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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르드 공격 7일째···트럼프 배신에 25만명 피란길 악몽

시리아인권관측소가 1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피란민들의 현실. [페이스북 캡처]

시리아인권관측소가 1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피란민들의 현실. [페이스북 캡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는 길바닥에서 담요 한 장에 의지해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밤을 지새운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품에 안은 노파는 도시를 떠나는 트럭에 매달려 도움을 요청한다.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의 군사적전이 시작된지 7일째인 15일(현지시간)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와 이라크 쿠르드 매체 러다우 등이 공개한 시리아 쿠르드족 민간인들의 참상이다.
 

터키-쿠르드·시리아 양측 만비즈 집결
미군 철수 방침속 러시아 '중재자' 자처

수습 나선 트럼프, 터키에 부통령 급파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휴전 선언 못해"

시리아인권관측소 "사상자 259명" 추산

터키군의 공격을 피해 시리아 하사카 지역의 한 학교에 몸을 숨긴 쿠르드족 여성은 이날 러다우와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절망했다. 하사카 지역 학교는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인 탈 아브야드, 라스 알-아인에서 피란 온 이들도 가득하다고 러다우는 전했다. 지난 13일에는 시리아민주군(SDF)이 트위터에 터키 군의 포격에 부상을 당한 어린아이의 동영상을 올리며 "죄 없는 이 아이는 총알이 뭔지도 모른다"고 터키 군을 비난하기도 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SOHR에 따르면 터키가 지난 9일 '평화의 샘'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약 25만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SOHR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개전 144시간(6일) 동안 약 25만명이 터전을 잃었고 SDF, 터키군 양쪽에서 295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발표하고, 터키가 이에 발맞춰 쿠드로 공격에 나선 뒤 일주일 만에 이슬람국가(IS) 퇴치 이후 질서가 잡혔던 중동이 다시 난장판으로 바뀌고 있다. 적이었던 쿠르드와 시리아의 연합전선이 형성되고 미군이 빠지는 자리엔 러시아가 개입하며 중동은 적도 우방도 없는 혼란 지역이 됐다. 
 
15일(현지시간) 터키 국경지역에서 시리아의 라스 알-아인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터키 국경지역에서 시리아의 라스 알-아인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알자지라,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 등에 따르면 터키와 이에 맞서는 쿠르드·시리아 양측은 만비즈에 병력을 집중했다. 만비즈는 유프라테스강 서쪽으로 30㎞가량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로 2016년 8월 쿠르드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SDF가 IS를 몰아내고 장악한 지역이다.
 
터키 국방부는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진행 중인 '평화의 샘' 작전으로 테러리스트 611명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작전명 '평화의 샘'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9일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하며 붙인 이름이다. 군사작전 개시 직후부터 터키는 파죽지세로 쿠르드를 몰아세웠다. 개전 나흘 만에 터키군은 주요 요충지인 탈 아브야드와 라스 알-아인을 굴복시키고 만비즈 진출까지 선언했다.
 
쿠르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쿠르드는 오랜 앙숙인 시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까지 만비즈 전선에 가세하며 전황이 국제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데일리사바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만비즈와 일대 정착지를 완전히 점령했다"며 "러시아 군인들도 이 지역에 배치돼 터키 군대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라브렌티예프 시리아 특사는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과 쿠르드 사이의 군사협정을 중개했다고 확인했다. 라브렌티예프 특사는 "터키와 시리아군의 충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터키는 시리아에 영원히 주둔할 권리가 없다"고 터키를 압박했다.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국경 지역 탈 아브야드에서 민간인들이 빵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국경 지역 탈 아브야드에서 민간인들이 빵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이 만비즈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터키군이 만비즈를 공격할 경우 시리아 정부군과 터키군 사이의 전투로 번지게 된다. 미군은 2017년부터 만비즈에 주둔하며 터키와 쿠르드 사이의 충돌을 억제해 왔지만 양측의 충돌이 임박하자 도시를 비웠다. 쉽게 말해 이 일대의 지역 안정군이던 미군이 빠지자 터키 대 쿠르드, 시리아 대 터키, 쿠르드와 시리아 연대, 러시아 개입 등으로 지역 정세가 완전히 혼미해진 것이다.
  
미군 철수를 선언하며 혼란을 자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뒤늦게 수습성 조치에 나섰다. 전날(14일) 터키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터키에 급파해 휴전 요구 및 협상 타결 조건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들(미국)은 우리에게 휴전 선언을 하라고 요구하지만 우리는 결코 휴전을 선포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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