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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보다 MB때 쿨했다? 윤석열, 현정부 소회 말하려다 끊긴 것"

"검사라는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대한민국의 공직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져라."
 
윤석열(59) 검찰총장이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후배 검사들에게 전한 말이다. 밤 8시 12분 국감이 종료된 이후 대검 별관 3층의 구내식당에선 윤 총장을 비롯해 국감에 참여한 대검 참모 등 수십 명이 참여해 간단한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국록을 받는 공직자가 해야 할 임무를 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참석자들에게 수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검사에만 머물지 말고 공직자가 돼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2019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답변을 경청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2019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답변을 경청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 총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대한민국 공직자'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윤 총장은 국감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저희들 정신 차리고 똑바로,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국록을 먹는 사람이니만큼 똑바로 일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검찰이 정치권력 등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총장은 국감에서 "과거부터 국회의 권력기관 개편 노력에 권력기관이 자기들 힘을 써서 (권한을) 확보하려는 게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 대의기관(국회)에서 결정하시는 대로 여러 권한 분산을 저희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함께 수사 독립성 유지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같이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두 가지가 같이 갈 때 검찰이 권력기관이 아닌 국민의 본보기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MB 때 쿨했다" 취지 오해…"文 정부도 수사 간섭 안 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국감 뒷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MB(이명박) 정부 때 쿨했다'는 윤 총장의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중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인가? 중립을 보장하고 있나?"라고 묻자 윤 총장은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과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다"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는 다 아시는 거고…"라고 말하는 도중 이 의원이 "좋습니다"라며 윤 총장의 발언을 가로막았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이명박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검찰 수사 과정의 경험 및 소회를 답변하려고 했다"며 "특히 현 정부에선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보고를 하지 않는 등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해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지만 이 의원이 다른 질의를 이어가 답변이 중단돼 취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무감각 없다"더니 '파란색' 넥타이 통일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 총장을 비롯해 대검 참모 대부분이 국감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맞춰 매고 나온 것도 눈길을 끌었다. 검찰 안팎에선 "정무감각 없는 윤 총장이 넥타이로 유일한 정무감각을 뽐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파란색은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하지만 복수의 대검 관계자는 "맞춰 매고 나온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실제로 대검 검사장급 이상 참모 가운데 문홍성 인권부장은 홀로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대검 인권부가 검찰의 과잉 수사를 방지하는 등 검찰 내 이른바 '레드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빨간 넥타이를 맨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날 국감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의 외압성 발언이 잇따르는 데다 각종 검찰개혁 방안으로 위축된 조직에 윤 총장이 오랜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윤 총장이) 정무감각이 없다는데, 국감을 보니 동물적인 정치 감각을 가진 것 같다"며 "검찰 내부에 '총장이 책임질 테니 동요하지 마라'는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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