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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 외교’ 메신저 이 총리, 꽉막힌 한·일 대화 물꼬 트나

지난해 9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이낙연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이낙연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행보에 조심스럽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총리 관저를 중심으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 집행에 대한 한국의 전향적 입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마리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일왕 즉위식 참석 위해 방일
이 총리 “문 대통령 현안 해결 의지”
연말 다자회의 계기 정상회담 타진

남관표 대사 “기존 제안 고집 안 해”
징용 배상 논의 실무협상도 모색
일본 입장 변화 없어 실현 미지수

◆‘친서 외교’로 시동 거나=대일 대화 제스처는 오는 22~24일 정부 대표로 방일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심부름꾼’을 자처하면서 주도하고 있다. 이 총리는 18일 보도된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이 좋겠지요’라고 이야기해서 ‘네. 써주십시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두 명의 최고 지도자(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역사적 의무라고 생각하고 (한·일 현안을) 해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며 “두 사람 재직 중에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도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초 정부는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일왕 즉위식에 참석해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의 전향적 해법이 없는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일본 총리 관저는 미온적이었다고 한다. 한국이 내민 손을 일본이 잡지 않은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통인 이 총리가 ‘친서 외교’를 통해 양국 정상 간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관련한 전향적 해법 논의 입장도 밝혔다. 이 총리는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외교 당국의 협의는 이어지고 있으며, 속도를 내는 게 가능하면 좋겠다”며 “징용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한국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관표 주일대사도 이날 보도된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기존에 내놓은 제안을 고집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 제안에 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협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6월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1+1’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지만 일본은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와 남 대사의 발언은 이 총리의 즉위식 참여와 친서 전달→10~12월 각종 다자 국제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강제징용 배상,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각종 현안을 전향적으로 논의할 실무 협상 본격 가동 등 일련의 구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군불 때기’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우리가 명확하게 친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두 분 사이에 그런 대화는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다면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의미로 보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이런 반응은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아직은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데다 기존의 반일 움직임에서 벗어나 돌연 대화 제스처를 취하는 데 대한 여권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싸움은 선제공격이 중요”= 이날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총리 관저가 주도했다. 수출 규제와 화이트 국가(수출심사우대국) 배제 결정을 주도했던 경제산업성조차 초반에는 대항 조치에 대해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주먹을 휘두르면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내려놓은 뒤의 영향이 크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경제산업성이 마련한 대항 조치에 대해 관저 측은 “그런 것으로는 한국이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을 것”이라며 더욱 강력한 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싸움은 선제공격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며 국내 여론은 따라올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총리 관저의 강경 자세는 아베 정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측면도 있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한·일 문제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한·일 쌍방의 여론이 ‘더 (세게) 하라’며 과열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기존의 ‘1+1’ 방안 외에 양국 기업이 우선 위자료를 배상하고 한국 정부가 추후 변상하자는 한국의 수정 제안(‘1+1+α’ 방안)을 일본 정부가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불하는 방안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다. 그러면서 “삶아도, 구워도 먹을 수 없는 제안”이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차세현·이유정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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