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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회사 CEO가 ‘족장’…유튜브 조회 37억 신화를 일구다

‘아기 상어’ 히트의 비결

스마트스터디 서초동 사무실 모습. 최승식 기자

스마트스터디 서초동 사무실 모습. 최승식 기자

눈을 뜨니 함박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신입 디자이너는 회사에 연락했다. “오늘 오전에 반차 쓰고 쉬고 싶어요. 가족과 눈사람 만들려고요.” 회사는 군말 없이 “OK” 했다. 정확히 말하면 회사의 승인을 받은 건 아니었다. 팀 동료들이 “그러세요” 한 것으로 그만이었다. 회사 제도가 그렇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괜찮다면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다. 그렇게 눈사람을 만든 김지은(26)씨는 가족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회사에 뼈 묻어라.”
 

콘텐츠 업체 스마트스터디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 휴가
동료만 OK하면 원하는 대로
‘자율’이 끌어온 구독자 4000만

김씨가 다니는 회사는 ‘스마트스터디’다. ‘아기 상어’ 동영상 콘텐츠로 유튜브 조회 37억 건이라는 신화를 일군 업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34억)를 넘어 유튜브 전 세계 조회 순위 5위다. 지난주만 해도 6위더니, 며칠 새 뮤직비디오 ‘업타운 펑크(uptown funk)’를 누르고 한 계단 올라섰다. ‘아기 상어’는 올해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 20주간 머무르기도 했다. 동요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이 회사 콘텐츠 전체가 올린 유튜브 조회는 총 210억 건, 구독자는 4000만 명에 이른다.
 
매주 목요일에는 자유롭게 모여 KBS에 나가는 애니메이션 ‘핑크퐁 원더스타’를 본다. 최승식 기자

매주 목요일에는 자유롭게 모여 KBS에 나가는 애니메이션 ‘핑크퐁 원더스타’를 본다. 최승식 기자

이뿐 아니다. 스마트스터디는 분홍 아기 여우 캐릭터 ‘핑크퐁’을 내세운 유아용 교육·게임 앱으로 세계 112개국 앱 시장에서 교육 분야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민석(38) 대표, 이승규(45·CFO·재무담당) 이사 등 게임업체 출신 세 명이 2010년 창업해 이제는 직원 200명이 넘는 회사로 자랐다. 지난해 매출은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고, 영업이익(75억원)은 네 배가 됐다. 창업자들이 꿈꿨던, “규정 없는 회사”가 일군 성공이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초기에 창업자들은 이런 생각을 나눴다고 한다. “스타트업의 생명은 속도다. 반응과 결정이 빨라야 대기업의 ‘사이즈’를 이길 수 있다. 속도를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을 제일 잘 아는 실무자가 결정을 해야 한다. 실무자가 윗사람 설득하는 데 힘쓰게 하는 건 비효율이다. 그렇다. ‘자율’이다. 규정과 속박이 없는 회사를 만들자. 프로답게 스스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속박 없는 회사’를 꿈꾸다
 
벽 한쪽에는 전 직원의 캐릭터 명함을 붙여 놓았다. [사진 스마트스터디]

벽 한쪽에는 전 직원의 캐릭터 명함을 붙여 놓았다. [사진 스마트스터디]

첫 단추는 ‘평등한 조직’이었다. 선임·팀장·실장·본부장·임원·대표 층층시하여서는 자율이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공간부터 그것에 맞게 꾸몄다. 서울 서초동 두 곳에 나뉘어 있는 사무실은 모두 한 층 전체를 트고 칸막이를 없앴다. 대표 역시 방이 따로 없다. 그저 널찍한 공간에 배열된 책상 중 하나가 대표 자리다. 당연히 비서도 없다. 호칭은 입사 때 정한 ‘닉 네임’에 ‘님’을 붙여 부른다. 대표든 신입사원이든 마찬가지다. 김민석 대표는 ‘족장님’이라 불린다. 리더란 느낌을 조금 살린 닉 네임이다. 임직원 명함에는 닉 네임과 그에 걸맞은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첫인상을 심어주는 일종의 ‘퍼스널 브랜딩’이다. 윤승현(31)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파트장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닉 네임으로 불리다 보니 마치 출근이 게임에 로그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선 ‘시끄러운 문화’를 추구했다. 뭔가 떠오르면 의자를 돌려 옆이나 뒷 직원과 얘기하라는 거다. 잡담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군것질하면서 얘기 나눌 수 있도록 곳곳에 스탠딩 테이블을 갖다 놓았다. 이젠 ‘시끄러운 문화’가 ‘초스피드 회의 문화’로 탈바꿈했다. 그냥 자리에서 의자만 돌려서는 바로 회의를 시작한다. 회의실 잡고, 자료 만들고 하는 비효율이 사라졌다.
 
