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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대가 정관 스님이 도심 아파트 단지에 둥지를 튼 까닭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뉴욕타임스가 ‘정관스님, 철학적 요리사’(Jeong Kwan, the Philosopher Chef)’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찰음식 대가 정관 스님에 대해 쏟아놓은 찬사다. 2017년 넷플릭스는 ‘셰프의 테이블 시즌3’에서 정관 스님과 그의 음식을 방송하며 대중에게 한국의 사찰음식을 알렸다. 이렇듯 세계를 무대로 한식과 사찰음식을 알리고 있는 정관 스님이 지난 7월 한 아파트 상가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원 ‘앨리웨이 광교’ 상가에 있는 ‘두수고방’이다. 
 지난 10월 18일 사찰음식 대가인 정관 스님이 수원 앨리웨이 광교에 연 식당 겸 음식공방 ‘두수고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뒤쪽에 보이는 문은 옛날 전라도 해남 윤씨 집에서 썼던 거북이 곶간문으로, 두수고방에서 정관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우상조 기자

지난 10월 18일 사찰음식 대가인 정관 스님이 수원 앨리웨이 광교에 연 식당 겸 음식공방 ‘두수고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뒤쪽에 보이는 문은 옛날 전라도 해남 윤씨 집에서 썼던 거북이 곶간문으로, 두수고방에서 정관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우상조 기자

 
정관 스님은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사찰 백양사 천진암의 주지다. 천진암에서는 템플스테이와 김장 행사 등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려왔지만, 도심에선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고는 그의 음식을 만나기 힘들었다. 그랬던 그가 도심으로, 그것도 아파트 단지 안에 자신의 식당이자 요리 교실이 될 공간을 열었다. 이유가 뭘까. 지난 10월 18일 두수고방을 직접 찾아가 정관 스님을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천진암과 수원을 오가며 하루를 한 달같이, 한 달을 하루 같이 바쁘게 살고 있다. 천진암에선 한식진흥원과 함께 오는 11월 15일까지 6개월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다. 인원만해도 700명이다. 이달 말 28일엔 두바이로 가서 한식과 사찰음식을 알리는 홍보행사를 한다. 그 뒤에 바로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가 통일 염원 행사를 열 계획이다. 11월 7일엔 독일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8일엔 정교 화합 차원에서 ‘마테우스’ 교회 안에서 사찰음식을 차려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한국엔 11월 14일에 돌아오게 될 거다.”
 
듣기만 해도 상당히 바쁜 스케줄인데요. 힘들진 않으신가요.
“올해만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겠나. 매년 똑같은 말을 하긴 하지만. 하하.”
 
두수고방은 어떤 공간인가요.
“두수고방(斗數庫房)의 ‘고방’은 곡식을 넣어두는 장소이자, 절에서 승려가 탁발(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음식을 얻는 의식) 후 필요한 사람을 위해 음식을 보관하는 공간을 뜻한다. 고방에 말 두(斗), 셈 수(數)라는 글자가 붙었으니 ‘식재료를 모아두었다가 나누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여기 보관한 음식은 아픈 사람, 힘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마음에 늘 담아왔던 말로, 여기서 세상 사람들에게 사찰음식을 선보이고, 비정기적으로 요리교실과 요리 품앗이를 열어 이웃과 음식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인연을 맺으려 한다.”
오래된 나무로 만든 툇마루에 소반과 방석으로 자리를 만든 모습이 운치 있다. 우상조 기자

오래된 나무로 만든 툇마루에 소반과 방석으로 자리를 만든 모습이 운치 있다. 우상조 기자

 
정관 스님이 직접 며칠 동안 전라도 광주의 고가구점을 돌며 하나하나 모은 소반들. 우상조 기자

정관 스님이 직접 며칠 동안 전라도 광주의 고가구점을 돌며 하나하나 모은 소반들. 우상조 기자

두수고방의 한 쪽 벽을 채우고 있는 그릇장. 처음엔 장식용으로 설치했는데, 지금은 실제로 사용하는 그릇들을 놓는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상조 기자

두수고방의 한 쪽 벽을 채우고 있는 그릇장. 처음엔 장식용으로 설치했는데, 지금은 실제로 사용하는 그릇들을 놓는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상조 기자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 중앙 좌석. 우상조 기자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 중앙 좌석. 우상조 기자

왜 아파트 단지에 자리를 잡으셨나요. 
“많은 고민을 했다. 사찰음식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이제 20년이 됐다. 천진암에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음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 한국 사람들과 더 가까이에서 음식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늘 컸다. 특히 우리 음식 문화를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고 공감하고 싶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곳으로 나왔다. 마침 앨리웨이 광교가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고, 수원은 내가 출가한 지역이라 '인연이다' 싶어 이곳에 문을 열게 됐다.”
 
