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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축구 ‘코리안 더비’ 보러 김정은 나타날까

“북한 핵무기 관련 대화가 교착 상태인 가운데, 토트넘 스타 손흥민이 김일성 경기장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른다.”(AFP 통신)
 

오늘 ‘전쟁 같은’ 월드컵 2차 예선
평양 도착, 김일성경기장서 훈련
외신 “손흥민 북한과 경기” 주목
김정은 관람 땐 북 악착같이 뛸 듯

세계가 남북축구 평양 대결을 ‘코리안 더비’로 부르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파울루 벤투(왼쪽 둘째) 감독 등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가 14일 베이징 공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뉴시스]

파울루 벤투(왼쪽 둘째) 감독 등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가 14일 베이징 공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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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출국해 중국 베이징에서 하룻밤 묵은 한국대표팀은 14일 평양에 입성했다. 이동이 지연된 대표팀은 숙소도 못들르고 곧바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8시부터 1시간동안 김일성경기장 인조잔디에서 훈련했다. 앞서 기자회견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이용(전북)이 참가했고, 북한기자 5명이 취재했다. 
한국축구대표팀 벤투 감독과 이용은 14일 평양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북한 기자 5명이 취재를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대표팀 벤투 감독과 이용은 14일 평양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북한 기자 5명이 취재를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취재진·응원단 방북이 무산된 데 이어, 14일에는 TV 생중계 불발이 확정됐다. 중앙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는 베이징 공항에서 “어디든 원정가면 한국팬들이 있는데,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극복하고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에서 첫 훈련에 나선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14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에서 첫 훈련에 나선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나란히 2승인 한국과 북한은 치열한 조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다. 한 탈북자 축구팬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축구 남북대결은 한 경기 이상이다. 전쟁으로 비유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과거 축구 남북대결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분단 이후 처음 만난 남북은 득점 없이 비겨 공동우승했다. 당시 한국 주장 김호곤(68)은 “북한 주장(김종민)이 1위 시상대 3분의 2를 차지했다. 비집고 올라갔더니 뒤에 있던 북한 선수가 날 밀어 넘어뜨렸다”고 회상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한국 1-0승)에 출전한 김승대(28·전북)는 “북한 선수들은 심판이 보지 않을 때 밟거나 ‘축구 못하게 발목을 담그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치열하게 볼경합 중인 남북축구선수들. [중앙포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치열하게 볼경합 중인 남북축구선수들. [중앙포토]

 
전통적으로 북한 축구는 ‘빨치산 축구’로 불렸다. 전력이 열세인 게릴라가 적 배후에서 침투하듯, 두 줄 수비를 펼치다가 역습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올 1월 아시안컵 조별예선에서 북한은 3전 전패, 14실점(1득점) 했다. 반면, 월드컵 2차 예선에서는 레바논(2-0 승)과 스리랑카(1-0 승)를 연파했다. 북한은 윤정수(57) 감독 부임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21세 한광성(유벤투스)이 공격을 이끌고, 골문도 20대 중반의 안태성이 맡았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북한은 2차 예선에서 전통적인 ‘선수비 후역습’만 구사하는 건 아니다. 아시안컵에서 1-4로 졌던 레바논에 평양에서 이겼다. 특히 홈에서 강한 압박을 펼친다”며 “드리블로 한두 명을 제칠 수 있는 한광성이 수비를 끌어낸 뒤, 스위스 루체른 출신 공격수 정일관(27)이 올라가서 해결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스리랑카와 월드컵 2차예선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북한 공격수 한광성(오른쪽). [AP=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스리랑카와 월드컵 2차예선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북한 공격수 한광성(오른쪽). [AP=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에 빗대 ‘손날두’로 불리는 손흥민처럼, 한광성은 ‘북날두’로 불린다. 2017년 칼리아리(이탈리아) 시절, 북한 선수로는 처음 세리에A에서 골 맛을 봤다. 올여름 유벤투스(23세 이하 팀)로 이적했다. 이번 2차 예선은 투톱으로 전 경기에 나와 풀타임 뛰었다.
 
세계적 스타 손흥민도 북한에선 사인 공세에 시달리지 않을 듯하다. AP통신은 “손흥민 명성이 북한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립된 북한에선 경기를 거의 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북한 대표를 거친 안영학(41)은 “북한 팬들과 달리 선수들은 손흥민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이 맨유 유니폼을 입은 합성사진을 게재한 더 선. 북한에서 맨유 라이벌팀 연고지까지의 거리와 미사일 사진도 실었다. [사진 더 선 캡처]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이 맨유 유니폼을 입은 합성사진을 게재한 더 선. 북한에서 맨유 라이벌팀 연고지까지의 거리와 미사일 사진도 실었다. [사진 더 선 캡처]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평양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에 김정은이 나타날까”라는 기사에서 “만약 경기를 보러온다면 북한 선수들은 지도자의 영광을 위해 죽기 살기로 이기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소문난 농구광이자 축구광이다.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199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을 찾아 AC밀란 경기를 관전했을 정도다. 2013년 평양 국제축구학교를 세웠고, 한광성 등 유망주를 유럽에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 등 축구 메이저 대회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4년 평양체육관에서 미국프로농구 출신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북한 횃불팀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위원장이 2014년 평양체육관에서 미국프로농구 출신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북한 횃불팀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한편, TV 생중계 불발로 국내에선 문자중계로 경기를 봐야 할 처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북한은 휴대폰 반입 금지라서, 평양원정에 동행한 축구협회 직원이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 기자단에 상황을 전할 계획”이라며 “기자회견은 음성 녹음파일 또는 텍스트로 전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일각에선 “축구 한 경기로도 이러는데, 2032년 올림픽은 어떻게 공동개최를 추진하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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