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국당 의석 향했지만…나가는 의원들 다가가 악수 청한 文

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약 5초 동안 나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등을 바라봐야 했다. 22일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자유한국당 의석을 먼저 향했지만, 이내 머쓱한 미소만 지었다. 한국당 의원 대부분이 연설 종료 직후 줄줄이 본회의장을 나서서다. 문 대통령은 일부 남은 한국당 의원과 어색한 악수를 한 뒤, 하나둘씩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한국당 의원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 문 앞까지 걸어오자, 그제야 한국당 의원들은 문 앞에 멈춰 서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한국당, 공수처 대목에선 손으로 ‘X’모양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 쪽으로 향하자, 대다수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 쪽으로 향하자, 대다수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해에도 문 대통령이 연설 직후 먼저 다가오자,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나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문 대통령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등과 웃으며 악수하는 등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1년 전보다 더 냉랭한 분위기였다. 지난해에는 본회의장을 한 바퀴 돌면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의 모든 의원과 인사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일부 의원과의 악수를 끝으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무소속 의원 대다수와는 손을 잡지 않았다.
 
연설 도중 박수는 28번 나왔다. 2017년 첫 시정연설 때 23회, 지난해 시정연설 때 21회였던 것과 비교해 늘었다.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만 대안신당(가칭) 등 일부 의원들이 박수에 동참했다. 가장 빈번하게 박수가 터져 나온 건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필요성 등을 역설할 때였다. 문 대통령이 “국회도 검찰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며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을 언급하자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손가락으로 ‘X’자를 만들어 들어 보이기도 했다. 한국당의 야유가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4번 유도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관련 연설 내내 한국당 의원들만 바라봤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조경태 최고위원(오른쪽부터)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반대의 의미로 '엑스표'를 보이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조경태 최고위원(오른쪽부터)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반대의 의미로 '엑스표'를 보이고 있다. [뉴스1]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개혁 부분 외에도 여러 차례 문 대통령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일자리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 “민생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는 부분 등에서였다. 일부 의원은 귀를 막거나 “사과부터 하세요!” “야당이랑 협의를 하든가!” “협치를 하세요!” “그렇게 하지 마세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불공정’이란 단어가 나오자 일부 의원은 “조국! 조국!”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야당의 태도는 과거와 달리 차분했다. 한국당은 2017년 시정연설 때 검은색 상복과 ‘근조’라고 적힌 리본을 착용하고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북핵규탄 UN결의안 기권 밝혀라’ 등이 적힌 종이와 현수막을 본회의장에 들였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두 번의 시정연설에서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던 것과 달리 이날 초록·검정·흰색의 줄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맸다. 2017년 시정연설 때 파란색 넥타이를 두고 청와대는 “취임식 당시 맸던 넥타이 색으로, 초심을 상징한다”고 설명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직접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3년 차인 2015년 시정연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이라고 적힌 종이를 의석마다 설치된 모니터 앞에 붙여놓았다.
 
당시 야당 의원 대부분도 박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뜨기 전 먼저 퇴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기립했지만 손뼉을 치지 않았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은 한국당 소속인 조경태 의원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기립 박수를 쳐 주목받았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 입·퇴장 때 기립해 예의를 갖췄지만, 박수는 보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 3년 차인 2010년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문을 대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에만 직접 국회에서 연설했고, 2009년에는 정운찬 국무총리, 2010년 이후에는 김 총리가 대독했다. 2008년 연설에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빨간 넥타이·머플러를 착용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항의했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