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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컵 3회 중 두 차례 우승, 토마스 ‘제주 사나이’

저스틴 토마스가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시도하고 있다. 토마스는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뉴시스]

저스틴 토마스가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시도하고 있다. 토마스는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뉴시스]

20일 제주 서귀포의 클럽 나인브릿지 골프장.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CJ컵 최종 라운드 18번 홀(파5·568야드) 그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선두 저스틴 토마스(26·미국)를 2타 차로 추격하던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9)가 10m 거리에서 이글 퍼트를 과감하게 시도했다. 공은 홀컵을 돌아 나왔다. 대니 리는 머리를 감쌌고, 수천 명의 갤러리 사이에선 장탄식이 쏟아졌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토마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토마스는 이어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그제야 비로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합계 20언더파, 우승 상금 21억원
“내년엔 한글 배워와 이름 쓰겠다”
교포 대니 리 맹추격 아쉬운 2위
10m 이글 퍼트 홀컵 돌아나와 불운

토마스가 CJ컵에서 2년 만에 다시 한번 자신의 한글 이름이 새겨진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토마스는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대니 리(18언더파)와는 2타 차. 우승 상금 175만5000달러(약 20억7000만원)를 받았다. 토마스는 8월 BMW 챔피언십에 이어, 두 달 만의 우승으로 개인 통산 11승이 됐다.
 
토마스와 이재현 CJ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토마스와 이재현 CJ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경기는 마지막까지 팽팽했다. 3라운드 공동 선두(15언더파) 토마스와 대니 리는 최종 라운드에서 둘 만의 매치 플레이를 펼치는 듯 경쟁했다. 한쪽이 달아나면, 다른 한쪽이 쫓아가는 팽팽한 우승 경쟁이 13번 홀까지 이어졌다. 14~16번 홀에서 대니 리는 연거푸 티샷 실수를 하더니 보기 2개로 주춤했다. 그 사이 토마스가 14번 홀에서 버디, 15·16번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토마스가 3타 차까지 앞서면서  승부의 추가 기운 듯했다. 그런데 17번 홀(파3)에서 토마스의 티샷이 그린 왼쪽을 넘겨 러프로 향했다. 이어 파 퍼트도 돌아 나오면서 두 사람 타수는 2타로 좁혀졌다.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 하는 대니 리. 그는 합계 18언더파로 준우승했다. [연합뉴스]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 하는 대니 리. 그는 합계 18언더파로 준우승했다. [연합뉴스]

대니 리는 전날(3라운드) 18번 홀에서 20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많은 이들이 그 장면을 떠올렸다. 극심한 허리 통증을 극복한 대니 리는 이번 대회 내내 공격적인 샷과 안정적인 퍼트로 4년 만의 PGA 우승을, 그것도 고국에서 노렸다. 대니 리는 이날도 18번 홀에서 투온에 성공, 공을 홀 10m 거리에 올려놓으며 토마스를 압박했다. 그러나 기적은 두 번 일어나지 않았다. 토마스는 “대니 리의 이글 퍼트가 돌아 나오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압박감을 느꼈고 마지막까지 힘들었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2017년 초대 대회 때 제주 특유의 강한 바람을 뚫고 9언더파로 우승했다. CJ컵에 3년간 개근했고, 2년 만에 또 우승했다. 이 정도면 ‘제주 사나이’라 부를 만하다. 그는 브룩스 켑카,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등에게 CJ컵 출전을 권유할 만큼 대회 전도사를 자처했다. 토마스는 이번 대회 직전 “선수 대우와 코스 인프라, 상금 등 모든 면에서 환상적이다. 초대 대회 우승도 했던 만큼 좋은 추억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2라운드까지 13언더파를 쳐 대회 36홀 최소타 기록도 세웠다.
 
토마스는 “(나인브릿지 코스의 경우) 장타자에게 유리한 몇몇 홀이 있지만, 바람을 고려한 아이언샷 감이 좋아야 하고, 공 컨트롤도 잘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며 “코스가 나와 잘 맞는다. 무엇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경기한다”고 말했다.
 
CJ컵 두 차례 우승을 포함해 아시아 대회에서 네 번 우승하는 등 토마스는 유독 아시아에서 강했다. 비결을 묻자 그는 “아시아에 오면 소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금속활자 직지를 콘셉트로 만든 대회 한글 우승 트로피를 받은 토마스는 “아직 내 한글 이름을 쓰는 게 익숙하지 못하다. 열심히 연습하고 배워서 1년 뒤에 한글로 써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국내 선수로는 안병훈(28)이 13언더파 공동 6위로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토마스 추천으로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처음 출전한 스피스는 12언더파 공동 8위로 올 시즌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지난해 우승자인 남자 골프 세계 1위 브룩스 켑카는 2라운드 도중 무릎 통증으로 기권했다.
 
제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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