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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無'로 시작해 '5無'로 끝났다···참 기괴했던 평양 남북축구

텅빈 김일성 경기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텅빈 김일성 경기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대결은 ‘깜깜이 축구’라는 오명을 쓴 채 막을 내렸다. 현지 취재도, TV 생중계도 없다 보니 경기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취재진은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깜깜이 취재’를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간간이 건너오는 ‘평양발 소식’을 전할 때면 조용한 회의실이 취재진의 노트북 타이핑 소리로 가득 찼다. 질문이 이어졌지만, ‘정답’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일방적 통보와 받아쓰기 취재, 적어도 그날 저녁은 인터넷 시대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었다.
 
응당 있어야 할 게 참 많이 빠진 경기였다. 우리 응원단과 취재진의 방북, 및 TV 생중계 무산으로 ‘3무(無) 경기’라고 했는데, 킥오프 무렵에는 놀랍게도 홈 관중마저 사라진 ‘자체 무관중 경기’로 드러났다. 게다가 경기 후에는 북측으로부터 어떠한 설명이나 해명도 나오지 않아 '5무 경기’가 되고 말았다.
 
남북 대결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맨 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남북 대결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맨 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평양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도 답답한 마음은 매 한 가지였던 것 같다. 경기장을 찾은 잔니 인판티노(4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경기 후 “역사적인 경기를 앞두고 가득 찬 관중석을 기대했는데, 팬들이 전혀 없어 실망했다”며 “TV 생중계 불발, 비자 발급 거부, 외신 접근 차단 등과 같은 문제도 놀라웠다”고 지적했다. 29년 만의 남북 남자축구 평양 대결을 기다린 선수와 팬 모두가 피해자다.  
 
이번 일이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했지만, 전반적 흐름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른 분야의 남북 관계에서 나타난 모습과 대동소이하다. 북·미 관계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북한 움직임만 쳐다보며, 꼭 해야 할 말조차 하지 못하는 정부의 수동적 자세가 중요한 원인이다.
 
북·미 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탄핵 위기에 휩싸여 북한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다.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축구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북한에 휘둘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북 대결에 앞서 김일성 경기장에 등장한 태극기. [사진 대한축구협회]

남북 대결에 앞서 김일성 경기장에 등장한 태극기. [사진 대한축구협회]

 
경제에서는 각종 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져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더 나쁘다고 한다. 이번 축구 남북대결은 규정이 명확하게 정해진 스포츠조차 ‘북한식 불확실성’에 휘말리면 낭패를 당한다는 걸 보여줬다.
 
정부는 최근 2년간 스포츠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의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처럼 할 말 못하고, 북한의 처분만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뭘 해도 '깜깜이 축구'의 반복일 뿐이다.
 
송지훈 스포츠팀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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