오른쪽 앞 책상이 대표이사 자리다. 최승식 기자

오른쪽 앞 책상이 대표이사 자리다. 최승식 기자

지금도 창업자들은 여전히 시끄러운 문화 만들기에 솔선수범한다. 웬만해서는 자리를 지키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말을 건다. 떠돌이 방랑자 CEO다. 이를 통해 그야말로 위아래 없는 소통 문화가 생겼다. 직원들이 팀장을 건너뛰어 대표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건의하는 게 예사가 됐다고 한다. “팀장이 서운해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대체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눈빛이 되돌아왔다. 하긴, 완전히 수평 문화가 자리 잡은 조직에선 그런 질문이 바보스럽게 들렸을 거다.
 
‘수평 문화’ 다음은 ‘자율 부여’ 였다. 스마트스터디는 정해 놓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없다. 일이 얽혀 있는 동료들이 “좋다”고만 하면 마음대로다. 누구는 오전 9시에서 6시까지 일하고, 누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다. 오전에는 재택근무하고 오후에 회사에 나오기도 한다. 주문은 딱 하나. “알아서 효율을 극대화해라”다. 휴가 또한 자율이다. 동료들이 허용하면 원칙적으로는 1년 내내 유급휴가를 갈 수도 있다. 실제로 한 달 장기 휴가자가 있다고 한다. 한동안 밤을 새우다시피 한 프로젝트가 끝난 뒤 떠난 장기 휴가다(스마트스터디는 아직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신입 디자이너가 “눈사람 만들고 싶다”며 즉석 휴가를 내는 것도 그래서 가능했다. 이지원(28) 동남아 사업 파트장은 이런 경험담을 전했다. “올 7월이었다. 답답하고 일에 진척이 되지 않았다. 탁 트인 곳, 머리를 비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동료 한 명과 함께 3일간 제주도에 갔다. 3일 중 절반은 일, 절반은 휴가로 했다. 바다를 보고 일하니 막혔던 일이 술술 풀려나갔다.” 물론 제주도행은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어서 교통·숙박 비용은 자신이 댔다.
  
“자율은 복리후생 혜택이 아니다”
 
유튜브 조회 37억 건을 기록한 아기 상어 동영상. [유튜브 캡처]

유튜브 조회 37억 건을 기록한 아기 상어 동영상. [유튜브 캡처]

세부 조직 이름 역시 조직원들이 알아서 짓는다. ‘아기 상어’를 만든 조직은 ‘쩐빵팀’이다. 중국어로 ‘최고!(眞棒·공식 외국어 표기는 전방)’라는 뜻이다. 인사팀은 이름이 NPC다. 게임 용어인 ‘논 플레이어블 캐릭터(Non Playable Character)’에서 따 왔다. 게임 참여자들의 레벨 업을 도와주는 캐릭터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조직’이란 뜻에서 이렇게 이름 지었다. NPC의 리더는 ‘CLO(Chief Life Officer)’다. 직원들의 회사 생활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근무 시간·장소·휴가에서 조직까지, 모든 걸 자율에 맡겼다. 그래서 회사가 잘 돌아가려면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자율에 따르는 책임을 다할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정호(34) CLO는 “자율과 책임은 회사에서 배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소양을 갖춘 사람을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나.
“사실 자율성과 책임감 높은 사람을 고르는 면접 질문 목록이 있다면, 그걸로 개인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다.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무작정 자유만 누리려고 하는 사람은 골라내기 쉽다.”
 
방법이 뭔가.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무제한 휴가제’를 설명했을 때 다짜고짜 ‘한 달 이상 써도 되느냐’고 묻는 이들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율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복리후생 혜택 정도로 여긴다. 자율을 택해 스스로 효율을 높이는 이들은 ‘어떤 경우에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는 건가’라고 묻는다.”
 
창업자인 이승규 이사는 이에 더해 “의사소통을 분명히 하고 일머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의사소통과 자율은 어떤 관계인가.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태도는 책임감과 연결된다.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할 테니까. 또한 의사소통이 분명하다는 건 그만큼 생각을 한다는 소리다. 의견이 뚜렷한 이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풀려고 노력한다.”
 
‘일머리 잡기’는 왜 중요한가.
“‘가·나·다·라’ 선택지를 들이밀어야 고르는 사람과, ‘가·나·다·라’ 자체를 만드는 사람 중에 누가 낫겠나. 선택지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해 낸 선택지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할 것이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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