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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미스테리…멧돼지 넘어왔나, 바이러스가 흘러왔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를 둘러싸고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 멧돼지는 북한에서 감염돼 넘어 왔는지, 아니면 남쪽의 멧돼지였는지, 남쪽 멧돼지였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됐는지를 놓고 각종 해석과 관측이 등장하고 있다.  
멧돼지 돼지열병 바이러스 9마리째 검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멧돼지 돼지열병 바이러스 9마리째 검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돼지열병 멧돼지, 철책 뚫었나=방역 당국에 따르면 20일까지 확인된 ASF 감염 야생 멧돼지는 9마리로 모두 강원 철원과 경기 연천·파주의 접경 지역에서 발견됐다. DMZ 내에서 1마리,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쪽에서 7마리, 민통선 밖(900m 지점)에서 1마리다. 발견 위치로 보면 DMZ에 서식하는 북한 멧돼지가 남쪽으로 넘어와 ASF를 퍼트렸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에선 이미 ASF가 크게 유행했던 상황이었다. 멧돼지건 북한 병사건 철책선이 뚫렸다면 이는 심각한 사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철책선은 절대 뚫릴 수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북한 멧돼지가 DMZ의 남방한계선을 넘을 가능성은 0%라는 주장이다. 높이 2.5m 이상의 3중 철책 구조 때문이다. 남측 철책, 중간 철책, 북측 철책(추진철책)의 3중 철책은 지형에 따라 각각 5m에서 10m 이상의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각 철책에는 광망이 깔려있어 야생동물이 철책을 건드리기만 해도 지휘통제실에 경보가 들어온다. 레이더·감시카메라·열영상 감시장비(TOD)도 갖춰 통제실에서 육안 감시도 가능하다고 한다.
군 당국은 새끼 멧돼지가 철책 틈으로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한다. 가로·세로 10㎝ 그물망으로 돼있는 틈 사이를 광망에 닿지 않고 통과하는 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멧돼지가 땅굴을 파고 넘어올 가능성을 놓고도 “철책 바닥은 콘크리트가 깔려 있으니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주장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직접적으로 야생 멧돼지가 내려와 ASF를 전파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16일 강원 화천군에서 군 장병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매개체로 의심되는 멧돼지를 잡기 위한 포획 틀을 화천군으로부터 전달받으면서 사용방법을 익히고 있다.[뉴스1]

16일 강원 화천군에서 군 장병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매개체로 의심되는 멧돼지를 잡기 위한 포획 틀을 화천군으로부터 전달받으면서 사용방법을 익히고 있다.[뉴스1]

 
②바이러스가 물로 흘러들어왔나=군 당국의 주장이 맞다면 ASF 바이러스가 수로를 통해 남쪽으로 흘러왔을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남방한계선의 하천 구간에 설치된 수문을 통해서다. 하천 크기에 따라 폭 1m~300m, 높이 1m~17.5m인 수문은 일종의 철조망이다. 사람이나 짐승은 통과할 수 없는 데 물은 흐른다.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에선 돼지 사체 1구가 수문에 걸린 채 발견됐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ASF에 감염된 돼지를 육가공한 뒤 방역 조치를 제대로 안 하고 부속물을 그대로 하천에 버렸을 경우 ASF가 물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다”며 “오염된 물이 하천 주변 진흙에 ASF를 퍼뜨리고 멧돼지가 여기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ASF 바이러스가 낮은 수온에선 1년까지 살아남을 수 있고, 토양에서는 여름에 1~2주, 봄·가을에는 6주, 겨울에는 4개월 정도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 교수는 “유럽에서 수변 지역을 중심으로 ASF가 퍼진 사례가 이미 보고됐다”며 “ASF 감염 멧돼지가 파주 연천 등 임진강 유역에서 발견된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③매개 동물이 옮겼나=북한 멧돼지 폐사체를 접촉한 조류나 곤충이 매개체가 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박사는 “DMZ 인근의 새, 곤충 등이 북한 멧돼지 폐사체의 ASF 바이러스와 접촉한 뒤 남측 멧돼지를 오염시켰을 수 있다”며 “야생조류에 의한 ASF 감염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종종 보고된다”고 말했다. 까마귀 등이 ASF에 감염된 북한 멧돼지 폐사체를 먹고 남측 돈사로 와 사료에 이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 교수는 “부패한 사체에서도 ASF가 4주 정도 생존한다”며 “조류가 전파경로라면 감염 지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④멧돼지 헤엄쳐 넘어왔나=일각에선 ASF에 감염된 북한 멧돼지가 서해 연안을 헤엄쳐 넘어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10㎞ 이상을 헤엄칠 수 있는 멧돼지의 능력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오전 6시쯤 바다를 건너온 것으로 보이는 멧돼지 3마리가 강화군 교동면 해안가의 철책선 안 모래톱에서 군부대 감시카메라에 잡혔다. 군 관계자는 “이곳 해안가는 바다를 통해서가 아니면 동물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라며 “1990년대엔 북한 멧돼지가 연평도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멧돼지가 서해나 임진강을 헤엄쳐 건너와도 파주나 연천까지 오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군 당국자는 “강화도와 파주에는 해안 철책이 설치돼있어 내륙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헤엄쳐 내려온 멧돼지가 ASF를 직접 퍼뜨리더라도 해안 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부 전선을 지키는 전방 지역의 장병들은 20일에도 멧돼지와의 전쟁을 계속했다. 이날 병력 2088명과 제독차 66대로 대민 지원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날 파주·연천·철원 9개 감염 지역의 주요 멧돼지 이동통로에 철조망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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