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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사 ‘원심력’ 커지고 안보·경제 ‘구심력’ 사라져

나루히토 일왕(왼쪽)의 즉위식이 오는 22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공식석상에 선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로이터=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왼쪽)의 즉위식이 오는 22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공식석상에 선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 [로이터=연합뉴스]

이낙연 총리의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 전달로 그동안 최악을 치달았던 한·일 관계에 다소 숨통이 트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한해협 사이에 워낙 민감한 감정대립과 갈등이 장기간 지속해 온 터라 섣부른 기대를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지난 9개월 동안 일본 게이오(慶應)대학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하면서 현지 정치인·학자·언론인을 두루 만나면서 일본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탐구해 봤다.
 

일본 현지서 본 양국 갈등
한국 무지·일본 악의로 관계 악화
한, 경제 성장으로 국력 키웠는데
일, 상대적 지위 떨어져 질투 느껴

양국 갈등의 핵심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이른바 우경화정책과 그에 대한 한국의 거센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한·일 관계 악화는 한국 측의 일본에 대한 무지(無知)와 일본 측의 악의(惡意)가 만들어 낸 공동작품”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은 초계기 갈등 때 아베 총리실이 이와야 다케시(巖屋毅·62) 전 방위상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이와야 전 방위상은 “당시 갈등 때 좀 더 시간을 들여 한국과 대화했다면 양국 관계가 지금과 매우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정권의 악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이해 부족이 세련되지 못한 대일외교로 불필요한 일본의 혐한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특히 징용공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그렇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지난 5월 도쿄 대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반일 정부라고 보진 않지만 아주 무책임한 정부다. (징용공에 대한 대책을 내놓겠다) 약속해 놓고 결과는 아무것도 못 내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설명해 주지도 않고 있는 지금 상황을 보면 조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의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어떤 생각이든 입장표명을 속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수출규제 정책 변화 없을 것
 
징용공 문제와 관련한 보복성 수출규제는 일본 정부 각 성청의 관료집단이 내린 합리적 결정이 아니라 아베 총리가 관저에서 소수만을 소집해 결정한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18일 보도했다. 이 조치는 그동안 일본의 주요 미디어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아베의 일본 국내 지지 기반이 강하다고는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아베의 새 내각에서도 수출규제 정책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어 관계 개선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렇게까지 양국 관계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이면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을까. 지난 6월 7일 게이오대에서 개최된 한·일 언론인심포지엄에서 오쿠조노 히데키(奧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양국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냉전 종식 이후 양국 사이에 과거사라는 원심력이 커지고, 안보나 경제 같은 구심력이 되었던 공통분모가 사라졌다. 일본이 절대적으로 한국에 필요한 존재였던 시대가 지나갔는데, 일본은 그런 과도기에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성을 잘 수용하지도 소화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일 양국 세대 간 격차도 양국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양국 50대 이상의 상대국에 대한 인식에 ‘뒤처짐 현상’(과거의 이미지를 가지고 판단)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즉, 30~40년 전의 수직적인 한·일 관계의 인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에 할말 한다’로 바뀌어
 
나카지마 다케시 도쿄공업대 교수는 지난 14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경제성장으로 국력을 키우고 있는 반면 일본의 상대적 지위가 하락한 것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 논조가 확산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자세도 ‘일본에 할 말은 한다’로 바뀌었다. 일부 일본인은 자신을 상실하는 가운데 이웃 나라인 한국이 자기주장을 강화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수파, 특히 장년층에서 (혐오 감정이) 더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일 간 경제 격차 축소로 인해 증폭되고 있는 혐한현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에서의 혐한 서적의 범람이나, 헤이트스피치 등 혐한정서의 만연은 국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일본의 자신감 결여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 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보수정권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잠재적 질투’의 감정이 한·일 관계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신도 교수는 “일본 버블 붕괴 뒤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중국과 한국에 대한 ‘잠재적 질투’가 일본 사회에 있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전반적 정서에는 서운함도 작용했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 덩치가 커지고 먹고살 만해지니까 복구를 도운 일본에 느끼던 고마움을 잊어버린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의 장기화와 패권 다툼, 북한·한반도 문제 등을 생각할 경우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게 서로 윈윈하고 양국 모두 효과적인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질 수 있는 길이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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