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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시선] 평양이 연출한 ‘정치 축구’가 드러낸 진실

손흥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북한 선수들 사이를 돌파하며 슛을 날리고 있다. 결과는 0 대 0 무승부였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손흥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북한 선수들 사이를 돌파하며 슛을 날리고 있다. 결과는 0 대 0 무승부였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축구 때문에 전쟁을 치른 나라들도 있지만, 한 판의 남북 축구 경기가 이렇게 정치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큰 논란과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나 싶다. 

국제 룰 무시한 북한 엽기적 실체
그런 북에 집착하는 문 정부 민낯
축구를 정치로 농락한 자들에게
스포츠맨십과 실력으로 본때를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있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H조 3차전 경기 얘기다. 기이한 '3무'(무중계·무관중·무득점) 기록을 남긴 그 날 경기는 축구가 아니라 '전투'였다고 한다. 축구를 스포츠 아닌 정치로 전락시킨 '축구의 정치화'가 개탄스럽다.  

 궁금해서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7일 오후 홈페이지에 올린 하이라이트 영상을 직접 챙겨 봤다. 전반과 후반 각 3분씩 모두 6분짜리였다. 텅 빈 관중석 때문인지 선수들과 코치진의 외침이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주요 장면을 보니 북측의 기습적인 슈팅에 아슬아슬한 실점 위기도 있었다. 
북한 리영철 선수가 15일 평양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헤딩하고 있다. [AFC, 연합뉴스]

북한 리영철 선수가 15일 평양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헤딩하고 있다. [AFC, 연합뉴스]

 축구협회가 출입기자에게만 틀어준 90분 전체 영상을 본 중앙일보 축구 담당 피주영 기자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당초 축구협회는 경기가 5대 5 정도였다고 기자들에게 알렸지만, 경기 외적 요소를 빼고 경기 자체만 따져 보니 우리 대표팀이 북한에 4대 6 정도로 밀렸다"고 분석했다. 9월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13위인 북한이 37위인 한국을 상대로 상당히 선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점 3점을 따지 못한 상황에서 축구협회가 북측의 이상 행동을 과장한 것으로 봐야 할까. 거친 몸싸움과 집요한 심리전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한 우리 대표팀의 준비 부족을 비판해야 할까. 그보다는 아무래도 축구를 축구로 존중하지 않은 북측의 비이성과 이상 행동에 무게를 두는 게 상식적인 반응일 듯하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북한 선수에게 가격 당하고 있다. 90분 영상 전체를 본 축구 담당 기자는 한국이 4대 6으로 열세였다고 분석했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북한 선수에게 가격 당하고 있다. 90분 영상 전체를 본 축구 담당 기자는 한국이 4대 6으로 열세였다고 분석했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경기는 축구가 아니라 '전투'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칠고 격렬했다고 한다. 결과는 0 대 0 무승부였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경기는 축구가 아니라 '전투'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칠고 격렬했다고 한다. 결과는 0 대 0 무승부였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주장 손흥민 선수는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며 악몽 같은 경험을 전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무승부로 여러 사람 목숨이 살았다.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다리 하나가 부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양 지도부가 연출한 '정치 축구' 때문에 실망과 상처도 컸지만, 몇 가지 진실과 진상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첫째, 북한 정권의 비정상과 엽기적 면모를 국민이 새삼 적나라하게 확인했다. 선수단이 가져간 음식 재료 세 상자를 빼앗았다. 호텔에서 사실상 선수들을 감금했다. 경기장에는 난데없이 군인들을 배치해 험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축구협회 최영일 부회장은 "무관중 경기를 비롯해 황당한 상황이 연이어 빚어지는데도 북측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감장에서 북한이 남북 축구 경기 당시 관중석을 텅 비운 행위를 공정하다고 두둔하듯 발언해 빈축을 샀다. 왼쪽은 가격 당하는 손흥민 선수.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감장에서 북한이 남북 축구 경기 당시 관중석을 텅 비운 행위를 공정하다고 두둔하듯 발언해 빈축을 샀다. 왼쪽은 가격 당하는 손흥민 선수.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를 강조해왔지만 북한은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면서 계속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를 강조해왔지만 북한은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면서 계속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둘째, 이런 비정상적인 북한 정권에 질질 끌려다니는 문재인 정부의 굴욕적 태도를 축구 팬이 생생하게 확인했다. 국제 스포츠 룰을 어긴 북한의 행태에 항의하고 비판해야 마땅한데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측을 두둔하듯 발언해 공분을 샀다. 북측의 무관중 경기에 대해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고 말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여론이 부글부글 끓는데도 대통령은 지난 18일 북한과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적자 상태인 KBS가 중계권료 계약금 수억 원을 떼일 위기인데도 녹화 중계를 갑자기 취소해 의혹을 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화질이 나빠서 중계가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KBS의 녹화 중계 취소로 애꿎은 팬들은 29년 만에 열린 남북 축구 대결 장면을 못 보게 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7일 국회 국정 감사장에서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중앙 포토]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7일 국회 국정 감사장에서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중앙 포토]

KBS 국정 감사장에서 한 의원은 북한에 대한 여론 악화를 우려해 KBS가 방송을 취소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북한 눈치를 보는 정부가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녹화 중계를 하지 말라는) 정부의 압력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축구협회는 북한 축구협회에 책임을 돌렸다. 협회는 지난 17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유감을 표명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FIFA 윤리 강령 14조(중립 의무 조항)와 AFC 경기운영 매뉴얼(차별 없이 방문팀 지원)을 근거로 북한 축구협회의 이번 처사는 징계 사안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징계가 제대로 될지, 북측이 사과할지는 미지수다.
 홈경기는 내년 6월 서울에서 열린다. 흥분한 축구 팬들은 평양에서 당한 대로 고스란히 돌려주라고 난리다. 북한 선수에게 따귀를 맞은 황인범 선수는 "홈경기에서 복수전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축구를 정치로 오염시킨 자들에게 통쾌하게 본때를 보여줄 방법이 있다. '정치 축구'에 맞서 보란 듯이 스포츠맨십과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진짜 축구'로 승점 3점을 챙기는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경기에 앞서 입장하고 있다. 일부 축구 팬들은 북한에서 부당하게 당한만큼 내년 6월 서울에서 열리는 홈 경기에서 보복해야 한다고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맨십과 실력으로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축구라는 시각도 있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경기에 앞서 입장하고 있다. 일부 축구 팬들은 북한에서 부당하게 당한만큼 내년 6월 서울에서 열리는 홈 경기에서 보복해야 한다고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맨십과 실력으로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축구라는 시각도 있다.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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