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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검찰은 조직보다 국민 봐야…언론도 자기 개혁해달라"

조국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조국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5분가량 1300여자 분량의 발언을 했는데,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거나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같은 표현을 했다. 두 차례나 ‘매우’라고 강조하며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조국-윤석열 '환상조합'이라 했지만
조 전 장관 치하, 윤 총장 언급 없어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전 장관을 임명할 때도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한 채 임명하게 됐다”고 했다. 당시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문 대통령은 “상대적 상실감을 절감할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라고도 했다. 환상적인 조합이라고 일컬었지만, 두 사람을 향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온도 차가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열린 환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왼쪽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검찰총장이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열린 환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왼쪽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전체 발언 중 5분의 1 정도를 할애해가며 공을 치하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에 다시 한번 검찰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라거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됐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 등의 표현을 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는지 비춰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총장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개혁 과제로 “공정한 수사 관행, 인권 보호 수사, 모든 검사에 대한 공평한 인사, 검찰 내부의 잘못에 대한 강력한 자기 정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 문화의 확립, 전관예우에 의한 특권의 폐지”를 열거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표현이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 문화’다. 윤 총장은 2013년 10월, 당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과의 문답에서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스스로 개혁 의지를 가져야만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며 언론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면서도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언론 개혁에 직접 뛰어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언론의 자정을 강조한 것이기는 하나, 사실상 ‘언론=개혁 대상’이란 인식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는 최근 KBS의 검찰발 보도를 문제 삼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연일 기성 언론을 비판하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 ‘친문 스피커’들의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언론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작심 훈계 발언은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는 대통령의 무지한 인식의 발로”라며 “위선자 조국의 임명을 강행해 ‘가장 나쁜 선례’를 만든 장본인은 문 대통령 본인”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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