨이의 라틴 쿼터를 지나다가 음악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곳이었다. 흔히 ‘깽깽이’라고 부르는 아일랜드 바이올린 피들(fiddle)과 틴 휘슬 피리 소리가 흥겹고도 정다웠다. 펍은 사람들로 꽉 차있고 한쪽에서 그 동네 할아버지, 아주머니 청년들이 즉석에서 아일랜드 세션(Ireland Session) 음악을 연주했다. 사람들은 신청곡을 주문했고 연주에 맞춰 떼창을 했다.
 
이런 바와 펍의 풍경은 아일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것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유흥 장소는 나이별로 나뉘기 마련이지 않나? 20대가 주로 찾고 모이는 곳과 40대 이상이 선호하는 곳이 다르다. 60대, 70대 이상이 어울리는 장소라면 자연스럽게 노인정, 노인대학을 떠올린다. 세심하게 연령별로 구별하고 ‘물관리’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문화에서 살다 보니 세대별로 ‘따로 노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애슬론의 숀바 (Sean's Bar)는 서기 900년에 지어진 아일랜드 최고, 세계 최고의 바(Bar)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가게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다.

애슬론의 숀바 (Sean's Bar)는 서기 900년에 지어진 아일랜드 최고, 세계 최고의 바(Bar)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가게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다.

 
그런데 아일랜드는 달랐다. 섞여 있다. 여드름 자국이 있는 청년들 무리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바에 들어온다. 전 연령층이 같은 펍에 모이고 다양하지만 비슷한 음악을 같은 자리에서 듣고 노래도 같이 한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더블린의 템블바 골목은 말 할 것도 없고 현지인들이 가는 바와 펍, 골웨이의 라틴쿼터, 서해안 도시 딩글 타운이나 킬케니, 아덴라이 어디에서든 그랬다.
 
결국 나는 아주머니의 팔에 이끌려 떼춤을 췄다. 타이타닉 영화에서 3등칸 사람들의 신나는 파티와 그 리듬을 생각하면 된다. 일렬로 팔장을 끼고 왼쪽으로 발 맞추어 뛰다가 다시 오른 쪽으로, 팔짱을 끼고 뱅글뱅글 땀이 나도록 군무를 추면서 갑자기 엄마 생각을 했다. 내 엄마 나이의 할머니들이 손자 뻘 아이들, 딸이나 동생 같은 모르는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아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아일랜드에서 난 그런 생각도 했다. ‘함께 춤 출 수 있다면,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문제가 문제도 아닐지 모른다고. 아일랜드가 조금 부럽고, 조금 더 좋아져버린 밤이다.
 
기업인·여행 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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