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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평 폐공장서 새시작···토종 브랜드 '빈폴' 살아남기 전략

지난 10월 15일 국내 패션 브랜드 ‘빈폴’이 오전 인천 동구 화수동에 있는 일진전기 공장에서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빈폴은 올해로 론칭 30주년을 맞는 토종 캐주얼 브랜드다. 1989년 3월 출시해 해외 유수의 캐주얼 브랜드와 어깨를 겨누며 승승장구했다. 지금까지도 국내 패션기업 삼성물산의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효자 브랜드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15일 인천 일진전기 공장에서 열린 빈폴 브랜드 리뉴얼 행사의 모습. 윤경희 기자

지난 10월 15일 인천 일진전기 공장에서 열린 빈폴 브랜드 리뉴얼 행사의 모습. 윤경희 기자

하지만 최근 신선하고 개성 있는 신규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이 시대의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이 신생 브랜드로 눈을 돌리며 힘이 점점 빠지고 있는 상황. 15일 행사는 빈폴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를 로고부터 컨셉트, 이미지까지 싹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날 기자단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은 인사말을 통해 “빈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노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968년 세워진 일진전기 공장은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다. 윤경희 기자

1968년 세워진 일진전기 공장은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다. 윤경희 기자

빈폴 브랜드 리뉴얼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윤경희 기자.

빈폴 브랜드 리뉴얼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윤경희 기자.

 
행사가 열린 일진전기 공장은 가끔 영화 세트장으로 사용되는 것 외에는 쓰이지 않는 공간이다. 3300㎡(약 1000평)가 넘는 거대한 규모의 공장 안에 빈폴 측은 빈폴맨, 빈폴레이디, 빈폴 골프 등 5개의 매장을 마치 세트장처럼 설치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외진 곳이지만, 이곳의 거대한 공장터가 뿜어내는 웅장함이 서울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행사 공간을 인천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박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은 "인천은 70~80년대 한국 경제발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으로, 빈폴이 한국 역사를 재조명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하며 "이 공간에 흐르는 역사와 감성이 빈폴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미래와 어떻게 매칭되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1000평이 넘는 공장 안에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새로운 빈폴 매장이 설치됐다. 윤경희 기자

1000평이 넘는 공장 안에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새로운 빈폴 매장이 설치됐다. 윤경희 기자

빈폴 다시쓰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정구호 고문(왼쪽)과 박남영 상무. [사진 빈폴]

빈폴 다시쓰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정구호 고문(왼쪽)과 박남영 상무. [사진 빈폴]

내년 1월1부터 선보이게 될 빈폴의 새로운 옷들. 왼쪽은 빈폴 레이디스 티셔츠, 오른쪽은 스트리트 라인 '890311'이다. 윤경희 기자

내년 1월1부터 선보이게 될 빈폴의 새로운 옷들. 왼쪽은 빈폴 레이디스 티셔츠, 오른쪽은 스트리트 라인 '890311'이다. 윤경희 기자

 
이번 브랜드 리뉴얼은 기존의 틀을 완전히 뒤엎는 수준이다. 상품은 물론이고 브랜드 로고와 매장, 이미지 등을 완전히 바꿨다. 변화의 축은 '레트로'에 뒀다. 메인 컨셉트는 서양 문화가 한국 정서에 녹아들기 시작한 60~70년대를 조명했다. 
빈폴은 브랜드 리뉴얼을 위해 지난 5월 정구호 패션 디자이너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컨설팅 고문으로 영입했다. 서울패션위크의 감독을 사임하고 바로 삼성물산의 고문직을 맡은 정 고문은 “한국의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번 ‘다시 쓰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빈폴의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한국 문화와 자긍심을 상품과 매장·서비스에 세련되게 담았다”고 밝혔다.  
 
행사장 여러 곳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60~70년대 한국 거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윤경희 기자

행사장 여러 곳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60~70년대 한국 거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윤경희 기자

레트로 분이기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구성된 매장. 윤경희 기자

레트로 분이기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로 구성된 매장. 윤경희 기자

오래된 라디오와 LP로 장식한 매장 디스플레이. 윤경희 기자

오래된 라디오와 LP로 장식한 매장 디스플레이. 윤경희 기자

인천의 폐공장을 행사장으로 선택한 것 역시 정 고문의 역할이 컸다. 브랜드 리뉴얼 행사를 동대문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유명 해외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 바이어들이 내한한 기회를 노렸다. 빈폴 사업본부장인 박남영 상무는 “오는 18일까지 매일 해외 바이어들을 인천으로 데려와 새로워진 빈폴을 선보일 것”이라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미국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뀐 빈폴 로고.

바뀐 빈폴 로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글 로고 사용이다. 영문(BEANPOLE)으로 사용했던 라벨과 간판을 모두 한글 ‘빈폴’로 바꿨다. 이를 위해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의 양희재·장수영 디자이너와 협업해 ‘빈폴체’를 만들고, 이름의 자음 ㅂ과 ㅍ만 따와 새로운 체크 패턴을 만들어 카디건·원피스 등 옷에 사용했다. 
한글은 최근 1~2년 사이 해외 패션위크에서 라프 시몬스, 프린 등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에 의해 한글이 새겨진 옷과 가방으로 그 이미지가 세계에 퍼져나간 바 있다. 해외 컬렉션 경험이 많은 정 고문이 한글 트렌드를 감지하고 빈폴에 이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삼성전자의 한글 옥외 광고판을 보고,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한결같이 ‘멋있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한글이 훌륭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영문과 한글 로고를 프린트로 활용한 티셔츠. 윤경희 기자

영문과 한글 로고를 프린트로 활용한 티셔츠. 윤경희 기자

빈폴에서 따온 자음 ㅍ으로 만든 새로운 빈폴 체크. 윤경희 기자

빈폴에서 따온 자음 ㅍ으로 만든 새로운 빈폴 체크. 윤경희 기자

 
빈폴의 상징인 자전거 로고도 달라졌다. 큼직한 앞바퀴의 자전거 ‘페니 파싱’ 형태는 유지하되 야구모자를 쓴 남성과 여성, 어린아이들까지 총 4개의 로고를 새로 만들었다. 이들 로고는 각 브랜드에 사용하고, 기존의 턱시도를 입은 자전거 타는 신사의 모습은 헤리티지 라인에 활용한다. 
빈폴 다시쓰다 행사에서 정구호 고문이 새로운 로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빈폴]

빈폴 다시쓰다 행사에서 정구호 고문이 새로운 로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빈폴]

빈폴이 이번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스트리트 라인 '890311'의 슬리퍼. 윤경희 기자

빈폴이 이번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스트리트 라인 '890311'의 슬리퍼. 윤경희 기자

이 자리에선 Z세대를 정조준한 스트리트 라인 ‘890311’을 처음 공개했다. 브랜드명은 빈폴의 첫 출시일인 1989년 3월 11일에서 따온 이름이다. 요즘 10대들이 좋아하는 스트리트 감성에 맞춘 트레이닝복과 스웨트셔츠, 가방, 슬리퍼 등이 주요 상품으로 내놨다. 890311을 포함해 변화된 빈폴은 2020년 봄·여름 시즌이 시작하는 내년 1월부터 매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인천=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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