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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법 주역→환경 파괴자···27년만에 '죄인' 된 왕우렁이

정부가 친환경 쌀 재배에 쓰이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 하자 농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20일 농식품부·환경부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포함해 리버쿠터·중국줄무늬목거북·갈색날개매미충·미국선녀벌레·마늘냉이 등 생물 6종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이달 1일부터 입법예고 중이다.
 

[주말 PICK]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한 이유로 “왕성한 번식력을 지니고 토착종과 경쟁을 벌인다”며 “하천변 등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왕우렁이는 지름이 약 4㎝ 정도로 토종 논우렁이보다 크다. [자료: EBS 클립뱅크 캡처]

왕우렁이는 지름이 약 4㎝ 정도로 토종 논우렁이보다 크다. [자료: EBS 클립뱅크 캡처]

길이 4㎝ 정도로 토종 우렁이보다 훨씬 큰 왕우렁이는 1983년 식용으로 정부 승인을 받아 일본에서 도입됐다. 이후 왕성한 식욕으로 논의 잡초를 제거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1992년부터 비닐하우스 등에서 대량 양식돼 친환경농법 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죽는 것으로 알려졌던 왕우렁이가 한국 생태계에 점차 적응하면서 이듬해 봄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생겼다. 덜 자란 어린 풀 등을 갉아먹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제2의 황소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017년 왕우렁이의 방제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고시에 대해 농업계의 반발이 크다. 국내 친환경 쌀 재배 농가 대부분이 농약을 대신할 제초 수단으로 왕우렁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왕우렁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고시를 강행한다면 친환경 농업을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한때 오리를 이용한 농법도 주목받던 때가 있었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등에 대한 우려로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환경부

자료: 환경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제초 효과는 탁월하면서 농작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연합회는 “남부지방에서 왕우렁이가 소량 월동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우렁이를 논에 투입해 활동이 왕성한 기간에도 지금까지는 주변 밭이나 들에 특별한 영향을 미쳤다고는 조사된 바 없다”며 “황소개구리나 배스 같은 외래종은 천적이 없어 생태계에 피해가 발생했지만, 왕우렁이는 조류나 야생동물 같은 육식성 포유동물이 모두 천적이라 이 같은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권 의원도 “왕우렁이가 월동해 개체 수를 불린다고 하지만 정작 농민들은 매년 우렁이를 사 논에 집어넣고 있다”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 하는 것은 국립생태원 위해성평가결과에 따른 것으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관련 이슈를 최근에 접하고 농민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입법예고 기한 내에 입장을 정리해 환경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생태계교란생물은 외국으로부터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돼 생태계의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과거 식용으로 들여왔지만,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방치한 황소개구리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남미에서 들여온 뉴트리아도 있다. 뉴트리아는 당시 농가들이 모피용 가죽과 고기를 활용하기 위해 사육했지만 제대로 팔리지 않자 방치했다. 이후 농장에서 탈출한 뉴트리아가 야생에서 서식하면서 기존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트리아 퇴치반원이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에서 틀에 잡힌 뉴트리아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뉴트리아 퇴치반원이 김해시 화목동 해반천에서 틀에 잡힌 뉴트리아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사람이나 가축에게 피해를 주고 다른 식물들이 살지 못하도록 생육을 방해하는 등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도 있다. 1980년대 남미에서 건너온 가시박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시박은 제초제와 비슷한 성분을 내뿜으며 주변 식물을 말라죽게 해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린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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