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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벼랑에 선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 차는 팔리지 않고 노조는 파업 일삼고

할인 판매 고육지책에 구조조정 초읽기… 공적자금 수혈 요청 잇따를 수도
 
차량 판매 급감으로 인력 구조조정 검토에 들어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조업 현장. / 사진:연합뉴스

차량 판매 급감으로 인력 구조조정 검토에 들어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조업 현장. / 사진:연합뉴스

국내 자동차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허리를 떠받쳐온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마이너 3사’가 내수 시장 축소와 수출 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3사가 최대 558만원에 이르는 차값 할인 등 고육지책을 냈지만, 노사 분규(한국GM), 적자 지속(쌍용차), 신차 배정 중단(르노삼성) 등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너 3사가 이제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월 8000대도 못 파는 ‘마이너 3사’

올해 들어 9월까지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마이너 3사의 판매 부진으로 총 581만623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 줄어든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르노삼성은 해외 판매량이 36.6% 줄었고, 국내 판매량 역시 24.4% 감소했다. 한국GM은 국내 판매와 해외 판매에서 각각 18.7%, 7.3% 줄어든 판매고를 올렸다. 쌍용차만 홀로 국내 판매 2.4% 증가를 기록했지만, 해외 판매 부진(-18.4%)을 피하지 못하면서 2.4% 감소를 겪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3사는 지난 9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월 8000대 판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GM은 내수 시장에서 571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4% 줄어든 수치다. 르노삼성이 7817대를 판매하며 마이너 3사 중 1위에 올랐지만, 전체 2위 기아차(4만2005대)와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쌍용차는 7275대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마이너 3사의 부진 원인을 국내 생산과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 부족에서 찾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뉴와 셀토스 등 신차를 포함 총 7대의 차량을 새로 내놓으면서 시장 축소에 맞선 반면 마이너 3사의 신차 출시 대응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실제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올해 실적 개선을 이끌 만한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한국GM은 수입·판매하는 신차를 출시했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마이너 3사는 그동안 본사와의 소통 부족 등으로 국내 생산과 R&D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면서 “마이너 3사는 판매 부진에서 완성차 업체가 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인 신차 출시에 나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마이너 3사가 내놓은 신차는 한국GM 2종(트래버스·콜로라도), 쌍용차 1종(코란도) 등 총 3종에 그쳤다.
 
판매 부진 속에서 마이너 3사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GM은 노사분규, 쌍용차는 10분기 연속 적자, 르노삼성은 신차 배정 중단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GM의 노사 분규는 판매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수입차로 신차 출시 지속에 반발, 지난 9월 부분 파업을 이어가면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9월 한국GM 내수 판매량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30% 넘게 감소했다.
 
쌍용차는 10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적자 지속에 따라 신차 개발이 사실상 멈춰 섰다는 데 있다. 쌍용차는 티볼리를 앞세워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올해 기아차 셀토스와 현대차 베뉴 등 소형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 9월 티볼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8% 줄었다. 쌍용차 노조가 나서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 측에 신차 개발을 위한 지원 요청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추가 지원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당장 내년부터 생산할 물량이 급감할 위기에 처했다. 국내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의 73%(지난 9월 기준)를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내년 3월 끝나기 때문이다. 닛산 로그를 대체할 르노 신차 XM3 물량 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마이너 3사는 외국계 대주주의 영향으로 경영이 단기 실적과 수익성 개선에 집중됐다”면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해 경영 여건이 빠른 시일 안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업체가 10월 들어 차값을 최대 558만원까지 할인해주면서 판매전에 나섰다. 적자와 노사분규, 신차 개발 지연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한국GM은 10월부터 임팔라를 최대 558만원(할부구매 때)까지 할인 판매하기로 정했다. 르노삼성차는 SM6 가솔린 터보 모델을 400만원 할인해서 판매한다. 쌍용차는 ‘G4 렉스턴’에 192만원 상당 사륜구동시스템을 무상 옵션으로 넣어 할인에 나섰다.
 
그러나 마이너 3사의 판매 부진은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할인 공세에 가세하면서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마이너 3사의 입지가 더 좁아지게 된 데다 생산 절벽이 눈앞에 왔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GM은 창원공장 2교대 근무를 1교대 근무로 전환하는 방안의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삼성은 지난 8월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생산량 조절과 이에 따른 인력 조정 계획을 설명했다.
 
쌍용차에선 낮은 단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내부적으로 임원 수 20%를 줄이고 임원 급여를 10% 삭감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9월 20일에는 안식년제 도입 및 복지 축소를 담은 한 경영정상화 자구안도 나왔다.
 
자동차 업계에선 마이너 3사의 구조조정 바람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이 점차 매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앞서 르노그룹은 2014년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낮은 인건비에 주목 닛산 로그 생산 물량을 배정했지만, 최근 기본급 인상과 노조 파업으로 후속인 XM3 배정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에 르노삼성은 지난 9월 생산직 근로자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르노삼성, 신차 배정 못 받아

마이너 3사가 정부에 공적자금을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대주주들이 한국GM의 선례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미국 GM가 군산공장 폐쇄에 나서며 공적자금 투여를 요정하자 산업은행을 통한 8000억원 수혈을 결정한 바 있다. 한국GM 출신 한 고위 임원은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르노 등 외국계 자본이 한국GM과 같이 공적자금을 통한 투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적자금 원조 요청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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