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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불출마 선언 "의원 한번 더 한다고 정치 바꿀 자신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여당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이철희(55)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발표했다.
  
15일 이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글은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상대에 대한 막말만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고 썼다. 이어 그는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허나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다”라고 지적했다.
 
기무사령관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3월 초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문서를 지난해 7월 폭로하는 이철희 의원 [사진 이철희 의원실]

기무사령관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3월 초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문서를 지난해 7월 폭로하는 이철희 의원 [사진 이철희 의원실]

JTBC ‘썰전’ 출연 등으로 쌓은 높은 인지도와 전략적 사고 등으로 당 안팎의 인정을 받아온 이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활용할 자산으로 평가돼 왔다. 최근까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이 자리를 비운 서울 구로을 등에 전략 공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불출마를 택한 이유는 무한 정쟁의 국회에 대한 회의라고 했다. 그는 이날 글에 “민주주의는 상호존중과 제도적 자제로 지탱돼 왔다는 지적(은), 다른 무엇보다 민주주의자로 기억되고픈 제게는 참 아프게 다가온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다.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 버렸다”고 썼다.
 
이어 이 의원은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두른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든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그런 뒤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이라며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JTBC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 의원(오른쪽) [사진 방송화면 캡처]

JTBC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 의원(오른쪽) [사진 방송화면 캡처]

이 의원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대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영장 기각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자 “창피해서 국회의원 못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이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를 비판하거나 옹호한다고 지적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중앙일보와 만나 “국감을 하면서 하루라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피감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뭐로 볼까, 이걸 정말 국감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한 자세로 감사를 받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와 제도의 문제다. 양질의 사람이 들어와도 당의 구속을 받다보니 이상해진다”며 “같이 사는 길을 찾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이런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정치할 생각은 없지만,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니까 내가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전날 불출마 의사를 가족과 의원실 직원 등 소수에게만 알리고, 이날 오전에야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에게 알렸다고 한다. 그는 이들의 만류에도 “그냥 질렀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당이 왜 조국을 지키지 못했냐는 여론도 있는데,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면 당도 부담을 덜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동료 의원은 “이 의원이 당내 대표적인 개헌론자”라며 “최근까지 의회정치 복원을 위한 개헌 때문이라면 한 번 더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이철희 의원 입장문 전문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습니다. 그 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습니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지요.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허나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입니다.
 
특정 인사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고 인격모독을 넘어 인격살인까지,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무한정쟁의 소재가 된지 오래입니다. 이 또한 지금의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도 야당 때 그랬으니까요. 그러나 피장파장이라고 해서 잘못이 바름이 되고, 그대로 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뿐입니다.
 
민주주의는 상호존중과 제도적 자제로 지탱되어왔다는 지적, 다른 무엇보다 민주주의자로 기억되고픈 제게는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상호존중은 정치적 상대방을 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제도적 자제는 제도적 권한을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해답(solution)을 주기는커녕 문제(problem)가 돼버렸습니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습니다.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두릅니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듭니다.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습니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습니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입니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습니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합니다.
 
사족 하나.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에게 주어졌던 기대와 더불어 불만도 저는 수긍합니다. 그가 성찰할 몫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 욕심 때문에 그 숱한 모욕과 저주를 받으면서 버텨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 자리가 그렇게 대단할까요.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런 인내였다고 믿습니다. 검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합니다.
 
아직 임기가 제법 남았습니다. 잘 마무리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10월 15일, 국회의원 이철희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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