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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손볼 곳 없으면 절대 안돼" 盧의 기억이 밀어붙이는 공수처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밤 늦게까지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오고있는 모습. [중앙포토]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밤 늦게까지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오고있는 모습. [중앙포토]

"검찰을 손볼 수 있는 데가 없으면 절대 안된다…그것을 공수처라 생각하셨어요"
 

공수처 설치 與野 찬반 팽팽, 노무현정부 데자뷔
"檢특수부 폐지하고 다시 특수부 만든다" 비판도

2011년 출간된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 나오는 문희상(74) 국회의장(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의 회고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실패한 것에 대해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 대가라 생각한다"고 후회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與 "檢 견제할 기관 반드시 필요" 

현재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설치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검찰을 견제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야당 탄압용 사정기관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공수처는 또 다른 괴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란 절대 불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정치권을 넘어 법조계에서도 공수처 설치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59) 검찰총장은 17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공직 비리를 여러 군데에서 수사하면 서로 견제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공수처의 검찰 견제론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를 반대하는 측에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가 권한을 남용하면 그건 누가 견제하냐"(민주당 금태섭 의원)고 의문을 제기한다. 
 

"공수처, 검찰의 또다른 특수부 될 수도"

공수처가 "'검찰의 작은집이나 옥상옥이 될 것"이라거나 "이름만 달리한 검찰 특수부를 만드는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회 패스트트랙을 통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 법안 모두 공수처에 공수처 검사 25명, 공수처 수사관을 30~40명까지 두도록 하고있다. 
 
백 의원 법안은 공수처에 검찰 출신을 최대 절반까지 채울 수 있고, 권 의원 법안엔 그 제한마저 없다. 
 
지청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 정도 규모면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전국 3개 검찰청 특수부를 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방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사퇴 전까지 검찰의 특수부 축소 방안을 추진했다. [뉴스1]

사의를 표명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방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사퇴 전까지 검찰의 특수부 축소 방안을 추진했다. [뉴스1]

공수처, 檢 3개청 특수부 합한 규모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 검사는 50여명에 달하지만 다른 지방 검찰청의 경우 검찰청당 특수부 소속 검사는 6~8명에 불과하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수사할 고위공직자비리가 전형적인 검찰 특수부 수사"라며 "검찰 특수부를 전국 3개청에만 남겨두겠다는 현 정부가 3개 검찰청 규모의 특수부를 또다시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미래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결국 검사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상당수를 채워야 할 것"이라며 "검찰 견제 기관이 아닌 검찰의 '작은집'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 7000명, 기소대상 5100명

현재 논의 중인 공수처 법안 모두 검찰과 마찬가지로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부여하고 있다. 
 
2017년 11월 공수처 설치법 제정 당정청 회의가 열렸던 당시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공수처 설치법 제정 당정청 회의가 열렸던 당시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검사와 군 장성, 고위공직자 등 7000여명이며 기소 대상은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5100여명으로 한정했다. 
 
그외 수사 대상의 경우 공수처가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한다. 검찰이 공수처와 의견을 달리할 경우 공수처장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여당에선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한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 말한다. 이 역시 '검찰 견제론'을 바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견제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시민단체에선 오히려 국회의원과 청와대 등 권력기관 관계자도 기소 대상에 포함하는 더 강력한 공수처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 단체선 "더 강력한 공수처 필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의원와 청와대 관계자를 기소할 수 없는 공수처는 '이빨 빠진 호랑이'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처를 반대하는 측에선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시점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 설치는 이를 역행하는 모순에 가깝다"고 말한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에 너무 많은 권력을 쥐여준다는 것이다. 금태섭 의원은 "수십년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기 어려웠는데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공수처는 그런 착한 기관이 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대표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원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논의했다. 변선구 기자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대표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원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논의했다. 변선구 기자

현재 패스트트랙에 키를 쥐고있는 바른미래당은 권은희 의원안에 이런 공수처의 우려를 덜어낼 보완책이 담겨있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안 합의 가능성

권 의원안은 공수처장 임명시 국회 동의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했고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할 때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에 최종 판단을 받도록 했다. 미국의 대배심 제도를 차용한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권은희 의원 안으로 공수처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민주당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일 오전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뉴스1]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일 오전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뉴스1]

민주당(128석)은 바른미래당(28석)의 협조만 있다면 대안신당(9석)과 정의당(6석), 민주평화당(4석)과 함께 한국당 없이 10월 29일 본회의에 공수처 법안을 올려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여전히 백혜련 의원안을 선호한다"면서도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의견을 경청해 합의를 모아갈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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