지난 7월 정관 스님은 두수고방이 있는 앨리웨이 광교 광장에서 국수를 삶아 이웃 200명과 나눠 먹었다. 9월엔 고추장 담그기 행사를 열었고, 오는 11월 말엔 김장 담그기 행사을 연다.  
도심에서 많은 사람과 장 담그기, 김장 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음식은 '나누기'가 기본이다. 옛날엔 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김치를 담그고 장을 담가 먹었다.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한 곳으로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바로 음식이었다. 김치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도 그것이다. 1년 동안 먹을 양식을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공들여 만드는 게 바로 김치다. 지금은 바로 옆집 사람과도 교류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시대가 됐다. 이런 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음식으로 서로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방송 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내 마음은 늘 똑같다. 다만 그 방송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식과 사찰음식을 알렸고, 또 그들이 우리 음식을 알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됐다는 데 뿌듯한 마음이 있다. 방송 후 많은 외국인 셰프들이 다녀갔다. 그런데 언어가 다른 게 문제가 아니더라. 저쪽 나무 밑에서 걸어 올라오는 것만 봐도 그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알겠더라. 언젠가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으로 하나가 된 거다.”
 
정관 스님이 점심에 낼 애호박 반찬을 완성해 그릇에 옮겨 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관 스님이 점심에 낼 애호박 반찬을 완성해 그릇에 옮겨 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소반 하나를 가득 채운 소박하고도 푸짐한 상차림. 찰진 조밥에 된장국, 표고버섯 조림과 두부전을 반찬으로 3년 된 정관 스님의 묵은지까지 먹는 동안 "맛있다"란 소리가 연신 튀어나온 밥상이었다. 우상조 기자

소반 하나를 가득 채운 소박하고도 푸짐한 상차림. 찰진 조밥에 된장국, 표고버섯 조림과 두부전을 반찬으로 3년 된 정관 스님의 묵은지까지 먹는 동안 "맛있다"란 소리가 연신 튀어나온 밥상이었다. 우상조 기자

두수고방에서 식사를 하려면 서둘러야 가야 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문을 여는데 하루에 30~50인분만 판매하기 때문에 문을 열자마자 다 팔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더 양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모든 음식을 정관스님이 직접 담근 장과 양념으로 만들다 보니 판매량을 무한정 늘릴 수가 없어서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두수고방의 식재료는 앨리웨이 내 다곳마트의 청년농부연합에서 구한다. 부족한 채소는 옥상정원 텃밭에서 직접 재배해 쓴다.
 
찬바람이 붑니다. 이런 날씨에 먹으면 좋을 음식은 무엇일까요.
“겨울엔 무가 보약이다. 무와 배추를 냄비에 넣고 된장 한 숟갈을 넣어서 끓여 푹 익혀 먹어라. 밥은 고구마와 좁쌀을 넣은 조밥을 먹으면 몸에 기운이 난다. 반찬으로는 뿌리채소를 먹을 때다. 연근이나 우엉 장아찌, 나물은 시금치, 한소끔 김을 쐐 뜨끈하게 데운 두부 위에 양념 간장을 얹어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두수고방에서 사용하는 옥상 장독대.  우상조 기자

두수고방에서 사용하는 옥상 장독대. 우상조 기자

지난 7월부터 가꾸기 시작한 텃밭. 이곳에서 자라는 식재료는 두수고방 상에 올라가게 된다. 우상조 기자

지난 7월부터 가꾸기 시작한 텃밭. 이곳에서 자라는 식재료는 두수고방 상에 올라가게 된다. 우상조 기자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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