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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해외 가수 첫 스타디움 주인공은 BTS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해외 가수 최초로 열린 스타디움 공연이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해외 가수 최초로 열린 스타디움 공연이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난 지금 세상의 문 앞에 있어/ 무대에 오를 때 들리는 환호성”
 

김영미 문화기획자의 참관기
아랍어 인사, 기도실 마련 배려
복근 노출 자제 등 안무도 순화
아바야 입은 3만 팬 한국어 떼창

11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디오니소스’가 울려 퍼지자 3만여 관객이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 6월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런던 웸블리 등에서 공연했을 때와 같은 오프닝 곡이었지만 공연장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검은색 아바야 차림의 팬들. [연합뉴스]

검은색 아바야 차림의 팬들. [연합뉴스]

여성 관객 중 70% 이상이 얼굴에는 니캅·히잡·차도르 등을 쓰고, 목부터 발목까지 가리는 검은색 아바야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아미밤(응원봉)을 손에 쥔 사우디 아미(팬클럽) 군단과의 만남은 BTS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가 해외 가수 최초로 사우디 스타디움에 입성한 것을 실감케 했다.
 
약 두 달간의 장기휴가를 마치고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여러분이 먼 곳에서 저희에게 주시는 사랑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오늘은 오랫동안 BTS를 기다려온 아미들을 위한 축제”라는 RM의 인사말과 함께 진짜 축제가 시작됐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페이크 러브’ ‘아이돌’ 등 앨범별 타이틀곡은 물론 멤버별 솔로곡이 나와도 떼창이 이어졌다.
 
평소와 달리 복근 노출 등을 자제하고, ‘뱁새’ 등 일부 안무가 순화되긴 했지만,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장소에서 춤추는 것이 금기시됐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멤버들은 “아홉브쿰”(사랑해요), “알 아브딸”(최고), “슈크란”(감사합니다) 등 아랍어로 팬들과 소통했다. 13일 생일인 지민을 위해 아랍어로 “싸나 헬와 야 자밀”(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사우디 아미라 해도 이곳을 처음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경기장은 2017년 9월 열린 건국기념일 축제에서 처음 여성 입장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 1월부터 경기장 내 여성의 축구 관람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학생 알리야 알 라시디(23)는 “아랍어는 가장 배우기 힘든 언어 중 하나인데 첫 공연에서 아랍어 인사말을 준비해 아랍 아미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노라 알 라시디(25)는 “가족은 물론 사촌들까지 모두 BTS 팬”이라며 “언젠가 한국 공연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장에 마련된 기도할 수 있는 공간. [연합뉴스]

공연장에 마련된 기도할 수 있는 공간. [연합뉴스]

현지 팬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는 곳곳에서 돋보였다.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이슬람 신도들을 위한 카펫이 마련됐고, 네 번째 기도 시간인 5시31분이 되자 음향 리허설도 중단됐다. 공연 시작도 기도 시간에 맞춰 진행됐다. 마지막 7시1분 기도를 마치고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7시30분부터 시작한 것이다. 여성 스태프 역시 아바야를 입고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한국어 실력도 상당했다. BTS 덕분에 한국어를 배웠다는 베두르 아흐메드(25)는 “한국 이름은 조아라이고, 한국 나이로 26살”이라고 또박또박 말하기도 했다. 5만여명이 팔로잉하는 ‘아랍RM’ 트위터 계정을 운영 중인 한(23)은 “‘봄날’ 노랫말에 감명받아 팬이 됐다”며 “덕분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뜻한 인사를 나누며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는 아랍 팬들과 만나며 이곳에 오기 전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BT21 캐릭터 마스크를 착용한 현지 팬들과 김영미 머쉬룸 대표(오른쪽). [사진 김영미 제공]

BT21 캐릭터 마스크를 착용한 현지 팬들과 김영미 머쉬룸 대표(오른쪽). [사진 김영미 제공]

마하 알 나세르(27)는 “이번 공연이 제대로 치러질까 다들 걱정이 많았는데 순조롭게 진행돼 다행”이라며 “중동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팬들은 하나같이 “아바야는 이제 강제 착용이 아니다. 오늘 여기 입고 온 것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새로운 역사였다. 나만 해도 어렵사리 사우디 공연 티켓팅에 성공하고도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었다. 한국에서 바로 가는 직항 편도 없을뿐더러 현지에서 발급한 초청장이 없으면 비자조차 나오지 않는 곳이어서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사흘간 ‘BTS 인사이트 포럼’을 개최한 기획자이자, 내년 1월 4~5일 영국에서 열리는 ‘BTS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서 꼭 보고 싶은 공연이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한국 등 49개국을 대상으로 관광비자 발급을 결정했다. BTS 공연을 보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한 것이다. 처음 시행되는 전자비자는 신청한 지 3분 만에 나왔고, 턱없이 부족한 현지 정보는 아미의 가장 큰 무기인 ‘연대’를 통해 해결했다. “여자 혼자서는 너무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트위터에 고민을 공유한 결과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각종 SNS를 통해 ‘현지 소식통’이 되어줄 사우디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아미까지 12명이 모이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우디에 24년째 거주 중인 무역업자 임태원(56)씨는 “공연장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전혀 없어 불편할 것”이라며 30인승 리무진 버스를 동원해 팬들에게 제공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삼성 핸드폰, 현대 자동차가 전부였는데 BTS 덕분에 젊은 층 사이에서 이미지가 한층 좋아졌다”고 말했다.
 
2시간 40여분간 펼쳐진 24곡의 공연은 순식간에 끝났다. 사우디 첫 대형 공연이기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고, 숙소로 돌아오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짜증 내는 사람 하나 없이 다양한 언어의 대화가 오갔다. 우리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중이 넘쳐나는 밤이었다.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투어 마지막 공연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스피크 유어셀프’의 순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영미 문화마케팅 그룹 머쉬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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