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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축구경기 홍보 말라"···40명vs10만명, 외로운 평양 승부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 오는 15일 북한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3차전을 치른다. [뉴스1]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 오는 15일 북한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3차전을 치른다. [뉴스1]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 축구경기를 생중계로 보기 어렵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마지막까지 (북한 당국과 중계 문제를 협의해온 에이전시의) 중개인이 방북해 노력했지만, 사실상 중계는 어려워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원정 경기를 치른다. 1990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통일축구’ 친선경기 이후 29년 만에 펼쳐지는 남북 축구대결이지만, 북한의 비협조로 경기 생중계가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평양 "축구경기 일절 홍보하지 말라" 지침에
15일 평양 월드컵 남북 축구 생중계 무산
정부, 평양-서울 상황실 통해 경기 상황 전파

평양서 “축구경기 일체 홍보 말라” 지시 

북한이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하에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다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하에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다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축구 중계가 불발된 데는 북한 당국의 지시가 크게 작용했다. 이 소식통은 “평양 상부에서 이번 경기와 관련해 ‘일체 홍보도 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북한축구협회에 내려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북한이 거액의 중계권료를 요구해 중계가 어그러졌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중계권료는 양측이 합리적으로 풀면 되는 문제”라며 “그보다는 평양 상부의 지시가 중계와 취재진·응원단 방북 불발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축구협회가 중계 문제를 에이전시와 순조롭게 논의해오다 최근 평양 상부 지시를 들어 묵묵부답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에 에이전시 중개인이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평양에 들어가 북한 당국과 마지막 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부 결정을 바꾸진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도 취재·중계 문제와 선수단의 직항 이동 등 편의 보장에 협조해 줄 것을 통지문을 통해 북측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북한의 답변은 없었다. 2월 말 북·미 하노이회담 ‘노 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재확인된 셈이다. 

생중계 무산에 “평양-서울 상황실 가동”

북한이 중계, 취재, 응원단 파견 요청에 모두 응하지 않으면서 15일 평양 남북전이 어떻게 국민에게 전달될지는 ‘깜깜이’인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평양과 서울에 각기 상황실을 가동해 경기 진행 상황을 전달하는 방법을 마련 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 축구대표팀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과 정부서울청사 내에 각각 상황실을 가동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상황실 간 연락을 통해 경기 진행 상황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사전에 북측에 통신수단 보장을 요구했고, 북측은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북측이 인터넷과 국제전화, 휴대전화 등 보장해주는 통신수단에 따라 경기 전달 속도가 달라진다”며 “그런 차원에서 가급적 신속하게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자체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문자 중계 서비스를 통해 경기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5일 북한과 레바논전도 생중계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레바논 현지 취재진의 방북이 제한돼 경기가 끝난 뒤 레바논에 결과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은 경기 시작 전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대로 정상대로 이뤄진다는 점을 보장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南 40여명 vs 北 10만 명

1990년 10월 평양 5.1경기장에서 남북 간에 통일축구 친선경기가 열렸다. 그 이후 29년 만에 오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 경기가 펼쳐진다. [중앙포토]

1990년 10월 평양 5.1경기장에서 남북 간에 통일축구 친선경기가 열렸다. 그 이후 29년 만에 오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 경기가 펼쳐진다. [중앙포토]

1990년 10월1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축구 1차전 경기 장면.[연합뉴스]

1990년 10월1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축구 1차전 경기 장면.[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은 중계·취재·응원단 3무(無)로 ‘외로운 방북길’에 오른 데 이어 평양 현지에서도 ‘외로운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북한 비자를 발급받고 14일 평양에 입국한 한국 측 인원은 선수단 25명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30명 등 총 55명이다. 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 11명을 제외하면, 벤투 감독을 포함해 예비선수 및 협회 관계자 등 많아야 40여명이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는 게 고작이다. 반면 김일성경기장에는 최대 10만 명의 인파가 북한 축구팀을 응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일성경기장은 좌석·입석 관람석이 6만명 선이지만, 최대 10만 명까지 수용 가능한 걸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민, 학생 등을 동원해 경기장을 꽉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측에선 많아야 44명, 북한에선 10만 명의 응원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베이징을 경유한 1박2일 방북길에 따른 체력 고갈에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들고 가지 못하는 통신 두절, 김일성경기장의 인조 잔디 등 이미 3중고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경기 당일 북한 대표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10만 관중의 함성을 견뎌야 하는 셈이다.  
실제 1990년 평양에서 치러진 통일축구 경기 때도 한국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당시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운집한 10만 명 관중의 야유가 대단했다고 한다. 결국 2대 1 북한 승리로 돌아갔다.  
11일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손흥민(가운데) 등 대표팀 선수들이 회복훈련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손흥민(가운데) 등 대표팀 선수들이 회복훈련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방북 교육을 했던 당국자는 “북측 관중 응원 등 여러 열악한 경기 여건을 설명했지만, 신세대 대표팀 선수들답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며 “휴대전화, 노트북 반입이 안 된단 설명에 장기판은 가져가도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고, 그건 가능하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한 김일성경기장은 1945년 10월 14일 당시 소련(러시아)에서 활동하던 김일성 주석이 귀환해 개선 연설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모란봉 기슭에 있어 모란봉경기장으로 불리다 1982년 증축해 김일성경기장으로 개칭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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