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한국 게임산업 악재들
국내 게임 매출 연 14조 수준에
세계 1위 중국 텐센트는 20조
성공한 게임 우려먹기에만 급급
변신 카드에 수억원 쓰는 유저도
지난해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넥슨·엔씨소프트 등 게임업체들은 자율 근무제, 근로시간 선택제 등을 잇따라 도입했다. 일과 삶의 균형과 효율적인 업무시간 활용으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여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 경영진은 효율성 하락을 우려한다. 게임 개발 막바지나 서비스 초기에는 소위 ‘크런치 모드(철야 작업과 추가 근무를 통해 자원을 최대한 투입하는 것)’가 필수적인데, 탄력근로제 없는 52시간 근무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국 콘텐트 산업 현황
위험을 피하려다보니 새로운 형식의 게임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 인기 게임을 모바일로 내놓거나 비슷한 형식에 그래픽만 다른 ‘양산형’ 게임만 선보인다. 게임은 무료로 내려받는 대신 제대로 즐기려면 유료 패키지를 사야하는 형태다.
좋은 캐릭터나 아이템은 게임머니 등으로 ‘뽑기’를 통해 통해 구해야 한다.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의 경우 캐릭터를 강화하기 위해 변신 카드를 뽑아야 한다. 영웅등급 카드를 뽑으려면 100만~200만원, 전설등급 카드를 뽑으려면 수천만원이 든다. 지난해 업데이트된 신화등급 카드를 뽑기위해 수억원을 썼다는 유저도 있다. 지난해 이 게임 이용자들은 월 평균 2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효중 가톨릭대 교수는 “자동사냥으로 레벨을 올리고 뽑기로 좋은 무기를 장착해 다시 더 강한 적을 자동사냥하는 ‘돈 내야 이긴다(pay to win)’ 식의 천편일률적인 비지니스 모델에서 벗어나는 것이 숙제”라고 지적했다.
게임 자체를 사회악으로 보고 규제에만 몰두하는 정부도 게임산업 고사에 일조하고 있다. 개인 개발자가 만든 무료 게임도 110만원을 내고 심의를 받아야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다양한 게임을 내놓기 어려운 구조다. 자정부터 미성년자의 PC 게임을 막는 셧다운제도 실효성이 적고 모바일 게임으로 유도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게임은 문화이자 여가생활인데 WHO 분류대로 질병으로 못박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는 2022년까지 콘텐트 모험투자펀드 조성 등에 1조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인데, 당연히 이 중 많은 부분을 게임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