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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동백꽃’과 ‘배가본드’…범인 찾기 재미 푹 빠져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카멜리아 사장 동백 역을 맡은 공효진. [사진 팬엔터테인먼트]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카멜리아 사장 동백 역을 맡은 공효진. [사진 팬엔터테인먼트]

그래서 ‘까불이’는 누구인가.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끝나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토론 주제다. 가상 소도시인 충청도 옹산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술집 카멜리아 사장 동백(공효진)와 파출소 순경 황용식(강하늘)을 주축으로 한 로맨스물임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연쇄살인범 까불이에 쏠려 있는 것이다. 
 

멜로·휴머니즘에 스릴러 섞은 ‘동백꽃’
까불이 찾기 본격화 되며 시청률 2배
250억 대작 ‘배가본드’ 섀도 찾기 나서
보급형 스릴러로 새로운 시청층 유입

벌써 용의 선상에 오른 사람만 여럿이다. 파출소 변 소장(전배수), 철물점 흥식이(이규성), 야구부 코치(이상이) 등등. 5년 전 마지막 살인 사건의 목격자이자 “까불지 말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받은 동백이의 최측근인 알바생 향미(손담비)와 엄마(이정은)까지 의심받고 있으니 한 회가 진행될 때마다 화살표가 이리저리 옮겨갈 수밖에.  
 

방송 끝나면 온라인서 ‘범인 찾기’ 시작

‘동백꽃 필 무렵’에서 순경 황용수 역을 맡은 강하늘. 순박한 직진남이다. 동백이를 위해서라도 꼭 까불이를 잡고 싶어 한다. [사진 팬엔터테인먼트]

‘동백꽃 필 무렵’에서 순경 황용수 역을 맡은 강하늘. 순박한 직진남이다. 동백이를 위해서라도 꼭 까불이를 잡고 싶어 한다. [사진 팬엔터테인먼트]

덕분에 “지는유 작전이니 밀당이나 이런 건 모르겠고요. 기냥올인을 허자 작심을 했습니다” 같은 용식의 촌티 뚝뚝 떨어지는 고백에 미소가 삐져나오다가도 까불이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징조가 발견될 때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 같은 추리게임에 힘입어 1회 6.3%(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20회 14.9%까지 뛰어올랐다. 당초 16부작(프리미엄 중간 광고로 1부를 2회로 나눠 32회 방영)으로 편성됐던 드라마는 20부작(40회)으로 연장됐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16부작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도 마찬가지다. 제작비 250억원이 투입돼 모로코에서 두 달간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한 첩보물로 이승기와 배수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섀도(Shadowㆍ그림자)’가 독차지한다. 스턴트맨 출신 차달건과 국정원 블랙 요원 고해리의 액션 연기도 볼만하지만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의 진실을 덮기 위해 이들의 목숨을 노리는 그의 정체가 더 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 스턴트맨 차달건 역의 이승기와 국정원 요원 고해리 역의 배수지. 모로코에서 만난 두 사람은 비행기 테러 사건을 캐기 위해 공조한다. [사진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 스턴트맨 차달건 역의 이승기와 국정원 요원 고해리 역의 배수지. 모로코에서 만난 두 사람은 비행기 테러 사건을 캐기 위해 공조한다. [사진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섀도 찾기는 까불이 찾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까불이는 옹산 동네 사람으로 특정할 수 있지만, 섀도는 국정원은 물론 모로코 경찰까지 제 입맛대로 주물럭거리는 상당한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테러 사건의 배후는 차세대 전투기 입찰을 노린 존엔마크사의 소행임은 진작에 드러났지만, 누가 이들의 뒤를 봐주는지를 찾는 게임인 셈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김민종), 국무총리(문성근) 등 비선 실세들이 물망에 올라 있다.  
 

로맨스·시대극 작가들도 장르물 접목

제작진의 전작을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흥미롭다.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와 차영훈 PD는 2016년 4부작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사이다. 조용한 섬마을에 18년 만에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백희의 ‘남편 찾기’가 ‘범인 찾기’로 확장된 셈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두 작품이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전작은 코믹, 이번 작품은 스릴러로 목적이 다르다”며 “스릴러와 로맨스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각각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밝혔다.  
 
2016년 4부작으로 방영된 ‘백희가 돌아왔다’. 동네 유지(최대철), 청년회장(김성오), 농장주(인교진) 등 후보 세 사람을 상대로 ‘진짜 아빠 찾기’가 펼쳐진다. [사진 KBS]

2016년 4부작으로 방영된 ‘백희가 돌아왔다’. 동네 유지(최대철), 청년회장(김성오), 농장주(인교진) 등 후보 세 사람을 상대로 ‘진짜 아빠 찾기’가 펼쳐진다. [사진 KBS]

임 작가가 장편 데뷔작 ‘쌈, 마이웨이’(2017)를 통해 보여준 발군의 문장력과 따뜻한 포용력은 물론 일종의 ‘보급형 스릴러’를 통해 흡입력까지 얻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그동안 너무 어렵거나 잔인하다는 이유로 장르물 시청을 꺼려 왔던 중장년 시청자층을 대거 유입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임상춘 작가는 성별ㆍ나이 등이 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중성적인 필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30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그간 OCN 등을 통해 장르물 매니어층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보다 넓은 시청자와 만나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접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스릴러를 메인이 아닌 서브플롯으로 가져가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차영훈 PD가 밝힌 4-4-2 포메이션, 즉 “넷 만큼의 멜로, 넷 만큼의 휴머니즘, 둘 만큼의 스릴러”가 적중한 셈이다.  
 
반면 ‘배가본드’의 장영철ㆍ정경순 작가는 젊은 시청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장르물의 문법을 차용한 케이스다. 2002년 ‘짝’을 공동 집필하며 처음 만나 2005년 결혼한 두 사람은 ‘대조영’(2006~2007) ‘기황후’(2013~2014) 같은 굵직굵직한 사극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이번에 메가폰을 잡은 유인식 PD와는 ‘자이언트’(2010)로 처음 만나 ‘샐러리맨 초한지’(2012) ‘돈의 화신’(2013) 등을 같이 해왔다.  
 
‘배가본드’에서 차달건(이승기)는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두 사람이 만나 요리를 해먹는 등 달달한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사진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배가본드’에서 차달건(이승기)는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두 사람이 만나 요리를 해먹는 등 달달한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사진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유인식 PD 역시 “글로벌한 배경을 가진 액션 드라마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긴 시간 동안 함께 살을 붙여온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단순 첩보 액션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스릴러 요소도 있고, 서사 멜로 분위기도 있어 회차별로 장르가 현란하게 바뀐다”는 것. ‘미세스 캅’(2015) 등 수사물과 ‘낭만닥터 김사부’(2016~2017) 등 의학물을 고루 연출해본 그로서는 복합장르가 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터다.  
 
하지만 반환점을 돈 현재 시청률은 10%대로 정체된 상황.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속임수가 너무 빨리 들통난다거나 장르별 개연성이 부족해 이야기가 따로 논다는 지적이다. 윤석진 교수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해 몰입하게 하는 것이 장영철·정경순 콤비가 지닌 힘인데 ‘배가본드’에서는 감정을 몰입할 만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며 “현실 정치와 별다를 바 없는 설정의 드라마가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반면 바로 우리 이웃에 살고 있을 법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다룬 ‘동백꽃 필 무렵’이 더 소구력이 높은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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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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