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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샤워실 가창력’을 믿지 않는 대통령

김현기 국제외교안보담당 에디터

김현기 국제외교안보담당 에디터

최근 접한 국제뉴스 중 압권은 트럼프의 ‘쿠르드’ 발언이었다. 그는 테러단체 IS 제압의 일등공신이었던 시리아 쿠르드족에 돌연 등을 돌렸다. 지원에 돈이 든다는 이유다. 그리곤 이를 비난하는 언론에 “쿠르드도 노르망디에서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되물었다. 75년 전 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까지 끌어들인 트럼프의 기이한 발상과 무지는 기막히다.
 

자기 진영 테두리 내 울림은 착청
한·미·일 지도자, 자신 가창력인 줄
위대한 정치 거장이 그리운 시대다

어디 그뿐이랴. 트럼프는 내년 6월 미국이 개최할 예정인 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에 있는 자기 소유 골프리조트에서 열겠다고 했다. 6월은 객실예약률이 40%도 안 되는 비수기.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서 한 몫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지난 주말 계획을 철회하면서 “적대적 미디어와 그들의 파트너인 민주당은 미쳤다”고 성을 냈다.
 
부끄러움이 없다. 사리 분별력도 없다. 남의 나라 대통령을 자신의 하수인 양 취급하고, 결례도 서슴지 않는다. “나 미국 대통령이야, 어쩔래?”다.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건 무조건 “그건 가짜뉴스!”다. 그러니 1776년 이후 선출된 44명의 역대 대통령 중 꼴찌 평가를 받는다. 미 정치학회 조사결과다. 100점 만점에 불과 12.34점이다. 아, 1등도 있다. 골프 실력이다. 그런데도 40%가량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건, 미 국민들이 촛불 들고 백악관 앞에 몰려오지 않는 건 ▶강한 경제 ▶허약한 야당 ▶폭스뉴스의 3종 세트 덕분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아베 총리도 크게 다를 게 없다. 다음 달 20일 아베는 재임 기간 2886일로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오른다. 명실상부한 ‘아베 1강 체제’다. 하지만 정적을 치는 수완이나 트럼프의 환심을 사는 치밀함은 수준급일지 모르나,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글쎄’다.
 
서소문 포럼 10/22

서소문 포럼 10/22

북한을 찾아 식민통치와 일본인 납치문제를 사과하고 고개 숙인 고이즈미의 배포도, “중국이 요구할 때마다 사과하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가면 중국이 제풀에 지쳐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화끈하게 역사를 털고 간 다케시타의 혜안도 아베에겐 보이질 않는다. 그저 눈앞의 자존심, 고루하고 극단적인 민족주의 이념이 앞설 뿐이다.
 
한국과의 외교 갈등에 경제 보복을 들이댄 일본 총리는 아베가 처음이다. 이웃 우방 한국을 혐한(嫌韓) 정도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나라로 만들어놨다. 내일(22일) 이낙연 총리가 방일해 아베와 만난다고 하지만 외교적 악수와 미소, 다른 정상보다 5분 정도 긴 손님 대접이 고작일 것이다. 야당도 압박하지 않고, 여론도 자기편이고, 재계도 아무 소리 않고 있는데 무역규제 조치를 ‘선 해제’할 도량을 아베에게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다. 주판알만 튕기는 트럼프나 옹졸한 아베나 오십보백보다. 미 국민도, 일 국민도 지지리도 ‘지도자 복’이 없다. 하지만 ‘사랑’하면 닮는다 했는가. 아베 또한 트럼프처럼 ▶강한 경제 ▶약체 야당 ▶순한 양 같은 언론이란 ‘3종 세트 복’을 타고났으니 어쩌랴.
 
그리고 한국. 나라를 뒤흔들 거리도 안 되는 것 갖고 66일 동안 나라를 두쪽으로 쪼개 극한의 분열로 치닫게 한 지도자는 이제껏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이명박의 광우병 시위나 박근혜의 탄핵 찬반 시위 때는 시빗거리나 됐다. 온갖 특혜를 다 누리곤 자신은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조국 패밀리의 양면성은 수사의 대상이지, 국론을 분열시킬 쟁점의 대상이 애초부터 아니었다. 조국은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가 아니라, 국가 불신의 발화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퇴 후 “(국민은)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오히려 많은 국민은 66일간의 대혼돈을 겪으며 진정한 대통령의 가치,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위대한 정치 거장이 그리운 시대다. 미국도,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불협화음을 또 하나의 화음으로 승화해내는 비르투오소(거장)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샤워실에서 노래하면 뭔가 더 잘하는 듯 느껴지는 건 가창력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갇힌 공간에서 울리는 에코(울림) 효과 때문인데, 그게 실제보다 더 우쭐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창력이 떨어질수록 그 간극이 더 크다고 한다. 그걸 아는 정도의 지도자면 족하겠건만, 그마저도 찾아보기 힘드니 참으로 불운의 시대다.
 
김현기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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