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탐정 순수익 월1000만원? 범칙금만 월130만원 나와"

 
지난 7월 30일 오전 6시 ‘사설탐정’인 장재웅(46) 웅장컨설팅 대표는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방문했다. 부산의 한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온 베트남인 리홍(가명‧21)을 찾기 위해서다. 리홍은 연초 유학비자(6개월)로 한국에 왔다가 15일 만에 잠적해 불법 체류자가 됐다. 이런 유학생이 늘면 그들을 받아준 대학은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대학 측이 장 대표에게 수색을 의뢰한 것이다.

탐정 24시 따라가보니
아파트 계단서만 3시간 잠복
물 한병, 과자로 끼니 때우기 일쑤
문 대통령 ‘공인탐정제’ 대선 공약

 
이날 찾은 아파트는 리홍이 함께 입국한 베트남 친구에게 보낸 소포에 발송지로 적혀있던 곳이다. 주소에 적힌 아파트 현관에 음량 증폭기를 댔다. 희미하게 TV 소리가 났다. 장 대표는 “가스 검침 표를 보니 월 사용량이 일반 가정의 30% 수준”이라며 “외국인이 숙소로 쓰고 있거나 1인 가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계단에서 잠복 중인 탐정.

아파트 계단에서 잠복 중인 탐정.

관련기사

 
비상계단에서 숨죽여 기다렸다.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였지만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물은 마시지 않았다. 장 대표는 “꼭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사람이 나온다”고 말했다. 3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자 장 대표는 직접 현관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라는 목소리는 한국 여성이었다. 장 대표는 “소포를 보낼 때 거짓 주소를 적어 보냈다. 허탕이다”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장 대표는 8월 1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베트남어 통역사인 딘 안(가명‧29)을 만나 협조 요청을 했다. 베트남인끼리 즐겨 쓰는 SNS에서 ‘친구 찾기’를 해보니 리홍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쓴 ‘내가 일하는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있었다. 장 대표는 “베트남인을 섭외해서 알바를 희망하는 것처럼 접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현재 장 대표는 리홍을 비롯해 불법체류 중인 30여 명의 외국인 학생을 쫓고 있다. 국내 3개 대학에서 한 의뢰다. 이들 외국인 학생들은 국내 대학에 어학 연수차 왔다가 잠적한 경우다. 장 대표는 “일단 입국해서 2년 정도만 음식점이나 공장에서 일해도 큰돈을 남겨서 돌아갈 수 있다”며 “각 대학에 이 학생들을 소개해 준 유학원이 수색을 의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8월 3일 오전 6시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 최환욱(29) 더서치 민간조사기업 대표는 남편에게 친구들과 강원도를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는 여성 김모(36) 씨를 뒤쫓기 시작했다. 불륜을 의심한 김씨 남편이 의뢰한 사건이다. 그런데 따라가 보니 김 씨는 강원도가 아니라 일산의 한 빌라에 주차했다. 낮 최고 36도인 폭염에서 11시간 잠복이 시작됐다. 500㎖ 생수 한 병과 초코바로 갈증과 허기를 달랬다.
 
오전 11시 빌라 주차장에서 검은색 승용차가 나와 빠르게 사라졌다. 최 대표는 탑승자 얼굴을 확인하지 못해 초조해졌다. 그는 빌라 현관을 꼼꼼히 살피더니 한쪽 구석에 적힌 4자리 숫자를 발견했다. 현관 출입 비밀번호다. 최 대표는 “10곳 중 6~7곳은 이렇게 번호가 적혀 있는데 음식 배달기사나 택배기사들이 써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 번호를 이용해 빌라로 들어가 김 씨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집의 벨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오후 5시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CCTV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전에 주택임대관리를 했던 최 대표는 빌라 구조를 잘 알았다. 1층 출입구 CCTV 옆에 모니터가 있었다. CCTV를 보니 아까 빠져나갔던 검은색 승용차에 김 씨와 젊은 남성이 동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 안에서 대상자를 기다리는 탐정들.

차 안에서 대상자를 기다리는 탐정들.

 
장 대표와 최 대표는 흔히 흥신소로 불리는 탐정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15년간 대기업 전략영업팀에서 근무했다는 장 대표는 실종자 수색이나 기업 비리 색출이 전문 분야다. 최 대표는 소송 관련 증거 수집을 주로 처리한다. 최 대표는 “예전에 분양 사기를 치고 달아난 사기꾼을 찾아달라고 흥신소에 의뢰한 적이 있는데 일주일 만에 소재를 알아와 놀란 적이 있다. 이 업종이 수익도 괜찮고 절박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 싶어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5일 다시 만난 최 대표는 또 다른 대상자를 쫓고 있었다. 돈을 빌리고 잠적한 의뢰인의 친구다. 이날도 10시간 동안 영화를 방불케 하는 아슬아슬한 자동차 미행과 잠복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최 대표의 전화기 2대 중 상담용 전화기는 30분에 한 번씩 울렸다. 의뢰 상담 전화다.
 
최 대표는 “보통 하루 10건 정도 상담이 오는데 지난달의 경우 실제 의뢰 건수는 15건이었다”고 말했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월 매출만 6000만원 수준이다. 기자가 슬쩍 “순수익이 월 1000만원은 남겠다”고 떠보자, 최 대표는 “그거 벌려고 이 일 못 한다. 지난달만 속도위반‧주정차 범칙금으로 130만원을 냈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최현주·문현경 기자 chj80@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