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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씨 손을 닭발이나 우족이다 생각하면”…세상에 없던 남주 강하늘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남주인공 용식(강하늘). [방송캡처]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남주인공 용식(강하늘). [방송캡처]

 
동백이 아들 필구의 사춘기 걱정을 하며 정신없이 길을 건너려다 차에 치일 뻔했다. 놀란 용식. 동백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 끌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악! 아!”
“차에 쳐죽어요, 쳐죽어. 눈을 똑바로 뜨고 사셔야죠.”
“그렇다고 사람 머리끄댕이를 그렇게 우왁스럽게…”
“아우 죄송해요, 근데 제가 손을 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왜요?”
“저는 결단코 동백씨의 손을 잡지 않을 것이고요. 그 부분은 저의 본능과 이성이 극적 타결을 본 부분이거든요. ‘썸’ 타는 놈이 손부터 잡겠다고 삐죽삐죽거리면 그것도 좀 양아치스럽기도 하고요. 거기다가 내심적인 이유를 곁들이자면 내가 내 여자를 귀하게 모셔야 남들도 함부로 못하는 거잖아요. 맞죠? 그래서 저는 손은커녕 발가락도 닿지 말자 작심을 했어요. 동백씨 손을 손이 아니라 어떤 닭발이나 우족이다 생각하면 그렇게 영 죽을 똥 쌀 일은 아니더라고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16일 방송 중)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용식(강하늘)이 동백(공효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교통사고 위기에서 구하는 장면이다. [방송캡처]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용식(강하늘)이 동백(공효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교통사고 위기에서 구하는 장면이다. [방송캡처]

 
세상에 없던 남주인공이 탄생했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의 황용식. 강하늘이 연기하는 용식은 전문직도, 재벌 2세도, 나쁜남자도 아닌, 그냥 ‘촌놈’이다. 고아원 출신 미혼모 동백 역의 공효진이 전형적인 캔디형 여주인공인데 반해 독창적인 캐릭터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을 내보낸 ‘동백꽃’이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6일 방송 시청률은 13.4%(닐슨코리아 조사 결과). 동시간대 시청률 단연 1위다. 화제성은 2주 연속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동백꽃’의 첫번째 매력은 바로 용식, 그 자체다.  


용식은 가상의 시골 마을 옹산의 파출소 순경이다. 자신의 엄마(고두심)조차  “좀 촌스럽고 요즘 좋아하는 낭창한 맛은 없이 엄지발가락 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외모를 가졌고, 학교 다닐 때 ‘꼴등’을 했을 만큼 공부도 못했다. 하지만 동백(공효진)을 만나 첫눈에 반한 순간부터 보여준 그의 ‘직진 순애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어놓을 만큼 강력했다. 평생을 주눅들어 살아온 동백을 용식은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며 반짝반짝 빛이 나게 만들었다. “오늘 기분  빡친다 싶으면 혼자 쭈그러들지 말고 냅다 나한테 달려오면 된다”는 그는 동백에게 “대출도 안나오는 내 인생에 보너스 같은 사람”이 됐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16일 방송에서 용식과 동백은 드디어 첫 키스를 했다. [방송캡처]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16일 방송에서 용식과 동백은 드디어 첫 키스를 했다. [방송캡처]

그동안도 착하고 순박하지만 ‘스펙’은 변변찮았던 남주인공이 없었던 건 아니다. KBS1 ‘웃어라 동해야’의 동해(지창욱), MBC ‘오자룡이 간다’의 오자룡(이장우) 등이 그 대표격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사실은 재벌 핏줄’ 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허나 총 40회 중 이제 꼭 절반이 남은 ‘동백꽃’에서 용식의 출생의 비밀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그 시대의 판타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용식의 부상은 이제 신데렐라 스토리 류의 판타지 대신 '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캐릭터에 대한 판타지가 통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용식에게 신선한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몹시 ‘경우 바른’ 엄마를 가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딱한 처지의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졌을 때 등장하는 남주인공의 엄마는 뻔했다.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물불 가리지 않으며 안하무인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용식 엄마 덕순을 연기하는 고두심. [방송캡처]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용식 엄마 덕순을 연기하는 고두심. [방송캡처]

하지만 둘이 썸을 타기 전부터 ‘동네 왕따’ 동백에게 유일한 친구가 돼줬던 용식 엄마 덕순은 아들이 ‘애 딸린 술집 주인’을 좋아한다는 소식 앞에서도 인격을 잃지 않는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둘 사이를 축복하거나 ‘너희 인생이니 너희 맘대로 하라’는 식의 비현실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아니다. “내 싸가지가 이만큼”이라고 도리어 면목 없어 하며 “남의 자식 키우는 힘든 길을 어떻게 내쳐 가라겠니”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을 땐 동백도, 시청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덕순의 조언 “여자 변덕보다 가벼운 게 사내 싫증 아니겠냐. 간ㆍ쓸개 내준달 때 덜커덕 마음 주지 말고 찬찬히 두고 보라”에도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동백꽃’의 장르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연쇄 살인범 ‘까불이’를 등장시킨 스릴러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동백과 용식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가가 아니라(이들의 사랑은 마음 졸이며 볼 필요가 없다. 그냥 ‘힐링’으로 즐기면 된다), 까불이의 정체다. 지금까지 등장한 까불이 후보는 파출소 소장, 흥식이, 흥식 아버지, 야구부 코치, 떡집 아저씨 등으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랑 찾기보다 후보군이 더 광범위하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미스터리한 인물 향미(손담비). 까불이의 다음 희생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방송캡처]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미스터리한 인물 향미(손담비). 까불이의 다음 희생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방송캡처]

‘누가 죽었나’도 미스터리다. ‘동백꽃’은 첫 회부터 까불이에게 살해당한 한 여성의 팔목이 등장해 충격을 줬다. 이후 팔찌의 주인이 동백으로 밝혀지며 ‘공효진 죽음’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으나, 최근엔 동백 대신 향미(손담비)나 동백 엄마(이정은)가 죽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인공은 물론, 이름 없는 단역까지 연기력 구멍이 없다는 점도 ‘동백꽃’의 미덕이다. 특히 향미 역의 손담비는 멍한 표정과 무덤덤한 말투로 드라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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