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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깜깜이’ 남북대결, 도쿄 한일전이라도 대응 이랬을까

우여곡절 끝에 29년 만에 성사된 남자축구 평양 남북대결이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맞대결 직후 인사를 나누는 남북 대표팀 선수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우여곡절 끝에 29년 만에 성사된 남자축구 평양 남북대결이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맞대결 직후 인사를 나누는 남북 대표팀 선수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깜깜이 축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대결(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은 오래오래 세계 축구계에서 회자할 듯하다. 중국을 거쳐 평양에 들어간 한국 축구대표팀이 무사히 도착했는지, 훈련은 제대로 했는지,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오갔는지, 짧게는 4시간, 길게는 하룻밤을 지난 뒤에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티즌 ‘손흥민 실종사건’ 비아냥
정부와 축구협회 준비·진행 엉망
올림픽·월드컵 공동 개최는 될까

TV 생중계가 없어 실시간 경기 상황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문자중계에 의존해야 했다. 29년 만의 남자축구 평양 남북대결에 나선 한국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분 단위로 ‘코너킥’, ‘골’, ‘반칙’, ‘선수 교체’ 등 몇 개의 단어로 갈무리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솔직히 불쾌한 일이다. 경기 영상은 귀국하는 대표팀과 함께 전달돼 17일 이후 공개된다고 한다. 네티즌들이 붙인 ‘손흥민 실종 사건’이라는 표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지금이 21세기가 맞긴 맞는 건가.
 
일차적인 잘못은 의도적으로 문을 걸어 잠근 북한에 있다. 응원단 방북 요청에는 일언반구도 없더니, 대한축구협회 주재로 구성한 남측 취재진(취재풀단) 방북마저 거부했다. TV 생중계가 무산된 과정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당초 북측은 중계권 국제 가격의 세 배 가까운 중계권료(150만 달러, 약 18억원)를 책정했다. 그랬다가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는 국내 방송사 응답에 돌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기에 대한 남측 관심을 가지고 놀았다고 해야 할까. 이쯤이면 변덕을 넘어 심술이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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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대응도 총체적 부실이다. 2차 예선 조 추첨에서 남북이 같은 조에 묶여 맞대결이 성사되자 “선수단 육로 방북, 응원단 파견 등을 추진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북측 사정이나 속내를 알아보려고 했는지나 모르겠다. 결국 북측 처분만 기다리는 모습이,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신세와 다를 게 뭔가. 사상 초유의 ‘3무(無) 경기’라는 축구사의 이정표를 세우는 데 일조했다.
 
북측이 (제3국이 아닌) 홈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우리 대표팀을 응대하는 것까지, 시종일관 무성의했는데도 비판이나 대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관 기관 사이의 조율도 엉망이었다. 평양 경기와 관련해 통일부가 나서서 브리핑한 내용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가 뒤늦게 “결정된 것 없다”며 정정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대표팀 관리 주체인 축구협회의 소극적인 태도 또한 아쉽다.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손잡고 2023년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를 추진 중인데, 이 역시 북측의 무성의로 속앓이하고 있다. 우리가 개최 신청 당사자다 보니, 결국 북한을 달래야 하고, 이 때문에 대표팀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말을 못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정부와 축구협회에 묻고 싶다. 만약 이런 일을 벌인 상대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었어도, 경기 장소가 평양이 아닌 도쿄였어도 이번처럼 대응했을까. 대표팀 안부가 몇 시간씩 파악이 되지 않아도 팔짱만 끼고 너그럽게 기다려 주고 있었겠는가. 북측과 축구협회에 묻고 싶다. 내년 6월 4일에 국내에서 열릴 남북대결 리턴매치 때 남측이 북측 취재진 입국을 거부하고 북한 대표팀 거취에 대해 묵묵부답이라도 불평 없이 기다려줄 수 있겠는가.
 
두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2019년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축구 경기의 준비와 진행 과정은 명백히 잘못됐다. 원인과 과정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상대가 북한이라는 이유만으로, FIFA 211개 회원국 그 누구와도 다르게 대응한다면,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로부터 같은 대접을 받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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