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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야당 같은 무책임 여당, 소는 누가 키우나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골목식당’이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요리 연구가 백종원 씨가 골목식당을 컨설팅해주는 내용이다. 한 덮밥집 편에서 백씨는 젊은 여사장을 호되게 꾸짖었다. “사장으로서 누리기만 하고, 책임감 없이 투정만 한다”는 것이다. 사장은 손님을 기다리며 1시간 넘게 휴대폰을 보고 수다를 떨었다. 덮밥을 주문한 손님들이 “너무 달다”고 수군대며 와사비를 요구하고, 밥을 많이 남겼지만 “다이어트 하는 모양”이라며 엉뚱한 말을 했다.
 

뒤늦은 조국 사퇴 다행이지만
국민 진영 싸움 조장한 무책임
자기 절제없이 정권 다툼 눈멀어
권력 누리면 국정에 책임도 져야

영업을 끝내고도 그날 무엇을 얼마나 팔았는지, 메뉴에 대한 반응은 어땠는지, 아무 생각이 없다. 백씨의 지적을 받고도 주도적으로 대책을 찾기보다 불평하고, 종업원인 어머니에게 투정만 부렸다. 백씨는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며 “이런 자세로는 사장해선 안 된다”고 혼을 냈다. 한 예능 프로를 길게 소개한 것은 우리 사회가 꼭 이 꼴이기 때문이다. 불평만 난무하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정을 제 문제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 사장은 없고, 서로 ‘네 탓’ 하는 종업원뿐이다.
 
1997년 여야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 기대했었다. 여야 역할이 수시로 바뀌면 ‘역지사지’(易地思之) 하겠구나 하고. 여당도 집권세력의 독식과 부패를 지켜주는 체제를 개혁하려 할 것이고, 야당도 무조건 공격하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내겠지…. 정치권의 책임감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까지 여당은 만년 여당, 야당은 만년 야당이었다. 여당은 집권세력의 독식을 위한 철옹성을 만들고, 야당은 수습은 생각할 필요 없이 파 헤집기만 하면 됐다. 여당이 야당 되고, 야당이 여당 된다고 생각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는 어긋났다. 모두 책임 정당이 되기는커녕, 모두 무책임 정당이 돼 버렸다. 여당은 없고, 야당뿐이다. 권력을 놓쳤을 때의 배고픔만 남아 더 게걸스러워졌다. 자리를 차지하고, 집권세력의 프리미엄은 몇 배로 누리려 한다. 그렇지만 국정에 대한 책임감은 없다. 임기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피해자 시늉이다. 국정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유지’가 됐다.
 
원조받던 나라가 원조 주는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고뇌와 책임감이 있었는가. 부족한 재화가 낭비되지 않고, 적소에 투입되도록 대통령도, 관료도 수없이 고민했다. 매달 대통령이 직접 물가동향, 수출 동향을 챙겼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노동자들의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
 
돈 없으면 빚내면 된다며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정부는 없었다.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을 한꺼번에 쏟아내고는 그 후유증을 ‘다이어트 하는 모양’이라고 헛다리 짚는 사장도 없었다. 왜 보완 입법을 안 해주느냐고 남 탓하거나, 절망적인 통계를 놓고 ‘투정’ 부려서는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합의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를 배치한 것은 다음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 결정이다. 그 결정이 잘못됐다면 뒤집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결정을 공격하고, 폐기했을 뿐 아무 대책 없이 내버려두고 있다. 야당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사장은 투정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 북한의 ICBM 실험에 ‘레드라인’을 경고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었다. 그러나 이제 북한 미사일은 우리에게 위협이 아닌 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뒷담화 하고, 북한마저 욕설을 퍼붓는다. 중국은 아직도 사드 타령이다. 국민의 안보 불안은 누가 책임지나.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오는 건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종교인도, 평론가도 아니다. 주변 강대국의 태도는 냉혹한데, 우리는 착한 꿈만 꾸고 있어도 되는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정세는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조국 사태로 그런 기대마저 무너졌다. 멋진 미래를 약속하던 말은 그대로 말뿐이었다. 공정과 정의는 진영 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옳고 그름은 고무줄이었다. 믿고 찾은 식당이었기에 실망이 더 컸다.
 
늦게라도 조 전 장관이 물러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 온 국민을 쪼개고, 서로 싸우게 만든 것은 너무 무책임했다. 조국이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을만큼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가.
 
상식이 무너졌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가치체계가 혼란에 빠졌다.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과거 독재 정권에서나 보던 정치공작들이 다시 등장했다. 사슴을 말이라 우기고, 동의하지 않으면 적폐로 몰았다. 정권을 쥐면 무엇이든 해도 되는가. 국민의 가슴을 이렇게 찢어놓아야 했던 이유가 뭔가.
 
정치권이 온통 정권을 차지하려 미쳐버리면 국정은 누가 책임지나.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가치, 자유와 공정과 올바름이 이긴다는 믿음은 누가 지켜주나. 대통령마저 한 진영의 대통령으로 비치면 소는 누가 키우나.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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