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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을 만드는 삶의 궤적, 나이드니 보이네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10)

60년을 넘게 살았더니 인상이 보인다. 얼굴은 살아온 세월을 담은 모습 같다. 특히 여자의 얼굴은 더 그러하다. 분장사는 화장기술로 얼굴을 예쁘게 만들어 주지만 여자의 인생을 얼굴에 그려주는 사람은 남편이다.
 
문득문득 살아온 시간이 억울하고 분할 때, 악다구니를 쓰고 온갖 짜증을 부려도 다 끌어안고 토닥여 주는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를 만나는 것은 로또보다 더한 행운이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상대방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지 내가 잘못해서 못 사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그래서 투덕거리게 되고 싸움이 되고 할퀴고 상처 주고 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살다 보면 가슴이 한량같이 넓은 남자가 있다. 아무리 황당한 싸움에도 백기를 들어주고 욕을 해도 다 담아주고 안아주는 남자가 있다. 그것은 속된말로 전생에 복을 지어야 얻을 수 있는 인연인 것 같다.
 
여자의 인생을 얼굴에 그려주는 사람 중 하나가 남편이다. 내가 참석하는 수필모임에서 만난 어느 회원의 사연은 인상에 대한 내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 pixabay]

여자의 인생을 얼굴에 그려주는 사람 중 하나가 남편이다. 내가 참석하는 수필모임에서 만난 어느 회원의 사연은 인상에 대한 내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진 pixabay]

 
나에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수필모임이 있다. 오십 대가 중심이라 공감이 더 크다. 격주로 동료가 쓴 수필 글을 함께 낭독하고 합평해주는 모임인데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 같아 참 재밌다. 어느 날, 미소가 아름다운 한 회원의 글을 함께 하며 깜짝 놀랐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 공부도 많이 하고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여 호강하며 살아온 듯한 여유로운 마음과 미소는 의외의 글로 마음에 깊은 감동을 남겼다.
 
그의 부모님은 너무 가난하였으며 아버지의 오랜 주정과 폭행, 바람으로 살아온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폭력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눈물로 세상을 살게 했다. 처녀가 되어 만난 한 남자는 그를 불쌍하고 애잔하게 안아주었고 결혼 후 그의 시부모님은 그를 자식보다 더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고통 속에 살아온 습관으로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악다구니를 쓰며 반항하고 황폐했던 정신은 상대방을 지치게 했지만, 그 남자는 평생 그녀를 안고 위로해 주었던 것이다. 서서히 신뢰와 사랑으로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원망과 분노가 다 녹아버린 것을 알았을 때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바뀌어 있더란다. 그는 글을 쓰면서 마음속 응어리진 화도 풀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를 만나면서 인상에 대한 내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웃에 멋진 집을 지어 이사 온 동갑내기 친구도 남편을 잘 만난 것 같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사이인지라 서로 살아온 인생은 모르지만, 인상이 매우 아름답고 예뻐서 친구가 되었다. 어제는 그와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부터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왔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수필 동료와 똑같은 삶을 살았다. 하, 숨겨진 마음의 바다는 정말 깊고 깊다. 이웃에 살면서 겪어봐도 그런 마음 깊고 부지런한 남편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할 만큼 멋진 남편이니 여자의 얼굴을 성형하지 않고도 바꿔 놓는 건 사필귀정이다.
 
그가 말한다. 가끔은 까칠한 시어머니가 마음을 힘들게 해도 남편의 사랑은 어떤 힘든 시간도 다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며 화사하게 웃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지인들은 모두가 참 예쁘고 미인들이다. 미인이라고 해서 잘생긴 것만 말하지 않는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나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을 넘어 한 갑자를 돌아온 세월을 살아도 남편을 최고라 여기고, 사랑하는 걸 보면 깊고 넓은 가슴을 가진 남편들과 산다는 증거다.
 
그래서 나는 잘생긴 사람보다 첫인상이 따뜻한 사람이 좋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얼굴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경으로 보이는 고운 가을 단풍이 오늘따라 더 아름답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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