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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자리안정자금 예산, 계산법 바꿔 1000억 부풀렸다"

일자리안정자금 이미지. [뉴스1]

일자리안정자금 이미지. [뉴스1]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지원되는 내년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안이 1000억원가량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용노동부가 내년도 예산안부터 계산법을 슬그머니 바꿨다는 지적이다. 국회 일각에선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산출하는 세부 근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예산 뻥튀기'라고 보고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 일용직 비율 계산법 바꿔 '예산 뻥튀기'"   

20일 중앙일보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2020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안 산출할 때 적용하는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미만율)과 일용직 근로자 비율을 과거 기준과 다르게 적용했다. 이 수치가 달라지면 예산 규모도 달라진다.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기존 계산법 대로면 2조151억원(자금 운영비 제외)으로 책정되지만, 정부는 계산법을 바꿔 965억원가량 늘어난 2조1116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는 지적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전체 근로자에 지원하는 금액에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근로자 몫을 빼는 방식(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받는 전체 근로자 몫-일용직·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몫)으로 예산안을 짠다. 언제든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일용직 근로자나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미만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는 나랏돈을 지원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이 올랐더라도 계속 고용을 유지하는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쉽게 말해 계산법상 지원에서 제외되는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미만율)이나 일용직 비율이 낮아지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은 늘어나는 구조다. 
 
올해 예산안을 짤 때는 '30인 미만' 사업체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적용됐다. 일자리안정자금의 대부분이 3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에 지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을 짤 때는 1인 이상 전체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5.1%)이 적용됐다. 전체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영세 사업장이 많은 30인 미만 사업체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추 의원은 정부가 산술 구조를 악용해 실제 적용했어야 할 비율보다 낮은 최저임금 미만율과 일용직 비율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추 의원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자의 81.2%(220만1713명)가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라며 "그런데도 30인 미만이 아닌 전체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을 적용하면 결국 '예산 뻥튀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용직 비율 계산할 때 바꾼 '월평균 최저임금'은 부정확"

일용직 비율 역시 실제 통계치보다 낮은 값이 적용됐다고 지적한다. 고용부는 그동안 적용한 '경제활동인구 고용형태별 부가조사' 통계에 따른 일용직 비율을 적용해 왔다. 이 통계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는 최저임금의 100%~120%를 임금으로 받는 일용직 비율은 9.5%, 최저임금 100% 이하 구간의 일용직 비율은 18.1%가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고용부는 이보다 낮은 수치(최저임금 100~120% 구간 5.4%, 최저임금 100% 이하 구간 17.4%)를 적용했다. 기존까지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일용직 비율을 계산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선 '월평균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바꾼 것이다. 이 같은 계산법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근로자가 최저임금 미만자로 '둔갑'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가령 지난해 월평균 보수가 150만원인 사람은 정부 기준 대로면 최저임금(7530원×209시간) 미만자로 잡히지만, 이 근로자가 매주 44시간을 일했다고 가정하면, 이 사람의 시간당 최저임금(150만원÷191시간)은 7850원으로 최저임금을 초과한다. 이렇게 부정확한 비율을 기존 계산법과 다르게 적용하면서 총 965억원 규모의 예산이 과다 계상됐다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전체 근로자 지원금에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근로자(일용직·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몫을 빼는 방식으로 예산안을 짠다.계산법상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미만율)이나 일용직 비율이 낮아지면 예산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전체 근로자 지원금에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근로자(일용직·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몫을 빼는 방식으로 예산안을 짠다.계산법상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미만율)이나 일용직 비율이 낮아지면 예산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 "더 정확한 예산안 산출 위해 계산법 바꿨다" 해명 

예산 심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과 고용부는 내년도 예산안부터 계산법이 달라진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 기준 변경은 좀 더 정확한 예산안 산출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내년도부터는 3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중에서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받는 근로자가 18.8%가량 늘기 때문에 최저임금 미만율을 '30인 미만 사업장' 기준으로만 적용하면 오히려 '예산 축소'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이상 사업장에도 지원되도록 지원 영역이 계속해서 넓어졌다. 고용부는 지난해 2월 30인 이상 사업장에는 지원되지 않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 기간 중 고용인원이 30명을 넘어서더라도 29인까지는 계속 지원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지난해 9월에는 만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는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도 지원하도록 재차 변경했다.
 

추경호 "국회 승인 없이 예산 지원 범위 확대…감사 필요" 

추 의원은 예산을 지원받는 3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가 늘었더라도, 아직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산출 기준을 바꿔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 국회 승인 없이 예산 지원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력화하는 편법 행위라는 것이다. 추 의원은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을 1000억원 가까이 부풀려 놓은 것은 내년에도 관련 예산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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