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철새·환경보호" VS "국립공원이 죄냐?"…흑산도 주민 상경투쟁 이유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주민들이 지난해 9월 19일 서울 마포구 국립공원관리공단 앞에서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항건설을 촉구하는 현수막 앞을 지나는 흑산도 주민 모습. [뉴스1]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신안군 흑산면 주민들이 지난해 9월 19일 서울 마포구 국립공원관리공단 앞에서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공항건설을 촉구하는 현수막 앞을 지나는 흑산도 주민 모습. [뉴스1] 프리랜서 장정필

비·바람만 불면…섬 주민 2300명 고립 

전남 목포항에서 92㎞가량 떨어진 흑산도. 주민 2300여명이 사는 이 섬은 태풍 ‘링링’과 ‘미탁’ 때 육지로부터 고립됐다. 유일한 교통편인 여객선이 10일간 운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 김선희(55·여)씨는 “나주에 사는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도 일주일이 지나서야 찾아뵐 수 있었다”며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주민만 참아야 한다는 환경단체나 정부의 주장은 너무도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슈추적]
흑산공항, 환경부 심의중단 발표 1년
주민들, 11월 중순 청와대 시위 예고
이낙연 총리, 전남지사때 역점 사업

흑산도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흑산공항이 수년째 난항을 겪으면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흑산공항을 놓고 “섬 주민 교통·의료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민들과 “환경훼손”이라는 환경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1일 신안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흑산도 주민들은 다음 달 청와대와 환경부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민들은 이날 집회를 통해 흑산권역을 국립공원 구역에서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흑산공항 불허의 가장 큰 이유로 국립공원의 환경훼손을 꼽고 있다.

 
흑산공항은 잦은 선박통제로 인한 주민 불편해소와 흑산권관광활성화를 위해 추진됐다. 흑산권역은 1년 중 3분의 1 정도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교통의 오지(奧地)다. 이곳은 기상악화로 인한 여객선 결항만 1년 평균 50여일에 달한다. 또 60일 정도는 안개나 풍랑 때문에 여객선 운항횟수가 제한되기 일쑤다.

경비행장 건설이 추진 중인 전남 신안 흑산도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경비행장 건설이 추진 중인 전남 신안 흑산도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경비행장, 2000년부터 19년째 사업 추진

배를 타고 육지를 오가는 불편도 크다. 부식이나 자재 등을 차량에 싣고 육지를 오가려면 4시간30분~6시간이 걸리는 철부선을 이용해야 한다. 쾌속선을 타면 2시간10분이면 육지를 오갈 수 있지만, 작은 기상이변만 있어도 운항하지 않는다.
 
흑산공항 사업은 2000년 민간차원의 경비행장 건설을 목표로 시작됐다. 총 1833억 원을 들여 흑산도 북동쪽 끝 지역인 예리 일대에 1200m 길이의 활주로를 만드는 게 골자다. 원래 2017년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0년에 경비행기가 흑산도를 오가는 게 목표였다.

 
서울에서 흑산도를 1시간대로 연결하는 사업은 2009년 국토부가 검토용역을 추진하면서 국가사업으로 전환됐다. 2011년에는 국립공원 내 소규모 공항건설이 가능하도록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되기도 했다.  
 
흑산공항 건설 조기 착공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지난해 7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태영빌딩 앞에서 열린 흑산도 신공항 건설 조기 착공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흑산공항 건설 조기 착공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지난해 7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태영빌딩 앞에서 열린 흑산도 신공항 건설 조기 착공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환경부, 작년 10월 공항 심의 중단

이후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2015년 기본계획 수립 등을 통해 탄력을 받았던 사업은 2016년 암초를 만났다. 환경부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조류 충돌 등을 이유로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2017년 12월 착공에 필요한 실시설계가 중단된 데 이어 2018년 10월에는 환경부가 심의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국립공원위 재개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경단체들 역시 흑산도가 조류 337종이 모인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라는 점에서 공항 건설에 반대해왔다.  
 
주민들은 흑산공항 반대 목소리를 놓고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단순한 교통 불편 해소 외에도 응급환자 발생 때 발을 구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흑산도 주민은 공항건설을 둘러싼 심의가 지연되자 ‘국립공원 해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를 상대로 청원 작업을 해왔다. 이들은 “1981년 신안과 흑산도 일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국립공원인 흑산도에서는 각종 건설사업이나 토지 형질변경, 벌목 등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흑산도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심의 중단을 계기로 공항 건설촉구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준비해왔다. ‘철새 기착지’나 국립공원 여부를 떠나 최소한의 의료나 복지·생활 여건을 위해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흑산도 본섬 주민 2300여 명 중 700여 명은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진정서에 서명하고 공항 조기 건설을 촉구해왔다.

 
흑산공항 위치도. [중앙포토]

흑산공항 위치도. [중앙포토]

'지질공원' 울릉공항과 형평성 논란도 

흑산공항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당시 이 총리는 “흑산공항이 2020년 완공되면 흑산도와 서울, 중국 간 접근성이 1시간 거리로 개선되는 ‘세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흑산도와 함께 공항 건설이 추진됐던 울릉도와 형평성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울릉도는 지질공원임에도 내년 4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흑산공항추진단 관계자는 “울릉공항은 흑산공항보다 건설비가 3배 넘게 드는 데도 국립공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허가를 받았다”며 “국립공원이 공항건설의 제약조건이라면 국립고원 해제요구 상경투쟁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안=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